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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 <너의 이름은>

씨네아카이브 74

by 마리

씨네아카이브를 시작하고 10월마다 픽사 애니메이션을 소개해왔는데 이번에는 약간 변주를 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픽사 애니메이션도 소개할 예정이지만 그에 앞서 특정 장르는 마니아층만 즐길 수 있을 거라는 발행인의 편견을 깨부순 일본 애니메이션 특집을 준비했다.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을 이끌어 가는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 소재를 각자의 개성으로 풀어낸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너의 이름은>을 소개한다.


씨네아카이브 74. "시간을 달려 너의 이름을 부르다" 전문 읽기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2016년 개봉
(이미지 출처: 왓챠)

<너의 이름은>은 1200년 주기의 혜성이 지구에 근접한 날을 기점으로 도쿄에 사는 소년과 산골에 사는 소녀의 몸이 꿈속에서 뒤바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타임슬립과 바디스왑’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토대로 사진으로 찍어낸 듯 빛과 색이 돋보이는 작화를 섬세하게 엮어 이야기로 만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일본에서 1600만이 넘는 관객을, 국내에서도 36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화제를 불러 모았는데 미국에서는 흥행에 힘입어 실사판 제작이 확정되어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고 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사랑하는 사람이 알고 보니 꿈속에서 보았던 이’였다는 내용의 일본 고전시에 영감을 얻어 영화를 완성했는데 오래전에 쓰였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시가 담고 있는 감정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거나 상대방의 이름을 묻는 것으로 이름을 묻는 것에서부터 관계가 출발한다”는 생각을 담아 제목을 <너의 이름은>이라고 지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는 어느 날부터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신기한 꿈을 꾸게 된다. 낯선 가족, 낯선 친구들, 낯선 풍경까지, 꿈이 반복될수록 두 사람은 꿈을 통해 서로의 몸이 일정 시간 동안 바뀌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몸이 바뀌어 있는 동안의 일을 메모로 남기기로 하고, 서로의 메모를 확인하며 두 사람은 조금씩 친구가 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더 이상 몸이 바뀌지 않자 타키는 자신과 미츠하를 이어주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직접 미츠하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하는데... 과연 타키는 미츠하를 만날 수 있을까? 두 사람을 이어주던 특별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너의 이름은>은 꿈을 매개로 몸이 뒤바뀌게 된 소년과 소녀의 판타지 스토리로 시작해 재난 드라마와 시공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극명하게 나뉜다. 특히 후반부에 펼쳐지는 서사의 강렬함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극의 후반부를 이끌어가는 ‘혜성 충돌로부터 마을을 구하기 위한 고군분투’는 마치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게 하며, 이는 “판타지의 힘을 빌어서라도 과거의 재앙을 되돌리고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담은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어쩌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이유도 ‘상실의 아픔에서 오는 구원에 대한 간절한 희망’이라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정서를 자극했기 때문이 아닐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삶이란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과정이지만, 상실에 무뎌지고 절망하기보다 그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기억하며 낙관적인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끊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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