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75.
저물어가는 가을의 끝자락 10월의 마지막 아카이빙은 일종의 연례행사(?)라고 할 수 있는 픽사 애니메이션 특집 중에서도 속편 특집이다! 픽사는 단편으로 시작해 장편 그리고 본편의 아성에 부응하는 속편까지 픽사는 세대를 넘어 그들만의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오고 있는데 특히 픽사의 속편은 관객들이 다시 만나고 싶었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관계와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성장을 그려내며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과 웃음을 선사한다. 픽사 속편의 유일한 단점을 꼽자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제작 기간이지만... 이는 픽사가 디즈니에 인수된 후 속편 제작과 관련해 명시한 “속편은 감독과 관계자가 만들고 싶을 때 만든다”라는 규정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이마저도 픽사 답개 느껴져서 좋았는데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현한 창작자들의 의사를 존중함으로써 관객들 역시 어릴 때 만난 캐릭터를 성장한 후에 다시 만났을 때 새로운 감회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
씨네아카이브 75. "현재진행형 어른들을 위한 동화" 전문 읽기
<토이 스토리 2 <Toy Story 2)>, 존 라세터 감독, 1999년 개봉
<토이 스토리 2>는 지금의 픽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토이 스토리>의 속편으로 형 만한 아우 없다고 속편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징크스를 깨 부수며 본편의 주제를 모범적으로 변주해 이야기를 확장시키며 흥행은 물론 평단의 호평까지 모두 잡은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4편까지 나왔고 2026년에는 5편의 개봉이 예정되어 있다!)
본편이 주인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장난감들이 신경전을 벌이다 우정이 싹트는 내용이라면, <토이 스토리 2>는 장난감의 주인이 성장하게 되면 장난감이 버림받게 된다는 것에 착안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토이 스토리>를 감상했던 세대가 성장해 사춘기에 접어든 시기와 속편의 개봉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본편의 캐릭터와 감성은 그대로 간직하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겪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캐릭터와 이야기 속에 녹여내며 또 다른 성장담을 그리며 호평받았다. 특히 2편의 주제를 더 발전시켜 성인이 된 주인공과 장난감의 이별을 다룬 <토이 스토리 3>는 본편과 속편을 뛰어넘는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토이 스토리 시리즈> 중에서 발행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토이 스토리 2> 줄거리
장난감들의 주인 앤디가 캠프에 참여한 사이 앤디의 어머니가 벼룩시장을 위해 오래된 물건을 내놓게 되고, 우디는 벼룩시장에 팔려갈 위기에 처한 펭귄 인형 위지를 구하려다 ‘토이 시리즈’ 수집광 알에게 발견되어 납치당하고 만다. 알에게 잡혀간 우디는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TV쇼 장난감 ‘제시’와 ‘피트’를 만나고 이들과 함께 일본 토이 박물관에 팔아넘겨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편 우디의 납치를 목격한 버즈와 친구들은 우디를 구출하기 위해 알의 장난감 가게로 향하고 그사이 우디는 제시를 통해 자신이 어린이 TV쇼의 스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언제가 자신도 앤디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함께 장난감 박물관에 전시되면 어린아이들로부터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앤디에게 돌아가는 것을 망설이는데... 과연 버즈와 친구들은 우디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까? 우디는 앤디와의 추억과 아이들의 영원한 사랑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몬스터 대학교 (Monsters University)>, 댄 스캔론 감독, 2013년 개봉
<몬스터 대학교>는 12년 만에 제작된 <몬스터 주식회사>의 속편으로 본편은 ‘벽장 속 괴물’이라는 고전적인 주제에 기발한 상상력과 오피스 장르를 더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속편은 본편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주인공 설리반과 마이크가 ‘몬스터 주식회사’에 취업하기 전, ‘몬스터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본편인 <몬스터 주식회사>는 아이들의 비명으로 에너지를 얻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아이들의 악몽 속에 등장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겁주며 비명을 수집하는 몬스터들의 오피스 라이프와 성장기를 그렸는데 속편인 <몬스터 대학교>는 본편의 주인공들이 ‘몬스터 대학교’에서 처음 만나 우정을 맺게 되는 과정과 함께 몬스터 주식회사 입사를 위해 다양한 겁주기 스펙을 쌓는 몬스터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그렸다. 특히 본편의 중심인물이 ‘설리반’이라면, 속편은 ‘마이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사회인이 되기 위한 첫 관문에 해당하는 대학생들이 할 법한 ‘좋아하는 일과 재능 사이의 간극’이라는 고민을 주제로 본편과는 또 다른 캐릭터의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몬스터 대학교> 줄거리
겁주기 이론은 빠삭한 몬스터 마이크와 겁주기 재능을 타고난 몬스터 설리반은 ‘몬스터 주식회사’ 입사의 꿈을 안고 취업 100% 보장 특성화 대학 ‘몬스터 대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도 성격도 정반대인 두 사람은 입학 첫날부터 부딪히며 급기야 개교이래 최악의 라이벌로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크와 설리반이 ‘겁주기 전공’에서 퇴출당하게 될지도 모를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고,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한 팀을 이뤄야만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구석이라고는 1도 없는 최악의 라이벌 마이크와 설리반은 최강의 콤비로 거듭나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까?
<도리를 찾아서 (Finding Dory)>, 앤드류 스탠튼 감독, 2016년 개봉
<도리를 찾아서>는 13년 만에 나온 <니모를 찾아서>의 속편으로 본편에서 니모 찾기 여정에 동행한 단기기억상실증 물고기 ‘도리’가 기억의 파편을 더듬어 가며 잃어버린 부모님을 찾아 나서는 모험담을 그렸다. 본편에서 도리의 목소리를 연기한 엘렌 드제너러스가 토크쇼를 통해 제작 소식을 공개했었는데 속편을 기다려 온 팬들이 많았던 만큼 제작 소식은 기대를 불러 모았고 개봉과 함께 애니메이션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본편이 인간에게 납치된 자식을 구하기 위한 부모의 여정을 다룬다면, 속편은 잃어버린 부모를 찾아 나선 아이의 모험담을 다루고 있는데 영화는 부모를 찾아 나선 도리의 물리적 여정 속에 ‘도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내적 여정까지 녹여내며 좋은 평을 받았다. 특히 본편의 주인공 ‘니모’가 서로 다른 길이의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였던 것처럼, 속편에도 장애를 지닌 해양 생물이 등장하는데 도리의 여정에서 중요한 배경이 되는 ‘마린 라이프 인스티튜트’에서 만난 다리가 7개인 문어 ‘행크’다. 감독은 본편에 이어 속편에도 이러한 캐릭터를 등장시킨 이유로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며 어느 누구도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다름’은 결함이 아닌 ‘고유성’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속편 역시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다름을 포용하는 자세와 가족의 의미, 자아의 재발견이라는 메시지를 녹여내며 픽사 만의 성장 동화를 완성했다.
<도리를 찾아서> 줄거리
함께 니모를 찾으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도리와 말린은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던 도리가 우연한 사고로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도리는 기억의 파편 속에서 잊고 있던 고향과 가족의 존재를 깨닫는다. 그리고 흩어진 기억의 조각을 더듬어 가족을 찾아 나서기로 한 도리의 여정에 말린과 니모가 동행하게 되는데... 과연 도리는 무사히 가족들과 상봉할 수 있을까?
<인사이드 아웃 2 (Inside Out 2)>, 켈시 만 감독, 2024년 개봉
<인사이드 아웃 2>는 <인사이드 아웃>의 속편으로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감정 컨트롤 타워에 새로운 감정(불안이, 부럽이, 따분이, 당황이)들이 생겨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본편이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속편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특히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 ‘불안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8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인사이드 아웃>은 애초에 속편 제작 계획이 없던 작품이었으나 평단의 호평과 함께 흥행에 성공하자 시리즈화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9년 만에 속편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1편이 ‘기쁨이와 슬픔이’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감정의 공존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다루었다면, 2편은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의 성장에 맞춰 ‘불안이’라는 새로운 감정을 중심으로 인간의 사회화 과정에 따른 복합적인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포착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어른들을 위한 동화 전문 제작사’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픽사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감독은 속편 제작을 논의하던 시기에 미국 사회의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과 우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가 지닌 선한 잠재력을 토대로 불안으로 길을 잃어봤거나 혹은 한창 잃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복잡한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인사이드 아웃 2> 줄거리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감정 컨트롤 본부를 운영하고 있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는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든 어느 날, 새로운 감정인 불안이, 당황이, 따분이, 부럽이를 마주하게 된다. 언제나처럼 라일리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쁨이는 새로운 감정들과 원만하게 지내보려 노력하지만 모든 순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제멋대로인 불안이 때문에 쉽지 않고, 결국 기존 감정들과 새로운 감정들이 충돌하며 기존 감정들이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쫓겨나고 만다. 심지어 불안이가 라일리의 자아를 ‘기억의 저편’이라는 아주 먼 곳으로 날려버리고 마는데... 또다시 본부를 벗어나게 된 기쁨이와 슬픔이를 필두로 기존 감정들은 라일리의 자아를 되찾아 감정 본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