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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아이와 함께하는 특별한 성장의 시간

by 황현철

어느새 7월이 되었습니다. 무더운 날씨의 7월을 맞이하자면 가장 먼저 여름방학이 떠오르지요. 교사로서 여름방학은 분명 재충전의 시간이 맞습니다만,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아이들 방학=부모님들의 개학'이라는 공식이 작동하기에 어쩔 수 없이 부담을 느끼시게 되나 봅니다.


그래서 매년 7월에는 여름방학을 준비하는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로 소식을 담았던 것 같습니다. 올해도 여름방학을 맞이하면서 가정에서 준비하면 좋을 것 같은 깨알정보를 담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십수 년 자녀를 키우시면서 익숙해진 패턴이 있으시다면 그대로 유지하시는 게 좋고요. 혹시 아이가 어리고 아직 방학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 두려움이 있으시다면 다음의 내용을 조금 고려해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아시다시피 방학은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모든 아이들도 그러할 텐데 특히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은 당연하겠지요.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 방학은 조금 더 특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학교에서의 수업은 쉬고, 친구들도 만나지는 않지만 그만큼 생겨난 시간을 잘 활용하면 아이들의 특성에 맞는 소중한 성장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첫째, 일상을 구조화하세요

아시다시피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루틴입니다.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은 구조화된 일상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아침에 등교하고 수업받고 하교하는 루틴에서 아침에 늦잠 자고 집에서 그냥 머무리는 시간이 되면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불안은 고스란히 불필요한 행동으로 이어져 방학 때 평소에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행동에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죠. 그래서 가장 먼저 드리는 팁은, 일상을 구조화하시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방학인데도 학교를 깨워 보낼 수는 없으니 방학을 하기 전부터 방학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방학때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반드시 초등학생용 둥근 하루 일과표를 만들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의 일과표를 만들되 TO Do LIST 형식의 할 일과제를 정하거나 그래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과제를 제시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반드시 할 수 있는 것을 정해두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욕심이 과해 하지도 않을 것을 과업으로 정해두었다가 '오늘은 안 되겠다 생략' 한다거나 '오늘은 쉬자'라고 하게 되면 아이는 구조화된 리스트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일과표의 운영은 융통성 있게 하되, 주요 루틴은 매일 동일하게 유지하라! 꼭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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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생활 속에서 학습 기회를 찾으세요


학교 교과 내용이 아니더라도, 일상은 모두 학습의 기회입니다. 특히 자립을 위한 생활중심의 교육이 필요한 학생의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교육과정에 틀에 제한되어 있고 성취기준을 구현해야 하는 목적이 있기에 아이에게 백 퍼센트 맞춰줄 수는 없습니다. 방학의 시간을 활용해서 우리 아아 이게 꼭 필요한 내용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고 함께 찾아갈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됩니다. 가령, 매일 해야 하는 점심시간을 학습의 기회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작은 요리를 위한 계량, 요리 순서, 재료 다듬기, 요리하기 등을 통해 다양한 감각 자극은 물론 자립을 위한 '식'기술의 연습시간이 될 것입니다. 또한 자녀와 함께 장보기가 루틴에 있다면 가능하면 돈 계산, 의사소통, 키오스크 활용하기 등을 통해 사회적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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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소통의 즐거움을 키워주세요

의사소통 능력은 모든 것의 기초입니다. 따라서 아이와 함께 많은 것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대화를 나눠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평소에도 많은 의사소통을 하시겠지만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있어나간다면 우리 아이의 대화 수준이 이 정도였나? 하시면 감탄할 수 있는 순간도 경험하실 것입니다. 이때 필요하다면 PECS 나 AAC를 사용해 주셔도 좋습니다. 그림이나 상징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고 그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반복한다면 아이는 충분히 소통의 즐거움을 느낄 것입니다.


나아가 교육적인 활동을 더한다면 '매일매일 간단한 문장으로 하루를 정리하기' 등의 활동을 추천드립니다. 단어 카드를 가지고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기쁨, 슬픔, 행복, 화남, 아쉬움 등과 같이 아이가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기분이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면서 그것을 기초로 간단한 문장 만들기 활동을 방학기간에 한다면 방학 동안 놀라보게 성장한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실지도 모릅니다. 가능하다면 그렇게 만든 매일의 감정, 간단한 문장 결과물을 개학 때 방학숙제로 제출하셔도 좋습니다. 아이의 수준이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거나 간단한 문장을 만들기 어렵다면 색으로 감정 표현하기나 캐릭터를 활용해 주셔도 좋습니다.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은 이런 감정 표현하기에 딱 좋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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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아이의 ‘강점’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방학은 아이의 흥미와 재능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는 좋은 시기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진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아이를 많이 바라볼수록 아이의 강점을 찾아낼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작은 성취 기록하기'라고 부릅니다. 아이의 정말 작은 성과, 변화, 시도를 발견하셨다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꼭 기록해 두세요. 날짜와 내용을 기록해 두시면 하루의 변화는 미미할지라도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으며 발전하고 있는지에 대한 살아있는 기록이 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고 지켜보며 기록하는 즐거움도 경험해 보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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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부모님의 ‘쉼’도 중요합니다


여름 방학은 긴 시간입니다. 부모님도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보내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물리적으로 방학 기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적극 활용하세요. 특수학교에서 운영하는 방학 중 계절학교를 이용하거나 특수학급의 경우에는 시군구 지역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방학 중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또, 장애인 복지관 및 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아이들의 방학 때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그것도 좋은 팁이 되고요. 급한 일이 있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는 긴급주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시면 됩니다.


긴급주택에 대한 내용은 이음 블로그의 숏터뷰 11회 편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https://blog.naver.com/eeem_2021/22377134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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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장애인 부모회 및 발달장애협회 등의 부모 커뮤니티와 연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주지역에는 행복하게 사회적 협동조합도 있으니 문을 두드려보세요. 마지막으로 이음을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이음을 시간을 통해 잠깐의 혼자 시간도 확보하시고 이를 통해 여유를 되찾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음 신청방법: 카카오톡 채널 '함께 걷는 기쁨' 추가 후 채팅으로 상담 및 신청)



특수교육대상학생의 여름방학은 평범한 휴식이 아닌, 소중한 성장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완벽한 방학이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맞는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함께 웃고, 실수도 배우고, 작지만 확실한 성취를 쌓아가는 여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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