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손잡이, 단순함 속의 상징성
마드리드를 여행하며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 바로 ’ 문‘
이다. 열고 닫는 대문, 단순한 문을 넘어 무엇인가 깊은 역사와 철학이 숨겨진 듯한 문이 내 시선을 끌었다.
이 문에는 어떤 스토리가 숨어있을까?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마주한 이 독특한 대문은, 한순간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는 느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대문 중앙에 위치한 황동 손잡이였다. 보통의 문 손잡이가 측면에 자리 잡고 있는 데 반해, 이 문의 손잡이는 마치 문 그 자체의 중심을 붙잡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문 전체는 오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나무로 만들어졌고, 세월의 결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무의 갈라진 틈, 고르게 닳은 표면, 그리고 자연스럽게 변색된 색감은 이 대문이 얼마나 오랜 시간 사람들을 맞이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손잡이 위쪽의 장식적인 황동 키홀 커버 역시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더하며, 단순한 출입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문이 사람을 ‘맞이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이 엿보였다는 것이다. 손잡이가 중앙에 있다는 것은 문이 단지 여닫는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균형과 조화를 상징하는 구조물임을 말해주는 듯했다. 손잡이를 쥐고 문을 열 때, 마치 중심을 잡고 무언가를 여는 의식에 참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대 유럽, 특히 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 스페인에서는 문이 단순한 출입구가 아니라 가문, 부의 상징이자 보호의 상징이었다. 손잡이를 중심에 다는 것은 실용성보다는 대칭성과 권위, 중심성을 표현하기 위한 요소였으며, 문의 중앙에 위치한 손잡이는 단순히 여닫는 용도가 아닌, 방문자가 문을 두드리는 위치이기도 했고, 그 집안의 품격을 표현하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손잡이가 중앙에 위치함으로써, 문 양쪽의 대칭 구조와 조화를 이루고, 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이게 되었을 것이다.
스페인의 건축은 종종 일상 속에서 미학과 실용,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동시에 품어낸다. 이 대문 역시 그러했다. 누군가에겐 지나치는 하나의 문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마드리드라는 도시가 지닌 고유한 감각과 역사, 그리고 인간적인 온기를 담은 인상 깊은 ‘입구’로 기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