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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말

by pahadi


학교 앞을 지나다가 의도치 않게 아이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할아버지한테 전화를 걸면 받으실까? 못 받으시겠지? 지금 하늘나라에 계시니까.”

장난기가 채 가시지 않은 어린 목소리에 담담한 슬픔이 배어 있었다. 그 담담함이 더 슬퍼 차마 그 아이의 표정은 보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되었을까? 아이와 할아버지는 친밀한 사이였을까? 너무 일찍 알아버린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대답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전화 신호음은 얼마나 애절할까?

아이의 말대로 하늘나라에도 전화나 문자가 되면 좋겠다. 아니면 손편지라도. 그럴 수만 있다면 지구의 슬픔이 조금은 가벼워질 텐데.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 그럴 수 있을까? 나도 그곳에 전하고 싶은 말들이 많다. 앞으로 전하지 못한 말들이 더 늘어가겠지.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삶의 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지나 보다.

전하지 못해도 하고 싶은 말들을 할 수는 있지. 마음으로 말할 수도 있고, 읊조릴 수도 있고 하얀 종이를 까맣게 채울 수도 있고. 대답을 들을 수는 없어도 돌아올 대답이 무엇인지 우리는 충분히 잘 알고 있잖아. 하고 싶은 말들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는 날 한 꾸러미가 되어 반가운 재회의 선물이 될 거야.

다시 그 아이를 만난다면 말해주고 싶다. 너무 슬퍼하지 말자. 할아버지가 그걸 바라진 않으실 테니까. 언젠가 우리 꼭 다시 만날 테니까 그때까지 행복하게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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