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문해력과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여기저기서 말한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여러차례 다뤘고, 교사로서 현장에서 실제로 체험하고 있다. 이제 심각할 것도 없고 뉴스거리도 못되는 그냥 사실이다. 아이들의 문해력이나 기초상식이 예전보다 못하다보니 신기록 갱신하듯 '이것도 모르더라고요'라는 경험담이 동료교사 사이에서 매일 쏟아지고, 수업하면서 이런 것도 몰라? 싶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아이들의 현실을 개탄하거나 안타까워할 수가 없다. 교실에서 겪는 아이들보다 내 아들의 무식함이,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겨묻은 개가 똥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오늘은 중2 아들과 대화하다 파충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도마뱀에 이어 뱀이 나왔고, 어쩌다보니 구렁이까지 등장했다.
"엄마, 왜 구렁이가 담을 넘어가다가 까치 다리를 부러뜨리잖아. 그래서 흥부가 고쳐주고."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뭐라고? 구렁이가 어쨌다고? 누가 누구를 고쳐줘? 지금 흥부놀부 얘기하는 거 맞아?
"야, 그건 제비지!"
"제비? 제비가 뭐야? 난 제비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까치와 제비를 혼동하는 상식수준에 어이없어 하다가, 제비를 본 적없는 도시 아이가 짠해지기도 하다가, 아무리 그래도 흥부놀부도 몰라, 싶어 어이가없었다. 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죄로소이다, 탄식이 절로나왔다. 그림책만 봤어도 까치라는 생각은 안 할텐데. 이 무식한 아이를 어쩌나. 구렁이와 까치와 제비다리까지, 도대체 몇 개 이야기를 엮어서 편집하는건지. 뭘 보고듣긴했나보다.
어이없어하는 엄마를 보더니 자기도 부끄러운지 베시시 웃는다. 저 해맑은 미소는 무지함에서 나오는걸테다. 침대에 누워 천연덕스럽게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또또 이모랑 삼촌한테 막 나 이런것도 모른다고 내 얘기 할거지?"
눈치는 있어 다행이구나. 네가 둘째로 태어난 게 네 복이다, 복이야.
오랜만에 중2 아들 얘기 하나 들고옵니다. 아 부끄럽사와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