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학파 / 미디어숲
<공식의 아름다움>은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공식’이라는 부제가 있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도 이 문구에 혹해서다. 요즘 비트코인 열풍으로 세상이 떠들썩한 상황에서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이라도 그에 대한 의문점을 풀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단순한 바람은 예기치 않은 결과를 돌출했다. 그것은 바로 수학과 물리라는 학문에 문외한이라고 생각했던 편견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 과제로써 그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공식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23가지의 다양한 공식들이 나온다. 23가지 공식은 모두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연관성을 전혀 부인할 수도 없다. 이를테면 뉴턴의 역학, 맥스웰의 방정식, 코펜하겐의 법칙은 각기 거시 물리학, 전자기학, 양자역학이라는 거대한 과학의 물줄기로 이어진다. 하나의 공식을 통해 미처 풀리지 못했던 난제들이 그 해답을 찾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인류 문명의 개척에 이바지할 수 있었던 측면에서 보면 이런 공식들의 출현은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수학과 과학의 발전이 인류사의 먹구름으로 작용한 사례도 없지는 않다. 이를테면, E=mc²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방정식은 역사적으로 볼 때 원자력 발전에 기여한 측면보다는 원자폭탄을 제조한 공식으로 더욱 부각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 또한 ‘자신의 연구는 엄청난 실수’였다고 술회하는 대목을 보면 더욱 그렇다.
<공식의 아름다움>에 소개된 공식은 가장 널리 알려진 피타고라스 정리를 비롯하여 페르마 정리, 뉴턴-라이프니츠 공식, 만유인력, 오일러 공식, 갈루아 이론, 위험한 리만 가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섀넌 공식, 카오스 이론 등 다양하다. 이런 공식들은 당대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 혁혁한 공헌을 했고, 이를 통해 인류의 문명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던 것이다. 수많은 공식에는 그에 따르는 수학자와 과학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을 통해 이런 공식의 창안자들을 하나 둘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의 저자는 개인이 아니다. ‘양자학파’라는 자연 과학 분야에 중점을 둔 교육 플랫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듯 심층적이고 난해한 공식들을 집대성하기가 일개 개인으로서는 사실 버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양자학파’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대 과학 교육 플랫폼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여태까지 발간했던 책들을 보면 어떤 아우라가 느껴진다.
<수학의 아름다움>, <논리의 아름다움>, <이성의 아름다움>, <과학의 아름다움>
이런 책들은 지식의 본향을 찾아가는 인류 문명의 기본서라고 할 수 있다. 지적인 욕구에 목마른 독자들이라면 이런 책들을 통해 지적 향취를 느끼는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제목이 <공식의 아름다움>이라고 해서 공식에 대한 내용만 기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공식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나와 있기도 하지만 공식이 탄생하게 된 일화나 문명사적인 의의 등을 살펴보면 책을 읽는 동안 지루함을 느낄 겨를도 없다. 혹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그냥 넘기면 된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공식에 대한 적확한 이해를 하는 독자는 손에 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난해하다. 하지만 그런 난해함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다음의 명문은 공식의 아름다움을 인류의 지혜로 치환시킨다. 유한한 종인 인간이 불멸의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어쩌면 이런 무형의 자산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우주의 미세한 먼지에 불과한 존재지만 거대한 우주의 참뜻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지녔다. 인간이 문명을 만들어내고 인간 그 자체는 이제 문명의 하나의 개체가 된 시점에서 공식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인류 최고의 지혜를 응집한 결과다. 인간은 잠시 우주에 머무르다 떠나고 육체는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공식은 그 어떤 흔들림 없이 우주에 영원히 남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인 '공식의 아름다움'은 프롤로그에서도 그 자취를 느낄 수 있다.
공식은 지혜로움으로 가득하고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오일러 공식에 나타나는 상수, 카오스 정리에서 춤추는 나비, 피보나치수열의 황금나선…. 이 외에도 공식의 아름다움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도 눈부심도 아닌 내재된 항상성이다.
낙엽 한 조각이 떨어지는 것은 우주의 아름다운 함수 방정식이다. 공식보다 더 감동적으로 우주를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공식의 정의를 이토록 유려한 문체로 표현한 것 자체만으로도 이 책을 펴내는 데 일익을 담당했던 이들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론 편과 응용 편이다. 이론 편에서는 수학의 기원에서부터 양-밀스의 이론까지 인류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14가지의 공식에 대해 다룬다. 수와 형의 결합인 피타고라스 정리를 비롯하여 358년 동안이나 인간을 괴롭혔던 공식 페르마 정리, 무한소의 비밀을 밝힌 뉴턴-라이프니츠 공식, 물리학의 원류가 되었던 만유인력 등 현재 수학과 과학의 기초가 되었던 공식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인류가 걸어왔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다. 응용 편에서는 현대 과학의 주축을 이루게 된 공식들을 소개한다. 5G의 배후가 되는 섀넌 공식, 금융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블랙-숄즈 방정식, 탄도에 숨은 ‘기술철학’이라고 명명되는 총기의 탄도 방정식, 인공지능(AI)의 사고를 다루는 베이즈 정리, 비트코인의 초석이 되는 타원곡선 방정식 등 9가지의 공식을 다룬다.
공식을 소개하는 각장을 보면 공식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도와줄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 1+1=2: 수학의 기원: 수학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주 어디에서든 변하지 않는다
- 피타고라스 정리: 수와 형의 결합 ☞ 인류 최초의 수형 결합
- 페르마 정리: 인간을 괴롭힌 358년 ☞ 황금알을 낳는 358년의 시간
- 뉴턴-라이프니츠 공식: 무한소의 비밀 ☞ 미적분이 없었다면 영국의 산업혁명은 최소 200년 이상 지연되었을 것이다.
- 만유인력: 혼돈에서 광명으로 ☞ 뉴턴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 오랜 세월은 깊은 밤과 같았을 것이다.
- 오일러 공식: 가장 아름다운 공식 ☞ 숫자가 있는 곳에 오일러가 있다
- 갈루아 이론: 해가 없는 방정식 ☞ 갈루아 군론, 현대 수학의 막이 오르다
- 위험한 리만가설 ☞ 수학자에게 영혼을 팔라고 유혹할 수 있는 것은 리만 가설뿐이다
-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소멸은 우주의 숙명인가 ☞ 우주 붕괴는 우주의 필연적인 숙명일까?
- 맥스웰 방정식: 어둠이 사라지다 ☞ 우주의 모든 전자기 현상은 이 방정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질량 에너지 방정식: 판도라의 마법을 여는 상자 ☞ 먼지 한 톨에도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가 담겨 있다.
- 슈뢰딩거 방정식: 고양이와 양자세계 ☞ 고양이는 거시세계와 미시세계 사이를 배회한다
- 디랙 방정식: 반물질의 예언자 ☞ 아름다운 방정식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의 물리적 의미를 고민하지 마라
- 양-밀스 이론: 대통일의 길 ☞ 게이지이론은 인간 세상에 속하지 않고 우주에 속한다
- 섀넌 공식:5G의 배후 ☞ 섀넌은 제우스의 이마에서부터 새로운 세상을 다시 만들었다
- 블랙-숄즈 방정식: 금융 주술 ☞ 돈은 예상할 수 있지만 인간의 마음은 예측할 수 없다
- 총기: 탄도에 숨은 ‘기술 철학’ ☞ 탄알이 뇌를 관통하는 순간, 의식 활동이 멈추었다
- 후크의 법칙: 기계 시계의 심장 ☞ 마음에 품은 세상은 스스로 천지를 갖는다
- 카오스 이론: 나비 한 마리가 일으키는 사고 ☞ 혼돈이야말로 이 세상의 본질이다
- 켈리 공식: 카지노의 최대 승자 ☞ 도박꾼은 운을 믿고 도박장은 수학을 믿는다
- 베이즈 정리: AI는 어떻게 사고하나 ☞ AI는 인류 최고의 기계이다. 그런데 AI는 영원히 기계일 뿐일까?
- 삼체문제: 떠나지 않는 먹구름 ☞ 삼체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간의 꿈이다
- 타원곡선 방정식: 비트코인의 초석 ☞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수학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이 책은 얼핏 보면 수학과 물리 공식을 소개해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인류가 탄생하여 현재까지 문명을 일으켰던 엄청난 비밀을 해부하고,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책의 표지를 보면 이 책을 단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구들을 발견할 수 있다.
“ 인류 문명의 모든 출발점인 공식, 그 아름다움을 인문학으로 산책하다”
“ 문명은 수학을 낳고 수학은 문명을 움직인다”
“ 공식은 문명의 시작이며 인류 최고 지혜의 집약이다!”
‘작게는 아원자세계의 전자에서 크게는 성운의 운행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23가지 공식’을 담고 있는 <공식의 아름다움>은 여태껏 인류가 쌓아 올렸던 지성이라는 탑의 최고 꼭짓점에 위치한 공식의 가치를 밝혀내고 이를 통해 앞으로 인류가 나아갈 바를 생각하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갓 태어난 아이가 세상을 처음 바라보았을 때의 느낌처럼 이루 형용할 수 없는 환희를 느꼈다. 소개된 23가지의 공식들은 단 하나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마치 인류의 비밀을 한 손에 넣은 것처럼 마음은 부풀어 올랐다. 카프카가 ‘책은 도끼여야 한다’라고 설파했던 것처럼 이 책은 잠들어 있던 의식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이 책 이후로 독서 방향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학자들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던 수학과 과학이 생명이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될 분야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한한 생을 살아가면서 무한의 영역을 탐색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학문들로 인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진부하게 느껴졌고, 범접하기 힘들었던 수학과 과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