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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Dec 10. 2024

추위는 녹이고, 어둠은 밝히고 D + 101

20241210 쫄쫄이와 투 삭스

* 1702일째 드로잉 : 작은 영웅들.


- 겨울다운 겨울이다. 해는 뜨지 않았지만 아침이 왔다. 어제는 8시가 되기 전 일찌감치 침대에 누웠다. 냥이들도 나를 따라 소라 껍데기 같은 이불속을 파고들었다. 양심상 9시 까진 눈을 뜨고 있어야 할 거 같아 한 시간 정도 뒹굴거리다 잠이 들었다.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다면 한 겨울 구상나무처럼 쑥쑥 자랄 수도 있을 거 같았다.


- 새벽 알람이 울리고 룽지가 열 개의 발가락을 꼼꼼히 깨물어 나를 깨웠다. 혹여 아이들을 발로 찰까 컴컴한 어둠을 살금살금 더듬어 화장실로 갔다. 냥이들 물이며 밥을 정비해 주고 주방으로 와 반려인의 아침을 차렸다. 가스불을 켜는 소리에 이번엔 꾸리가 냉큼 안방으로 달려가 반려인을 깨웠다. 야오~ 야오옹~ 녀석은 귓전에 대고 어제 연습한 캐럴을 열창했다. 이미 두 번째 알람을 스킵한 그가 최후의 통첩을 받고 몸을 일으켰다. 알만 낳는다면 완벽한 아침이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 서랍을 정리를 하는데 예전에 쓰던 가발이 나왔다. 버려야 할까…? 한동안 고민을 하다 지퍼백에 잘 넣어 두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거 같다. 어쩌면 이미 내 일부가 되어버린 그날의 기억들은 지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담 품는 쪽이 나을지도... 어쩌면 저 물건이 다음 쳅터로 가는 열쇠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 요즘은 매일 뉴스를 찾아보고 산다. 어제도 지역 곳곳에서 늦게까지 집회가 있었다고 한다. 팬클럽 응원봉을 가져 나와 시위를 하는 학생들을 보니 유쾌하고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고난과 역경에 특화된 민족이다. 당연한 듯 떨어지는 콩고물 같은 평화를 가만히 받아먹고 있으려니 양심에 너무 찔린다. 그러니 오늘 나의 응원봉은 그림이다.


- 오늘의 할 일 :  여덟 개의 달걀 여의주 삶기. 냥이들의 천적 청소기 돌리기. 양말 두 개 신고 조용하고 따뜻한 혼자만의 시간 보내기.  




우리집 캐셔 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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