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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Nov 26. 2023

시절인연

Self-portrait. 2023년 11월 26일 일요일, 흐림.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겨 보내온 한 주를 정리하고, 다가올 한 주를 준비하기 위해 이렇게 쓴다. 


나를 위해 새로운 투자를 시작해 앞으로는 조금 더 바빠질 것 같다. 지난 금요일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드라마작가 기초반 첫 수업을 들었다. 앞으로 21주 동안 수업을 들으며 합평 대본을 쓰고, 드라마 대본 집필과 관련한 이론 수업을 듣게 되는데 제대로 한 번 해볼 계획이다. 21주의 수업을 수료하면, 연수반으로 옮겨 다시 과정을 밟고, 이후 평가를 통해 전문반과 창작반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꼭 공모전에 당선돼 드라마작가로 데뷔하는 목표를 이룰 것이다. 이 과정을 모두 마치려면 아마 적어도 2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2년이란 시간 동안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고, 먹고살기 위한 일도 할 테니 정신이 없을 거다. 집에 재산이 많아 돈을 벌지 않으며 글만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 사정은 그렇지 못하니 내 여건에 맞게 최선을 다하자. 조건을 불평해 봤자 얻는 건 없고, 자신만 더 초라해질 뿐이다.     


첫 수업 시간에 공교롭게도 반장을 맡게 됐다. 30명의 수강생 연령이 20대 초반부터 40대 후반까지 다양한데 남자 중에 내가 중간 정도의 나이라 지목됐다. 단체 채팅방을 만들고,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고, 합평 과제 제출 일정 등을 취합해 정리하는 등의 일을 하게 된다. 개인 시간이 조금 뺏기지만 이것도 다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무엇보다 이렇게 알게 된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사소한 일에도 진심을 보일 거다. 사실, 한동안 지금까지 쌓아온 관계를 스스로 정리하며 조금은 외롭게 보냈다. 관계에 천착하지 않고 내면에 천착하겠다 다짐하고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생각해 보면 균형 잡히지 못한 상태일 뿐. 인간이란 동물은 관계에서 벗어나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다시 내게 이어질 인연들을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고 모두 소중한 인연이라 믿고 진심으로 관계를 이어갈 거다. 그 첫 인연이 이번 교육원을 통해 맺어진 인연이라 믿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도록 노력할 거다.     


앞서 지난주 목요일에도 서울시민대학 수업 종강을 맞아 교수님, 수강생분들과 저녁에 조촐한 뒤풀이를 했다. 교수님을 포함해 모두 7명인데 여기서 내가 나이가 가장 어리다. 이런 경우도 흔치 않은데 내 부모님 연배의 분들과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앞으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계속 교류하기로 했는데 채팅방을 만드는 역할 또한 내가 맡았다. 이 또한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내가 좀 더 노력해야겠다.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시절인연’이다. 이 말은 불교에서 나온 용어인데 워낙 내용이 심오하고 광범위해서 어떻게 규정하기가 쉽지 않은 개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막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기도 한다. 나 또한 그냥 ‘언젠가 내게 다가올 인연은 다가오기 마련이다’ 정도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받아들이며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으니 살아가는 게 조금 편해졌다. 예전엔 관계, 인연이 참 어렵고, 힘들고,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것에서 벗어나 인연과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 좀 더 집중하며 앞으로 다가올 인연에 최선을 다하자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억지로 인연이나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 것. 이제 나도 좀 살았다고 나의 간절함이 누군가에게는 어떤 의미도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인연이었는데 나의 집착으로 그 인연이 이어지지 못한 게 얼마나 어리석었던 일이었나. 문득 그런 인연이 생각나 나를 괴롭힐 때가 있지만,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후회를 받아들이고 빨리 마음에서 흘려버리는 것뿐. 그러면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다짐으로만 끝나지 않고 실천해야 하기에 이번 주에 새롭게 맺어진 이 인연은 후회로 귀결되지 않도록 노력하리라 다짐해 본다. 또한 지금 나와 맺어진 관계들도 소홀히 하지 않고 내가 좀 더 노력하기로 마음먹는다. 생각해 보면 부족한 나를 받아준 고마운 관계들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보니 감사할 일이 참으로 많다. 

오늘은 나와 맺어진 모든 인연에 감사하며 좋은 인연이 지속될 수 있도록 나 먼저 노력하자는 다짐으로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내일부터 시작될 새로운 한 주, 잘 지내보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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