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온도〉
혼자라는 말은 어쩐지 ‘비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정작 혼자인 시간을 오래 견뎌본 사람은 안다.
그 안에는 비어 있음이 아니라, 조용한 온기가 있다는 것을.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하다.
누구의 시간표에 맞출 필요도 없고,
어떤 말에도 내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보고 싶은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하든 검열받지 않는다.
그게 좋아서, 이 생활을 택했다.
하지만, 모든 익숙함이 늘 편안한 건 아니다.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아침,
햇빛이 반쯤 비추는 식탁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다 보면
가끔, 아주 가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
잘 지내고 있는데,
문득 마음 한구석이 쿡— 하고 저려온다.
특별히 서러운 일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울컥해지는 순간.
그럴 땐, 혼자의 온도가 미묘하게 변한다.
너무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딱 그 중간 어딘가.
서늘함과 편안함이 뒤섞인 그 기묘한 지점.
말하자면, 적막이 내 안에 잠깐 머무는 기분이다.
누구를 원망할 것도, 탓할 것도 없다.
그저 살아가는 일이라는 게
이런 날도 있는 거라 생각하며
감정을 덮고 지나간다.
**
사람들은 묻는다.
“혼자 있으면 안 외로워요?”
그럴 땐 잠시 망설인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사람이 많아도 찾아오는 것이니까.
혼자의 시간은 오히려
그 외로움을 투명하게 비춰준다.
나를 어지럽히는 감정들이 무엇인지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나서야 조금씩 정리된다.
서운함, 후회, 그리움…
누구의 감정도 아닌
오롯한 나의 감정들.
**
혼자의 온도는 자주 바뀐다.
오늘은 조용한 음악 한 곡이면 충분하지만
어떤 날은 아무리 켜켜이 채워도
텅 빈 것 같은 날도 있다.
하지만 그 변화마저도
이젠 자연스럽다.
억지로 뜨겁게 만들 필요도 없고,
차갑게 얼릴 이유도 없다.
그저 지금의 온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지나고 나면, 그 감정도 조용히 자리를 비운다.
**
혼자라는 건 부족함이 아니라
단단함의 다른 이름이다.
자기만의 리듬으로 사는 사람,
필요할 땐 기대고,
필요 없을 땐 조용히 물러설 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삶을 배워가는 중이다.
지금 이 순간,
혼자라는 사실이
어색하지도, 두렵지도 않다.
그건 아마도,
이 삶에 내 온도가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