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미학 #감정 편 1

〈혼자의 온도〉

by 박동욱


혼자라는 말은 어쩐지 ‘비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정작 혼자인 시간을 오래 견뎌본 사람은 안다.

그 안에는 비어 있음이 아니라, 조용한 온기가 있다는 것을.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하다.

누구의 시간표에 맞출 필요도 없고,

어떤 말에도 내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보고 싶은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하든 검열받지 않는다.

그게 좋아서, 이 생활을 택했다.

하지만, 모든 익숙함이 늘 편안한 건 아니다.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아침,

햇빛이 반쯤 비추는 식탁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다 보면

가끔, 아주 가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

잘 지내고 있는데,

문득 마음 한구석이 쿡— 하고 저려온다.

특별히 서러운 일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울컥해지는 순간.

그럴 땐, 혼자의 온도가 미묘하게 변한다.

너무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딱 그 중간 어딘가.

서늘함과 편안함이 뒤섞인 그 기묘한 지점.

말하자면, 적막이 내 안에 잠깐 머무는 기분이다.

누구를 원망할 것도, 탓할 것도 없다.

그저 살아가는 일이라는 게

이런 날도 있는 거라 생각하며

감정을 덮고 지나간다.

**

사람들은 묻는다.

“혼자 있으면 안 외로워요?”

그럴 땐 잠시 망설인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사람이 많아도 찾아오는 것이니까.

혼자의 시간은 오히려

그 외로움을 투명하게 비춰준다.

나를 어지럽히는 감정들이 무엇인지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나서야 조금씩 정리된다.

서운함, 후회, 그리움…

누구의 감정도 아닌

오롯한 나의 감정들.

**

혼자의 온도는 자주 바뀐다.

오늘은 조용한 음악 한 곡이면 충분하지만

어떤 날은 아무리 켜켜이 채워도

텅 빈 것 같은 날도 있다.

하지만 그 변화마저도

이젠 자연스럽다.

억지로 뜨겁게 만들 필요도 없고,

차갑게 얼릴 이유도 없다.

그저 지금의 온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지나고 나면, 그 감정도 조용히 자리를 비운다.

**

혼자라는 건 부족함이 아니라

단단함의 다른 이름이다.

자기만의 리듬으로 사는 사람,

필요할 땐 기대고,

필요 없을 땐 조용히 물러설 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삶을 배워가는 중이다.

지금 이 순간,

혼자라는 사실이

어색하지도, 두렵지도 않다.

그건 아마도,

이 삶에 내 온도가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