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마음이 개운하지 않게 아침이 시작됐다.
장마기간이라 아침도 무거운가 생각했다.
출근 준비라고 특별한건 없다.
밥솥에서 몇 숟가락 밥을 덜어내 통에 담고,
어제 씻어서 통에 담아 둔 쌈채소를 꺼내고,
나가면서 버릴 쓰레기를 들고 현관문을 나서면 된다.
"오늘은 큰 사고 없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왠지 짜증나는 기분이라 더 마음 속으로 기도해본다.
계속 날카로운걸 내가 느낀다.
결국 오전 9시가 조금 넘어서 사고가 터졌다.
경운기가 급하게 회전하면서 사람이 떨어지고
충격으로 몸을 일으키지 못한 사이에
회전하던 경운기가 한바퀴 더 같은 지점을 회전하며
사람을 밟고 지나가 버린다.
마지막 바퀴를 다 돌고 길 건너 벽에 부딪히며 겨우 멈춘다
그 사이 사람은 경운기 바퀴에 걸려서 밀려난건지 보이지 않는다.
저녁때가 되어서 경운기 운전자의 사망소식을 들었다.
불과 몇 분전만해도 닥쳐올 위험을 모르고 당당하게 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아침 일을 마치고 오는 길인지 아니면 들일을 하러 가는 길인지는 모르지만
이 더위에 흘린 구슬땀이 돈으로 바뀌면
자식들 집 사는데 보태주고, 잔소리 많은 마나님 여행도 보내주고
그리고도 남으면 땅도 하나 더 사고.
머릿속엔 행복한 꿈이 있었을텐데 말이다.
눈깜짝할새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단단한 땅 위에 서 있지만 땅 아래는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내가 지키는 신호를 남도 지키는지 미덥지 않고,
심지어 엄마와 딸이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누군가의 부주의로 60대의 엄마는 40대의 딸을 잃게 됐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행운도 우리 가까이에 있다.
노력보다 좋은 결과, 생각지 못한 도움, 아슬아슬하게 비켜간 사고
수많은 이야기거리가 있을 수 있다.
영원할것 같은 우리 삶이 사실은 너무나 짧고, 앞일을 알 수 없다.
우리는 더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뿐이다.
어제보다 오늘은 하루 삶에 대한 후회가 반스푼 줄었으면 좋겠다.
놀때도, 일할때도, 먹을때도 그렇다.
옆도 살피고, 아래도 보고, 위도 보면서
줄어진 후회만큼 나는 오늘 밤 좀 더 편안한 잠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