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방에서 누리는 여유
나는 빨래방에 있는 시간이 좋다
찹찹찹 세탁기가 돌아가며 내는 물소리
더러운 물을 꼭꼭 짜며 돌아가는 기계음이
내 일상의 무거움을, 더러움을 씻어버리는 것만 같다.
건조기로 옮기고 동박버튼을 누르면 빨래가 날아다닌다.
열기가 뜨거워서인지, 아니면 기분이 좋아서인지
펄펄 날아다닌다.
두 시간 가가이 빨래방을 전세내듯 머물며
기계음과 섞인 음악을 듣고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이른 아침 배달된 신문을 읽고 화장품 광고책자를
읽는다.
메모지 한 장을 찢어서 갑자기 생각난 뭔가를 적는다.
다시 한 장을 더 찢어서 또 적는다.
빨래방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훤히 보이는 밖이지만 그곳의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아서일까.
기계소리와 음악의 리듬이 내 주변 모든 공간을
채우기때문일까.
가급적 사람들이 없을것 같은 시간대에 방문하기때문에
오롯이 나 혼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편하다.
남들은 카페에서 글을 쓴다는데
난 빨래방에서 글을 써볼까 생각하며 웃는다.
괜찮을것 같기도 하다.
장소가 어디든 내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곳이면 되지 않을까.
사장님이 식물카우기를 좋아하셔서 화분들도 꽤 있다.
창밖풍경도 예쁘다.
벚꽃이 필때도 예쁘고 꽃비가 날릴때는 바깥만 쳐다본다.
이제 곧 단풍인 들텐데 그 또한 눈호강이 될것이다.
정해진 시간이 있는것 그래서 남은 시간을 알 수 있는 것도
마음을 편하게 한다.
알고 있으니 조바심이 나지 않고
그 시간동안 내가 하고 싶은걸 하면 된다.
우리 인생도 끝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없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긴장과 떨림도 좋지만 우리 일상이 매일 그럴수는 없다.
아는길을 가는 것처럼
매일 통화하는 친구의 전화번호를 오늘도 누르는것처럼
매번 반복되지만 그래서 편안한것이 우리에겐 힘이 될 수 있다.
눈치보기, 스트레스, 긴장이라는 짐을
빨래방에서 혼자가 되면서 풀어버린다.
슬리퍼를 신고, 체육복을 입고, 맨얼굴이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곳
그곳에서 빨래가 새롭게 변신하듯
나도 두 시간 머무는 사이 무거움을 씻고 가볍게
일상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