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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Oct 09. 2024

빨래방 가는 날

빨래방에서 누리는 여유 

나는 빨래방에 있는 시간이 좋다


찹찹찹 세탁기가 돌아가며 내는 물소리 

더러운 물을 꼭꼭 짜며 돌아가는 기계음이

내 일상의 무거움을, 더러움을 씻어버리는 것만 같다.

건조기로 옮기고 동박버튼을 누르면 빨래가 날아다닌다.

열기가 뜨거워서인지, 아니면 기분이 좋아서인지

펄펄 날아다닌다.


두 시간 가가이 빨래방을 전세내듯 머물며

기계음과 섞인 음악을 듣고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이른 아침 배달된 신문을 읽고 화장품 광고책자를 

읽는다.


메모지 한 장을 찢어서 갑자기 생각난 뭔가를 적는다.

다시 한 장을 더 찢어서 또 적는다.

빨래방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훤히 보이는 밖이지만 그곳의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아서일까.

기계소리와 음악의 리듬이 내 주변 모든 공간을

채우기때문일까.

가급적 사람들이 없을것 같은 시간대에 방문하기때문에

오롯이 나 혼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편하다.


남들은 카페에서 글을 쓴다는데

난 빨래방에서 글을 써볼까 생각하며 웃는다.

괜찮을것 같기도 하다.

장소가 어디든 내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곳이면 되지 않을까.

사장님이 식물카우기를 좋아하셔서 화분들도 꽤 있다.

창밖풍경도 예쁘다.

벚꽃이 필때도 예쁘고 꽃비가 날릴때는 바깥만 쳐다본다.

이제 곧 단풍인 들텐데 그 또한 눈호강이 될것이다.


정해진 시간이 있는것 그래서 남은 시간을 알 수 있는 것도

마음을 편하게 한다.

알고 있으니 조바심이 나지 않고

그 시간동안 내가 하고 싶은걸 하면 된다.

우리 인생도 끝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없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긴장과 떨림도 좋지만 우리 일상이 매일 그럴수는 없다.

아는길을 가는 것처럼

매일 통화하는 친구의 전화번호를 오늘도 누르는것처럼

매번 반복되지만 그래서 편안한것이 우리에겐 힘이 될 수 있다.


눈치보기, 스트레스, 긴장이라는 짐을

빨래방에서 혼자가 되면서 풀어버린다.

슬리퍼를 신고, 체육복을 입고, 맨얼굴이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곳

그곳에서 빨래가 새롭게 변신하듯 

나도 두 시간 머무는 사이 무거움을 씻고 가볍게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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