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02
코로나가 종식되고 사람들은 타의로 제지당했던 여행의 한이라도 풀 듯 너 나 할 것 없이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생겨 난 단어인 오버 투어리즘. 어딜 가나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오버 투어리즘의 프라하라지만 오전 6시가 막 지난 일요일의 프라하는 치장을 마치지 않은 맨얼굴로 내가 원래 알고 있던 풍경을 고스란히 내밀어주고 있었다. 선선하다 못해 쌀쌀한 여름 공기에 힘껏 숨을 들이마셨다. 한 걸음 걷고 사진, 또 한 걸음 걷고 사진. 비슷비슷한 사진이 조금씩 다른 형태로 사진첩에 쌓인다.
다시 화약탑과 구시가지 광장, 까렐교를 지나 프라하 성까지 걸었다. 구글로 검색하면 약 3km의 거리로 도보 40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실제론 걸음을 자주 멈춰 1시간 정도 걸렸다. 그러나 상상해보시라. 맑고 상쾌하고 자못 쌀쌀한 여름 공기, 한적한 프라하의 도심, 아름다운 건축물, 블타바 강, 새 소리 같은 것들을. 단연코 조금도 피로하지 않았다. 프라하 성 근처의 카페 야외 좌석에서 에그 베네딕트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먹으며 오전 햇살을 만끽했다.
현재 작동하는 천문시계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프라하 천문시계는 이곳의 대표 관광지라 이 주변은 언제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특히 정시에 진행되는 시계 쇼를 보기 위해 매 정각마다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룬다. 오전 내내 걷고 걷다 다시 구시가지 광장으로 돌아와 천문시계 건너편 레스토랑의 야외 좌석에 자리를 잡고 와인을 시켰다. 이런 초인기 관광지에서 파는 소비뇽 블랑 한 잔이 한 화로 만 원 이하라니. 이곳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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