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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의 남색 하늘, 꽃향기, 나를 알아보는 루프탑

폴란드, 바르샤바 02

by 제이


바르샤바는 나치 독일의 점령 하에 도시의 85%가 파괴되었으나 전쟁 후 시민들의 노력으로 구시가지를 비롯한 주요 건축물을 역사적으로 복원했다. 이 거리를 채우는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불과 몇 십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니, 재건된 도시라 더욱 아름다운 것 같기도 하다. 성 십자가 교회로부터 북쪽으로 조금 더 걸으니 지그문트 3세 바사 기둥과 바르샤바 왕궁이 있는 올드타운이었다. 내가 유튜브에서 보던 K팝 커버 댄스 팀이 춤을 추던 배경 그대로다. 마침 그 자리에서 또 다른 댄스팀이 비비의 노래로 영상을 찍고 있었다. 어린 학생들이 어설프게 추는 춤을 귀엽게 바라봤다. 이런 영상을 보고 이곳을 찾은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저 학생들은 전혀 모르겠지.


올드타운 구경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데 잠시 소강상태이던 빗줄기가 갑자기 굵어졌다. 곧 저녁 시간이기도 했고 우산도 없으니 급히 근처 아무 식당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는데 나보다 뒤늦게 온 사람들의 맥주는 진작 나왔는데 내게는 주문조차 받으러 오지 않았다. 지나가는 서버를 눈짓으로 불렀더니 퉁명스러운 손짓으로 기다리란다. 때마침 비도 그쳐 그대로 메뉴판을 덮고 나왔다. 공짜로 비 안 맞고 의자에 앉아 쉴 수 있어서 좋았다 뭐.


미리 알아 두었던 폴란드식 돼지 족발 골롱카golonka를 파는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지글지글 돌 판에 볶은 양배추와 함께 나온 골롱카에 맥주 한 잔을 곁들였다. 야들야들한 족발 식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볶은 양배추가 꼭 볶은 김치와 같은 맛을 내 안 물리고 잘 먹었다. 이래서 배추가 없는 곳에선 양배추로 김치를 담나 보다. 이름 모를 식당에 들어가 어물쩍 또 피에로기를 먹을 뻔했는데 잘됐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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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무료)

https://bricksmagazine.co.kr/theme/?idx=168262780&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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