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네트워킹에 대한 작은 생각
외현보다 내실에 중점을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 할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어느새’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지인들을 대상으로 전화나 메시지, 경우에 따라서는 연하장 등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그동안 베풀었던 은혜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감사를 표해야 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이런 저런 일로 인해 만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다양해지기 때문인데 그만큼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관계의 폭이 넓어진다고 해서 그 깊이까지 깊어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지속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소위 말하는 인맥관리에 소홀해서 그런 것인가? 여기에 대한 답은 문화인류학자인 옥스퍼드대학교의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에게서 구할 수 있다.
그는 진화론에 근거해 인간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가 150명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를 일컬어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확인해보니 나의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지만 지속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 이들은 ‘던바의 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다.
SNS 등을 포함해 인간관계의 폭이 양적으로 확장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관계의 질적인 측면까지 동시에 만족스러워진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의 질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상대방에 대해 개별적인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은 인간관계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름길 중 하나다.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줄어들면 상대방이 처한 상황이 보인다. 상대방의 상황이 보일 때 당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그렇지 않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자기편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자기편의적인 행동은 이른바 효율성으로 포장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복사해서 붙이기(ctrl+c, ctrl+v)한 감사의 메시지를 들 수 있다. 안하는 것보다야 나을 수 있겠지만 정작 있어야 할 진정성이나 진심을 느끼기는 힘들다.
아울러 상대방과의 관계를 제로 섬(zero-sum)이 아닌 포지티브 섬(positive-sum)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혹 서로가 이해관계로 얽혀있다손 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제 잠시 시간을 내어 주소록을 펼쳐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려보고 올 한 해 그리고 당신의 삶에서 감사함을 표해야 하는 이들을 찾아 그간의 안부와 함께 감사의 메시지를 적어보자.
정제된 내용도 좋지만 그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면 더 좋다. 가능한 구체적으로 표현해보자. 적어도 당신과 그들의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더욱이 눈앞으로 다가온 연말연시는 그동안 어색해서 주저했던 것조차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