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즈
스누즈.
그걸 왜 만들었을까?
누구나 너를 두 번 씩은 차버릴 수 있게!
처음 울릴 땐,
“으… 제발…” 하며 손으로 널 치워버린다.
입으론 다정하게 ‘하암’ 하면서 말이다.
두 번째 울릴 땐 조금은 너를 미워하게 된다.
“왜 또…, 벌써?”
세 번째쯤 되면 약간 감정이 섞인다.
“하아-, 나 진짜 일어난다니깐…”
그래도 넌, 울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안 한다.
그저 묵묵히 울고 또 울고,
내가 결국 일어날 때까지…,
마치 어김없이 찾아오는 집착형 연인처럼.
그래서 나는 생각해 본다.
세상에 이렇게 많이 차이면서도
한 번도 토라지지 않고,
언제나 똑같은 간격으로
다가오는 존재가 너 말고 또 있을까?
사람이었으면
벌써 마음의 문을 닫고도 남았을 텐데.
기분 나쁘다며 울지도 않고,
뒤돌아서지도 않고,
어김없이 같은 시간이면 돌아오는 너.
가끔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필요할 때 제시간에 다가가서
잠에서 깨울 만큼은 아니더라도
마음이 식기 전에 한 번쯤은
“일어나, 괜찮아?” 하고 말해줄 수 있는 존재.
물론 현실에선
한 번 차이면 자존심이 상하고,
두 번 차이면 그냥 눕고 싶어진다.
근데 너는 안 그렇잖아.
심지어 설정해 둔 시간에 맞춰
되게 성실하게 울잖아?
이제는 안다.
스누즈는 단순한 알람이 아니라,
삶에서 가장 꾸준히 다가오는 ‘작은 관심’이라는 걸.
오늘도 내 하루를 먼저 깨우는 건
내 책임감도, 목표도, 누군가의 말도 아닌
바로 너다.
그러니까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데 너 내일도 나한테
두 번은 차일 준비 돼 있는 거지?
* 스누즈(Snooze)는 알람 시계나 휴대전화에서 알람을 잠시 멈추게 하고
일정 시간 후에 다시 울리게 하는 기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