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
모두가 잠든 밤.
아무도 깨어있지 않았고,
거실 시계 초침 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만큼 고요했다.
그 밤에, 딱 하나 –
내 방에 홀로 환하게 켜져 있는 스탠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작은 스탠드를 내가 몇 번이나 켰을까?
하루를 반성하려고,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려고,
아니면 그냥… 잠들기엔 너무 아쉬워서.
그렇게 켰던 날들이 과연 얼마였을까?
그럴 때마다 스탠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기 빛을 꺼내 내게 나눠줬다.
참 착하다.
남들 다 자는데도
괜히 나만 안 자겠다고 버티는
이기적인 인간 하나를 위해,
너는 아무 말 없이 켜져 있어 주었으니 말이다.
이 정도면 그냥 스탠드를 켠 것만은 아니다.
‘이루고 싶은 마음’에 불을 켠 것일지도.
원고 마감에 시달리는 작가도,
시험을 앞둔 학생도,
창업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창업가도,
결국은 스탠드 앞에서 꿈을 닦는다.
그리고 쓸쓸한 밤에 자기 혼자 있지 않다는 걸
그 조그만 불빛으로 확인한다.
물론, 그런 나를 보며
스탠드도 슬쩍 한숨쯤은 쉬었을 거다.
“뭐야, 또? 오늘도?”
“밤 11시에는 누워 있겠다던 사람 어디 갔냐고….”
하지만 넌 매번 켜준다.
말없이, 투정도 없이.
가끔 내가 손바닥으로 슬쩍 가려도
"괜찮아, 나 아직 여기 있어" 하듯 은은히 빛을 밝힌다.
스탠드는 그렇게 아무 말이 없지만,
그 조용한 빛으로 늘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네가 뭐가 되고 싶든,
나는 지금 그걸 위해 켜져 있어.
그러니 힘내면 좋겠어.”
고마워.
오늘도 아무것도 안 보는 곳에서
나 하나 보겠다고 혼자 빛나줘서.
고마워.
오늘도 얼굴 찡그리고 머리 쥐어뜯고 있는
나 하나를 위해 반짝이며 지켜봐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