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카메라는 보고 싶은 대로 보여줘.
그래서 요즘, 너는 나를 멀리하는 거니?
- 거울 -
그나마 자주 보지 않던 거울이지만
요즘은 거울을 점점 덜 본다.
샤워를 마치고도, 외출 준비를 하면서도
예전처럼 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줄었다.
쳐지는 입꼬리 방지를 위해
가져다 놓은 책상 위의 거울도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고, 바빠서일 수도 있지만
사실도 과연 그럴까?
거울은 참 정직하다.
나를 속이지 않고, 그날의 표정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지친 날엔 지친 얼굴을, 슬펐던 날엔 찡그린 표정을,
의욕이 없는 날엔 축 처진 어깨까지 낱낱이 보여주니까.
그건 마치 누가 아무 말도 없이
“너 요즘 좀 힘들지?”
하고 들여다보는 느낌이라
도망치고 싶을 때가 많다.
반면 셀카는 다정하다.
사진 앱을 켜는 순간, 내 얼굴은 조명과 필터로 감싸진다.
턱선은 살짝 올라가고, 눈동자는 맑아진다.
얼굴에 있는 수많은 주름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 각도든 그럴듯한 표정이 만들어진다.
내가 괜찮아 보이길 원하는 마음을
셀카는 참 잘 알아채고, 기꺼이 협조해준다.
“괜찮은데?”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안도하는 순간,
나는 셀카를 고맙게 여긴다.
거울은 진실을 말하지만 위로하지 않는다.
셀카는 진실을 감추지만 나를 안심시킨다.
어느 쪽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때로는 정직이 아프고,
거짓이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그런 날이 있다.
거울을 보면
드문드문 올라오더니 어느덧 가득 채운 흰머리에
울컥할 것 같아서 애써 외면하고,
대신 셀카를 한 장 찍는다.
뽀샵 필터를 걸어서...
그 안에서 나는
조금 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인다.
사실 그렇게라도 버티고 싶은 거다.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 이전에
내가 나를 견디는 방법으로.
하지만 거울을 완전히 외면한 채 살아갈 순 없다.
어느 날은, 셀카로도 위로가 안 되는 날이 찾아오니까.
그럴 때는 정직한 거울 앞에
강제로 정직하게 서야 한다.
무너진 나를 그대로 마주하고,
“그래, 오늘은 좀 그렇다”
하고 인정해야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그 인정은 때론 치유의 첫걸음이 되기도 하니까.
거울은 나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너 자신과 솔직하니?”
그 질문은 때론 무섭지만,
그만큼 진짜 나와 가까워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괜찮아 보이고 싶은 것도 네 마음이야.”
그 마음도 나는 소중하게 여긴다.
있는 그대로의 나와,
괜찮아 보이고 싶은 나.
둘 다 나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거울과 셀카 사이를 오간다.
정직함과 위로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가끔은 거울을 보고 찡그리고,
가끔은 셀카를 찍고 웃는다.
어느 쪽이든,
나는 나를 마주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거울 속에든, 셀카 속에든,
“오늘도 고생했어. 그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