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 대한 단상들
어떤 이에게 명상은 가까이 하기에 불편한 것이고,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람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명상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도대체 왜 생긴 걸까?
명상이 지녔던 누명
명상은 인류 고대의 전통 수행법이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근원적으로 품게 되는 질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선조가 행했던 행위인 것. 그러다 어느 날 고타마 싯다르타가 명상을 하다가 깨달음을 얻었기에 불교 수행법으로서 오늘날까지 이어왔지만, 명상이 단지 특정한 종교적 행위는 아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명상은 ‘세상의 이치와 삶의 진리’를 얻는 것, 즉 ‘도’를 구하고자 행했던 것인 만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명상은 도인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늘날 ‘도를 아십니까?’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경계하는 말이 됐다. 아마도 길에서 무작정 “얼굴이 맑으시네요” 라며 다가오는 수상한 단체들 탓에, 이런 곳 끌려가면 큰일 난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양산된 건 아닐지. 또 지난 근대사에서 몇몇 ‘도인’들이 사회적 공분을 산 사례도 있었고, 무엇보다 너도 나도 성공을 위해 실리를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에 ‘도’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재조명을 받은 명상의 다른 이름, 마음 챙김
명상이 트렌드처럼 확산된 건 7~8년 전쯤으로 체감한다. 구글, 아마존 등 실리콘 밸리에서 명상이 취업 시 가산점을 얻는 이력이 되고 명사들이 명상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유행처럼 퍼졌던 명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 하면, 존 카밧진 Jon Kabat-Zinn 교수가 틱낫한과 한국의 숭산 스님 등 선불교 스승들께 배운 후에, 그 가르침을 기반으로 과학 연구와 접목하여 현대적 명상을 정립한 것. 바로 ‘마음 챙김’이라 해석되는 ‘마인드풀니스’ 이론으로, 마음 챙김 명상이 스트레스, 불안, 고통, 통증을 다루는 데 도움을 준다는 걸 밝혀냈다. 그리고 그 사례들이 입증되면서, 마음 챙김 명상은 정신 건강 관리법 내지 마음 근육 훈련법으로 지평을 넓히게 됐다. 미국을 넘어 우리나라에까지!
‘도’ 이전에 ‘마음 챙김’이 절실한 현대인
그리하여 우리가 ‘명상’이라고 부르는 행위에 대한 시각은 과거와 지금이 달라졌다. ‘도’를 구하기 위한 수행법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웰니스적 수단이 됐다. 우울감, 번아웃, 수면 장애 등은 마치 현대인의 디폴트 값처럼 인식되어 버린 시대에 명상은 이러한 정신적 질병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삶의 기술이 된 것이다. 그러니 명상이 여느 문화처럼 잠깐 주목받다가 이내 사라질 거라고 치부하면 오산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래 없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명상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더 필요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진화인 셈이다. 명상이 그저 유행이 아닌 건강한 삶의 덕목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이유다.
하지만 결국엔 ‘도’를 구하는 길
그런데 마음 챙김이 습관화되고 마음 근육이 커진 후에는? 현대인도 결국엔 인간이기 때문에 근원적 질문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즉 ‘도’를 향한 열망을 마주하게 된다. 건강한 생활을 통해 우울감이나 번아웃 등의 정신적 문제로부터 해방된다 해도, 삶에 대한 근본적 이해에 닿지 않으면 공허함은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왜 태어난 걸까, 무엇을 나누고 갈 수 있는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명상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수단임은 현대에도 마찬가지다. 내 안의 ‘도’, 혹은 ‘빛’을 찾을 때, 즉 실리가 아닌 진리를 추구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