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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제비 - 여섯 번째 소식

러닝/키링/허니버터브레드/The Black Keys

by 릴리리

[오늘의 스토리]

한 달 정도 전부터 러닝을 하고 있다. 야외를 달리면 이런저런 사색도 하고 풍경도 보고 글쓰기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을 것 같지만, 무더위 속을 달리고 싶진 않아서 에어컨이 빵빵하게 가동되는 아파트 단지내 헬스장을 애용하고 있다. 옛날엔 내 몸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빨리 달리는 것만 목표로 뒀었는데, 이번엔 그냥 하루 40분 정도만 무리하지 말고 가볍게 뛰려고 하고 있다. 거창한 목표는 없다. 유튜브로 시답잖은 영상을 보며 별 생각 없이 달린다. 소파에 누워 과자를 먹으며 보는 것보다는 뛰면서 보는 게 나은 것 같다.

꾸준히 한 달 정도 뛰다 보니 조금씩 늘어서 처음엔 3킬로미터도 버겁던 것이 이제는 5킬로미터는 너끈히 뛴다. 물론 너무 힘들고 하기 싫어서 겨우겨우 시간만 채우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4킬로미터도 못 뛴다. 하지만 그러고나면 다음 날은 5킬로미터도 힘들지 않다.

딱히 페이스가 더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달리고 있는 시간이 늘어서 다행이다. 애초에 체력을 키우려고 시작한 거였으니까, 빠른 것보다는 꾸준히 계속 하려고 한다.


[오늘의 물건]

십대 때부터 무언가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걸 좋아했다. 스무 살 때부터 학교 수업이나 여행 등으로 거의 매년 일본엘 갔는데, 갈 때마다 디즈니 스토어에 들러 예쁜 인형 키링을 사서 가방에 달고 다녔다. 원조 ‘주렁주렁 러버’로서 몇 년 전부터 계속되는 키링 유행은 반갑지 그지 없다. 더 이상 예쁜 키링을 찾기 위해 헤매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편하게 소파에 누워서 손가락만 움직여도 인터넷으로 예쁜 키링을 살 수 있게 됐다. 이것저것 골라서 나만의 조합을 만드는 것도 재밌다. 이 키링 유행이 부디 앞으로도 지속되면 좋겠다.


[오늘의 풍경]

허니버터브레드가 유행한 적이 있다. 아주 두껍게 썬 식빵을 9조각이 되게 칼집을 넣은 후 토스트해 버터와 꿀 내지는 시럽을 올린 다음 휘핑크림과 캐러멜 시럽이나 초코시럽을 두른 디저트다. 쿠폰이 생겨 허니버터브레드를 오랜만에 먹었다. 다른 메뉴를 먹을 수도 있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보는 디저트라 추억의 맛으로 먹어봤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담백한 토스트에 시럽과 휘핑크림이 달콤하게 어우러져 맛있게 먹었다. 가끔은 이런 옛날 디저트도 좋다.


[오늘의 음악]

Man On A Mission - The Black Keys

미국 듀오 더 블랙 키스의 최신곡. 8월 8일에 나온 따끈따끈한 앨범 <No Rain, No Flowers> 수록곡이다. 11곡인데 37분이니, 록 밴드도 짧아지는 요즘 노래 트렌드를 피하진 못한 모양.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가 애플뮤직의 신곡 리스트에 떠서 들었는데, 여전한 블루스 사운드가 기분 좋다. 록 키드의 심장에 불을 지피는 기분이다.

음악에는 즐겨듣던 그 시절의 추억이 새겨진다. 기분 뿐만 아니라 그 때 맡았던 공기의 내음, 자주 갔던 곳, 그 때의 고민 같은 것들이 나이테처럼 음악에 새겨져 먼 훗날 다시 그 노래를 들었을 때 그 기억을 그대로 가져다준다. 프루스트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에서 잊고 살았던 옛 기억을 되살렸지만, 나는 음악으로 그걸 꺼낸다. 그래서 한 때 열심히 들었던 곡은 다시는 열심히 듣지 않는다. 새로운 기억으로 옛 추억이 덮이기 때문이다. 마치 같은 파일에 덮어쓰기로 저장을 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2025년 여름을 이 곡으로 기억하고 싶다.

<No Rain, No Flowers> 앨범 아트커버(2025, Warner Records Inc.,under exclusive license from The Black Keys)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금 주 5회 발행. 공휴일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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