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귀뚜라미가 들어왔다/립의 유혹/pami-kiss me blue
[오늘의 스토리]
집에 귀뚜라미가 들어왔다. 10층이 넘는 아파트 어디로 들어왔는지 대체 모르겠지만, 아무튼 들어왔다. 찾아보니 아파트에 귀뚜라미가 들어오는 것도 흔한 일이라고 한다. 열어놓은 문이나 외출했다 집에 들어가는 사람 옷에 붙어 들어간다는데, 옷에 붙어 있던 거 같지는 않고 모르는 사이에 열린 문으로 들어왔나 보다…고 생각해 보지만, 현관에서부터 베란다까지 그 먼길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무사히 갔다는 사실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놈의 실체가 눈에 보이면 괜찮은데, 도무지 어디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에어컨에서 소리가 나길래 ‘에어컨의 무슨 부품이 닳으면 귀뚜라미 소리가 난다던데 에어컨 문제인가 보다’하고 넘겼다. 근데 다음 날 에어컨을 끄고 있는데도 귀뚤 귀뚤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손이 벌벌 떨릴 뻔 했지만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고 에어컨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귀뚜라미 더듬이 비슷한 것도 찾지 못했다. 에어컨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은데 차마 열어볼 용기는 나지 않아 귀뚜라미 덫을 놓기로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귀뚜라미는 과일, 채소, 건어물 등 뭐든 먹는 잡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며칠 전 먹다 남긴 한입 쥐포 조각을 일회용 플라스틱 컵 안에 넣고 컵을 기울여 놓았다. 각도가 30도 이상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귀뚜라미가 들어가는 가도 나오지는 못한다고 한다. 컵 안에 들어갔다가 다가가는 순간 폴짝 뛰어나오는 걸 상상해 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른 묘안이 떠오르지 않으니 덫을 설치했다.
몇 시간이 흘러도 귀뚜라미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잠잠했다. 쥐포 냄새를 맡고 허기를 느껴 생의 의지를 포기한 것인지, 꼬박 이틀을 에어컨 안에 갇혀 힘이 빠져버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괜히 다른 벌레라도 꼬일까 무서워 덫을 치워버렸다.
그후로 다시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듣는 일은 없었다. 앞으로도 없길 바란다. 사람은 사람의 사는 곳에서, 곤충은 곤충의 사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며.
[오늘의 물건]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는 말이 있다. 특히 립 제품은 몇 개를 가지고 있어도 새로운 컬러나 좋아하는 캐릭터의 컬래버레이션 라인이 나오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긴다. 소비를 부추기는 소비지향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상술에 놀아나면 안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결국 손가락은 구매 버튼을 누르고 만다.
오늘은 마이멜로디와 쿠로미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보고 말았다. 과연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늘의 음악]
kiss me blue - pami
파미는 태국의 싱어송라이터로, 처음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는 영락없는 우리나라 사람인줄 알았다. 남편의 추천으로 듣게 됐는데 프레시한 무드가 기분 좋은 음악을 한다. 맥 드마르코나 보이파블로를 연상케 하는 쟁글팝인데 거기에 태국의 햇살과 청량함을 잔뜩 끼얹은 느낌이다. 도심 속에서든, 자연에서든 잘 어울리는 곡.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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