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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병 말기 환자의 참다랑어 회가 있는 식탁

댓글 고맙습니다/참다랑어 회가 있는 식탁/Cocteau Twins

by 릴리리

소소한 제비 스물다섯 번째 소식

*어제 다 적어놓은 글이 발행되지 않았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뒤늦게나마 올립니다.


[오늘의 스토리]

가끔 댓글이 달린다. 댓글을 달 정도로 인상적으로 읽어주셨다는 점이 매우 감사하지만, 답글은 달지 않는다.

글만 보면 한없이 진지한 사람 같지만 사실은 온종일 멋진 개그와 촌철살인 같은 한 마디만 생각하는 ‘쿨병 말기’ 환자다. 그래서 댓글을 읽고도 뭐라 답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서(진지하게 갈 것인가, 약간의 유머를 섞을 것인가?) 고민만 하다가 만다. 그래서 답글은 달지 않지만 다 보고는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초심을 잃지 않고 글을 쓰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이미지를 가져왔습니다. 출처 아시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쿨병 말기입니다..

[오늘의 풍경]

쓰고 싶은 건 많은데 거기 어울리는 적당한 사진이 없어 고사하고 있는 소재들이 있다. 그래서 주로 사진 보관함을 뒤지다 적당한 사진에 맞춰 글을 쓰곤 한다.

오늘의 풍경은 ‘참다랑어 회가 있는 식탁’. 참치는 뱃살 쪽을 고급으로 치는데, 뱃살은 너무 기름져서 선호하지 않는다. 스시집에서 나오는 오오토로는 정말 입안에서 사르르 녹지만 딱 한 점 먹으면 족하고, 보통 우리나라에서 파는 참치회의 대뱃살은 질긴 근막 같은 것이 중간에 섞여 있어 먹기가 영 곤란하다. 배꼽살도 질겨서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건 아카미, 참치 등살이다. 상대적이고 저렴하고 많이 나오는 부위지만 철분이 잔뜩 들어있는 선명한 붉은색의 맛이 좋다. 담백해서 여러 점을 먹어도 물리지 않고, 좋은 술과 함께면 더 좋다.

며칠 전에 마트에 갔더니 참다랑어 회를 팔아서 남편이 사줬다. 혼자 친구들과 맛있는 거 먹고 와서 미안한 마음 반, 앞으로 일주일 동안 집을 떠나 있어 오롯이 나 혼자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미안함 반이었다. 혼자서 화이트 와인 한 병을 다 마실 자신은 없어(점점 술이 약해지고 있다) 하이볼에 먹었다. 맛있었다.

남편이 돌아오면 종종 가는 참치 집에 가서 아카미 블럭을 사달라고 해야겠다.


[오늘의 음악]

요즘 자꾸 드림팝이나 쟁글팝 노래가 귀에 들어온다. 맑게 짤랑거리는 청명한 사운드가 소리로 꽉 찬 음악들 가운데서 귀를 잡아끄는 모양이다. 오늘의 선곡은 드림팝의 시조라 불리는 스코티시 밴드 콕토 트윈스의 ‘Iceblink Luck’. 1990년 나온 그들의 대표작 <Heaven Or Las Vegas> 앨범에 실린 곡이다.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거나 하지 않다. 이 곡을 들으며 육아에 화가 잔뜩 난 심신을 달래 본다.

이 또한 지나가리.

<Heaven Or Las Vegas> 앨범 커버 아트(1990 4AD Ltd)

발행의 변(辨)

: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는 제비처럼 소소한 일상 소식을 나르는 매거진. 종종 하잘것없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모먼트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금 주 5회 발행. 공휴일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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