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지기의 에세이
“턱관절을 열어보겠습니다. 입을 살며시 열어 혀와 입천장의 공간을 허락해봅니다.
턱관절을 열고 숨을 쉴 때,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이 조금 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관찰해봅니다.”
내가 진행하는 수업 중에 감각인지 훈련을 하는 시간이었다. 두 사람이 눈에 띄었다.
모두가 입을 열고 호흡하는 동안 입을 다물고 있는 두사람.
‘입을 열라고 했는데 왜 입을 안 열지?’ 라는 생각은 한 번 더 상세하고 친절(?)한 안내를 부추겼다.
“윗 입술과 아랫 입술을 살며시 떼어 호흡해봅니다.”
그들은 끝내 입을 다물고 있었다. 턱관절 이완에서 배의 움직임으로 안내가 넘어갔지만 종종 마주하는 수강생의 반대(?) 행동이 잠시 마음에 여운(?)을 주었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이틀 후, 표현예술치료를 함께 공부하는 동기와 감각훈련 연습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동기는 호흡으로 이완을 돕는 안내를 했다.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는 동안 배 쪽에 주의를 두어 봅니다.”
동기의 안내에 맞춰 배 쪽에 주의를 두고 호흡을 시작했다.
‘청바지를 입고 호흡 연습을 해서 그런가? 배의 움직임이 밴딩 바지를 입었을 때보다 덜 느껴지네?’ 라는 생각이 오고 갈 때 즈음 다시 동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숨을 들여 마실 때 배가 들어가고 숨을 내쉴 때 배가 나오는 것을 관찰해봅니다.”
‘아까 보다 더 세부적으로 안내를 해 주시네? 그런데 오늘따라 숨을 들여 마실 때 배가 들어가고…
나오는 느낌이 하나도 안 느껴져... 청바지가 넘 타이트한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매달리기 시작하자,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 주의를 두는 것은 물 건너갔다.
그 순간,
“잠시 후에 천천히 눈을 떠 보겠습니다.”
동기의 마무리 안내 멘트가 이어졌고 조금 전의 생각들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연습을 마친 후 동기의 소감을 들었다.
“근하님의 배가 들어가고 나와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한 번 더 상세하게 안내했어요. 그런데도 안 보이더라고요. 그 순간 ‘마른 사람은 티가 안나나? 내가 이래서 마른 사람을 싫어한다니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동기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청바지 때문인 것 같다고 답하고는 동기를 바라보며 함께 웃었다.
연습이 끝나고 수련을 안내해주시는 선생님과 함께 전체 체크 아웃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께서 우리의 소감을 들으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강생 중에 명상을 꾸준히 해 온 수강생이 있었어요.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쉬며 호흡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여러분께 명상에서 알려 준 호흡을 안내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숨에 주의를 두어 몸에서 느껴지는 반응을 관찰해보라고 안내했을 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나요?’를 물었을 뿐이죠. 우리는 정답을 찾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신이 생각한 정답으로 가지 않으면 통제하려고 하죠. 안내자로서 기억했으면 해요.
‘정보는 주지만 통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