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병원나이로는 아직 20대인데 왜 이렇게 임신이 잘 안 될까요, 하며 선생님께 하소연 하던 것이 무색하게 나에게 쌍둥이가 생겼다. '아기집이 두 개네요, 이란성 쌍둥이입니다.' 라고 너무도 덤덤하게 말씀하시던 주치의 선생님.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은 아들 쌍둥이 엄마셨다.
당황과 걱정의 시간은 짧았고, 입덧과 함께 찾아온 노잼 기간은 길었다.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걱정은 사치였다. 당장 오늘이 문제인걸. 아무 것도 먹지 못 할 것 같은 기분이지만, 정말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사지가 떨리고 졸도할 것 같은 느낌이 오기 때문에 억지로 몇입 밀어 넣어야 하는 서글픔. 어떤 사람들은 음식 사진만 봐도 속이 울렁거린다는데, 나는 매일 누워 맛집을 검색했고 과장이나 비유가 아닌 '실제로' 눈물을 흘리며 맛집들을 하나 하나 저장했다. 옷소매를 눈물로 적셔가며 여기도 가야지, 저기도 가 봐야지...
입덧으로 4~5킬로 정도가 빠졌지만 선생님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안색이 아주 나쁘지 않다'는 격노할 만한 말씀을 하시며 조금만 더 버텨 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보통의 안색으로 지낸지 17주 쯤 되었을까, 격동의 입덧 시기는 서서히 끝이 보였다.
하지만 임신 기간에 끝이 어디 있겠나. 입덧 지나면 임당검사, 임당 무사통과하면 허리통증, 다리저림, 명치막힘, 위산역류, 불면증 콜라보. 막달이 다가오면 이 관절이 내 관절이 맞나 싶게 모든 관절, 연골 하나하나가 흐물흐물 해 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37주 1일(쌍둥이는 40주가 아닌 37주가 만삭이다), 나의 노잼시기 종료와 함께 찐-한 쌍둥이 육아가 시작되었다. 아직도 진행 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