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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란 무엇인가

영화 <더티 댄싱>과 취미의 개인주의적 의미

by 홍주현

노래와 춤 때문에 영화 <더티 댄싱> 마지막 장면이 담긴 유툽 영상을 자꾸 반복해서 보게 된다. 반복해서 보다 보니, 문득 이 영화가 개인주의적 의미를 담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를 차지하는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 얘기가 주요 줄거리이긴 하지만, 단지 로맨스로만 보기엔 아쉽다. 전반부에서 여주가 남주의 임신한 파트너를 대신하기로 하면서 훈련하는 춤 연습 과정이 그렇다.


여주는 평화봉사단 활동가를 꿈꾸는 학생으로 평소 춤에 관심 없었다. 그런데 휴가지에서 우연히 본 젊은 남녀의 춤 모습에 은근히 끌려 그 주위를 얼쩡거리다가 춤꾼인 남주의 댄스 파트너가 되면서 그제야 춤을 배우기 시작하는 인물이다.


생전 처음 춤의 매력을 깨달은 그는 서툴지만 춤 연습에 몰입한다. 그리고 마침내 프로인 남주의 본래 파트너 못지 않게 근사한 춤 솜씨를 발휘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춤 연습을 시작할 때의 목적을 훌륭히 달성한 것이다.


바로 이 모습에 개인주의적 의미가 있다. 남주나 그의 본래 파트너 여성과 달리 여주에게 춤은 일종의 취미였기 때문이다. 즉, '개인'에게 취미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취미는 '개인'이 등장한 근대의 산물이다. 물론, 전근대 시대에도 여가시간을 보내는 소일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귀족이나 종교인과 같은 특정 계급에만 해당했고, 더욱이 그 행위는 그 계급으로서의 미덕이나 덕목, 품위를 위한 것이었지 자기자신만의 사적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반면, '개인'에게 취미는 온전히 자기 만족을 위한 행위다. 취미라는 단어가 풍기듯 이 자기 만족은 자연히 내면의 만족이다. 따라서 취미 활동은 자기 내면과 마주하는 행위이고, 이에 몰입한다는 건 곧 자기 자신에게 몰입하는 것과 같다. 이를 통해 그는 자기 자신만의 기준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외부의 어떤 것이나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는 태도를 자연히 익히게 된다.


영화의 여주처럼 취미 활동으로 인한 결과물은 바로 그러한 자기 몰입과 독립적이고 단단한 태도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다. 그래서 개인주의 사회일수록 취미를 갖고 그에 몰입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올림픽에서 유럽과 미주 등 서구권과 일본 우승자 중에 생계를 위한 직업은 따로 있고 훈련은 여가 시간에 한 아마추어 선수가 적지 않은 데에는 이러한 개인주의 문화 영향도 있다.


자기 자신에게 몰입하면서 자기 기준을 갖는 건 결국 대부분 취미 활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개인주의적일수록 사교적이다. 자신의 성과물을 향상시키고 싶은 욕구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나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과 교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은 중요하지만, 사람을 기피하면서 교류를 성가셔하거나 어려워하는 건 개인주의적 태도와 오히려 거리가 먼 것이다.


취미가 직업과 꼭 구분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은 일이 곧 취미가 될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 등 기업을 일군 유수의 기업가에게는 일과 여가의 구분이 없다. 취미의 이런 측면 때문에 서구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특정 분야에 괄목할 만한 지식을 갖거나 성과 낸 사람을 매력적으로 여겨 인기가 많다고 한다.


얼마 전, 한 젊은 여성이 애인으로 삼을 만한 남자를 찾을 때 취미가 중요하다는 글이 돌았다. 헬스장이나 배드민턴 같은 건 취미라고 할 수 없고, 테니스, 골프, 양궁, 수영, 악기연주 처럼 돈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시각은 취미에 대한 이해 없이, 마치 전근대 사람처럼 취미를 그저 계급 집단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교양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안타깝게도 취미를 그저 장식처럼 생각하는 한 자신이 바라는 남성은 만날 가능성이 적다. 그런 남성이 매력을 느끼는 건 취미나 일이 무엇이든 그것에 몰입하는 태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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