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2
첫 뷰잉은 호스트인 Carmel과 다녀왔다. 사실 가격을 떠나 왠지 정이 안 갔다. 단번에 계약해버리면 분명 후회할 거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Carmel, 같이 안 가줘도 돼요. 왠지 이 집 계약 못 할 거 같으니 헛걸음하면 안 될 거 같아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차 창문을 통해 더블린의 비바람을 바라보며 그런 배려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음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제주도의 바람도 강했지만, 오늘 겪은 더블린의 바람은 인생 처음으로 경험해 본 꽤나 강력한 동화 속 어떤 존재의 입김과 같았다.
집도 동네도 깔끔했다. 너무 정돈된 파주 영어마을 같았다. 집 내부도 어느 것 하나 찐득한 생활 찌꺼기 따위 없었다. 침대도 널찍했고, 수납공간은 내 짐이 들어가기 부끄러울 정도로 넉넉했다. 그렇지만 뷰잉을 마치고 Carmel과 차에 나란히 앉아 동시에 느낀 첫인상은 깔끔하고 이쁜 집이지만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Carmel은 나중에 집에 돌아와 남편 Paul에게 설명하며 ‘isolated’ 라고 이야기했는데 딱 그 표현이 맞아 나는 가방 든 채로 'That’s righ! Yes!’ 연신 끄덕였다.
일요일에 보기로 한 집이 있는데, Carmel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그곳을 미리 한번 보자고 해 다녀왔다. 첫 집으로 향할 때는 공장만 가득해서 나는 그녀에게 '너네 동네와 분위기가 너무 달라’라고 말했었는데, 이곳은 지금 홈스테이 동네와 비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아직 집을 보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면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집에가서 나 자신과 비싼 월세를 매달 낼 수 있는 내 재산을 또 얼마나 어필해야 할지 머릿속은 벌써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