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소우(The Thaw, 2009)
백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된 새해였지만 여전히 이 세상에서 바이러스 종식이란 요원한 꿈인 듯싶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코로나 19는 결국 종식되겠지만 시간은 수년 더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가 아직도 몇 년 더 존재한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들이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사라져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올 수 있다고 예견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가 새로운 바이러스를 불러오는 대표적인 징후다. 빙하가 녹으면서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태고의 바이러스 등이 대거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마크 루이스 감독이 만든 영화 ‘더 소우(The Thaw, 2009)’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게 되고 빙하 안에 있던 매머드 화석에서 발견된 기생충이 깨어나면서 생기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빙하가 녹게 되면서 생길 수 있는 일 중 하나를 영화적 상상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 영화는 한동안 ‘알’ 공포증에 시달릴 정도로 혐오스러운 장면이 많다.
“수십 년간 우린 경고받아 왔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대재앙이고 현실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로 시작된다. 단단하던 빙하가 깨지고 녹는 모습도 지나간다. 본격적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생길 대재앙을 예고하는 듯하다. 우리나라 제목은 ‘해빙’. 적절하다. 영화 주인공 쿠르펜 박사와 그의 일행들은 녹고 있는 빙하 속에서 살려고 하는 북극곰의 생태를 관찰하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기록을 하고 있다. 이들은 북극곰을 촬영하던 중 녹아내린 빙하 밑에서 수만 년 전 활동했을 것으로 보이는 고대 매머드의 화석을 발견한다.
곧이어 다음날 이들은 생포해 기지 안에 가둬뒀던 곰이 죽어있다는 것도 발견한다. 이를 본 쿠르펜 박사는 원래 예정되어 있던 딸과의 약속을 취소한다. 박사의 대학생 딸과 친구들은 연구기지에 견학을 약속받은 상태다. 하지만 쿠르펜 박사는 기지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헬기 조종사 바트에게 딸과 친구들을 데리고 오지 말라고 연락한다. 바트는 연구기지 견학에 들떠 웃으며 다가오는 박사의 딸 에블린에게 “약속이 취소됐다”는 전언을 전한다. “오지 말라는 이유가 있나요?”라며 에블린이 반문한다. “글쎄, 무슨 이유가 있겠지.” 바트는 최선을 다해 대답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딸이 아빠의 말을 듣고 연구기지에 오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는다. 역시 에블린 당당하게 조종사를 거부하며 헬기로 다가선다. 가겠다는 완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바트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에블린 일행을 데리고 연구기지로 향한다. 이들이 비행을 하는 동안에도 빙하는 계속 녹아내린다. 에블린 일행은 녹아내리는 빙하를 보면서 걱정한다.
이 영화가 개봉된 당시는 2009년.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이다. 최근 빙하는 더욱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지난해 여름 북극 평균 온도는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극지방의 기온이 이렇게 올라가면 생길 기후변화의 위기를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연구기지에 들어선 에블린 일행은 기지 안에서 나고 있는 악취를 느끼고 원인을 찾는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하얀 북극곰이 썩고 있는 냄새다. 에블린 등은 곰 사진을 찍는다. 북극곰이 신기하기도 한 일행. 바트는 사진을 찍기 위해 북극곰의 머리를 감싸 안다가 뭔가에 물린다.
벼룩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일행들. 한편 쿠르펜 박사는 죽은 동료의 시신을 땅에 묻고 있다. 무슨 일인가 큰일이 벌어진 것이다. 쿠르펜 박사의 동료 중 제인 또한 몸이 좋지 않아 보인다. 허리를 움켜쥐며 통증을 호소하는 제인에게 아버지를 찾는 에블린의 무전이 도착한다. 제인은 쿠르펜 박사에게 “이들이 왜 왔냐”며 화를 내고 쿠르펜 박사는 다른 동료에게 “우리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라며 자신에게 확답이라도 받으려는 듯 강조한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고대 매머드의 화석을 발견한 것이 화근이었다. 매머드에는 수만 년 동안 잠자고 있던 기생충의 알이 있었던 것. 기생충의 알은 곰에게 옮겨갔고 쿠르펜 박사 일행과 그의 딸 일행을 공격했다. 이들이 처음 벼룩이나 작은 벌레에게 물린 것이라고 생각한 바로 그 기생충이다.
에블린은 이상한 말을 하며 죽은 아버지의 조교 제인을 살펴본다. 그전에는 몰랐던 제인의 배에는 처참한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배 안에는 기생충의 알이 득실거린다. 에블린은 제인의 눈동자를 뚫고 나오는 벌레를 발견했다. 기생충의 알이 생물의 몸에서 벌레가 되어 부화되어 나온 것이었다. 상황 파악 완료. 이제는 제대로 된 격리가 필요하다. 에블린은 제인을 천으로 싸서 격리된 실험실로 옮긴다. 환자와의 접촉을 피해 추가 감염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곰도, 제인도, 에블린의 친구 링도, 헬기 조종사 바트도 격리된 실험실에서 죽어간다. 그리고 격리된 실험실 안은 이들의 몸을 뚫고 나온 벌레로 가득 찬다.
쿠르펜 박사의 조교 제인은 죽기 전에 이런 말을 남긴다.
“그들이 떠나지 못하게 해야 돼.”
에브린은 제인의 말의 뜻을 이해하게 된다. 기생충에 감염된 이들은 단 한 명이라도 외부 세계로 나가서는 안된다. 한 명이라도 육지로 나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시키기 시작하면 결말은 끔찍하다. 감염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누구라도 알이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벌레에 물린 흔적이 없더라도 연구기지에 있는 모든 이들은 이곳에 남아있어야 한다. 제인은 이를 알고 연구기지로 돌아오기 전 쿠르펜 박사와 그의 동료를 총으로 쏘아 죽였다. 모두가 죽을 것을 알고 있었고 차후 벌어진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한 방법이었다. 사실 쿠르펜 박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에블린은 아빠의 영상이 담긴 비디오를 발견하고 틀어본다.
“이 기생충은 녹은 얼음 안에서 발견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부터 온 공포 중 하나입니다.”
쿠르펜 박사의 경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쿠르펜 박사는 직접 자신의 팔에 상처를 내 기생충을 주입했다. 쿠르펜 박사는 기후 온난화의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몸속 기생충을 통해 직접 보여줄 생각이었다. 에블린과 그의 친구 아톰이 영상을 보며 경악할 때 쿠르펜 박사가 연구기지에 들어선다.
아니 쿠르펜 박사는 아까 제인의 총에 죽었는데? 쿠르펜 박사는 제인의 총에 죽지 않았다. 아버지를 저지하려는 에블린과 아톰. 하지만 쿠르펜은 대의를 위한 것이라며 딸과 친구를 남겨두고 구조에 나선 헬기에 올라탄다. 에블린의 친구 아톰은 헬기에 매달려 헬기를 저지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만 높은 상공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에블린은 총을 쏴 헬기를 추락시키고 아버지가 탄 헬기는 격리된 환자와 곰이 있던 실험실에 떨어져 화염에 모두 불타고 만다.
혼자 살아남은 에블린. 추락사한 아톰은 숨이 넘어가기 직전 에블린에게 “이것은 시작이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에블린은 구조되어 이 일은 크게 방송되고 모두가 에블린이 이 이 멸망의 재난에서 사람들을 구한 것이라고 떠든다. 하지만 며칠 후 한 습지에 떨어져 죽은 새의 배 속에는 기생충의 알이 있었고 떠돌던 개가 새를 먹는다. 영화는 뉴스에 나온 아나운서가 에볼라, 사스, 조류 독감 등 인류가 계속해서 겪고 있는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해 경고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아나운서는 “단지 시간이 문제일 뿐 또 어떤 큰 ‘것’이 인간을 괴롭힐지 모른다”라고 말한다. 상상하기도 싫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쿠르펜 박사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아버지를 살해한 딸 에블린. 우리는 어떤 쪽의 메시지를 따라야 할까. 분명한 것은 인간만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새로운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