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엔나 한달살이: 볼 것 많은 구도심과 박물관들

빈 미술사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

by 야간비행


한달살이 할 도시에 도착하면 먼저 숙소 주변을 돌아보면서 한달살이에 필요한 편의시설 등을 확인한다. 이후 대중교통으로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도시의 구조와 가볼 만한 곳들의 위치를 가볍게 확인한다. 도시 전반적인 형태를 익힌 다음 명소와 역사적인 장소를 돌아본다. 이러한 과정은 볼거리가 없는 도시는 2~3일, 볼거리가 많은 도시는 4~5일 정도 걸린다.


지금까지 한달살이 했던 도시중 라오스 비엔티안은 이틀 지나니 더 이상 볼거리가 없어졌고 가장 볼거리가 많은 이스탄불도 5일 열심히 돌아다니고 나니 더 이상 볼만한 곳이 없어졌다. 유명한 관광지인 부다페스트와 프라하도 4일 정도 지나고 나니 더 이상 갈만한 곳이 없어서 이후에는 루틴에 따라 생활했다. 외국인이 서울에 와서 한 달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삼사일정도 지나고 나면 더 이상 볼만한 것이 없어져서 관광이 아닌 본인의 루틴에 따라 생활하게 될 것이다.


첫 주 며칠간 도시를 돌아보고 나면 이후 루틴에 의거하여 하루를 보낸다. 오전에 노트북 들고 카페에 가서 시간 보내고 오후 느지막이 걷거나 운동하고 저녁 먹은 후 유튜브 보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루틴대로 생활하다가 무료해지면 당일치기가 가능한 도시 주변 관광을 하거나 근교 산을 찾아 산행하면서 운동 겸 힐링을 한다.


비엔나는 볼 것이 참 많다. 1주일이 지나도 볼거리가 많이 남아있다. 500년의 역사를 가진 비엔나가 16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스탄불보다도 훨씬 볼거리가 많다. 볼거리가 많기도 하지만 시내 곳곳에 있는 명소들이 구경만 하고 지나가려는 나를 붙잡는다. 화려한 역사만큼이나 많은 서사를 가지고 있는 비엔나는 구경만 하고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1주일이 지나도 내 루틴대로 하지 못하고 시내를 배회하고 있다.

20250530_173833.jpg 슈테판 성당 앞 피아노 버스킹

비엔나에 있는 관광지중 유료인 곳이 80여 개이며 그중 세계적인 명소만 해도 10곳이 넘는다. 쉔부룬 궁전, 벨베데레 궁전, 호프부르크 왕궁, 미술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알베르티나 미술관, 시시 박물관, 레오폴드 박물관, 황궁박물관등은 500년간 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물과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한 곳만 관람하는데도 한나절이 걸릴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유료가 아닌 무료관람이 가능한 명소도 많다. 슈테판 대성당, 보티프 성당, 성베드로 성당, 시청사, 국회의사당, 시민공원, 음악가들이 묻혀있는 공원묘지, 쉔부룬 궁전 정원, 벨베데레 궁전 정원, 호프부르크 왕궁정원, 페스트 조일래, 도시 곳곳에 있는 동상 등 시내를 걸으면서 볼 수 있는 명소가 여타 도시에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다. 뿐만 아니라 과거 중세시대 건물 중 각종 조각품으로 장식된 멋진 건물들도 부지기수여서 구도심을 골목골목 걷는 자체가 관광이고 즐거움이다.


2019년 10박 12일짜리 동유럽 6개국 패키지여행을 했다.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까지 6개국을 일사천리로 지나갔으며 유명하다는 곳은 잠시나마 다 거쳤다. 버스로 한참을 가다가 내려서 사진 찍고 또가는 강행군으로 10박에 6개국을 돈 것이다. 비엔나에는 오후 늦게 도착하여 오페라 하우스에 가서 30분짜리 음악회를 참석했고 다음날 쉔부른 궁전과 슈테판 성당을 들르고 30분간의 자유시간 동안 케른트너 거리를 걷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이렇게 볼 것 많은 비엔나를 24시간도 채 머물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는 초 스피드 관광을 했었다. 이런 게 무슨 여행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아주 유용했다. 당시는 퇴직 전이라 시간이 없어서 6개국을 주마간산으로 살펴봤고 그중 좋아 보이는 곳은 나중 다시 와서 찬찬히 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곳이 프라하, 부다페스트, 비엔나였으며 퇴직 후 프라하, 부다페스트에서 한 달씩 살면서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현지인처럼 살아봤고 지금은 비엔나에서 한 달간 도시를 찬찬히 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20250530_184256.jpg 왕궁공원에서의 하프 버스킹

5.28일 비엔나에 도착한 첫날 숙소 주변을 확인하고 둘째 날 버스, 트램, 지하철을 타고 비엔나의 동서남북 곳곳을 지나다니면서 도시 분위기를 살폈다. 셋째 날부터 하루 15000보씩 걸으면서 구도심에 있는 명소를 찾아다녔다. 비엔나의 역사적인 명소 대부분은 과거 비엔나 성곽을 허물고 도로를 만든 링스트라쉐(순환도로) 내외 측에 위치한다. 중세풍의 주요 건축물인 오페라 하우스, 슈테판 대성당, 호프부르크 왕궁, 시청사, 국회의사당, 보티프 성당, 성베드로 성당 등이 멋진 모습으로 서 있으며 과거 비엔나를 빛낸 위인들의 동상들이 멋진 모습으로 시내 곳곳에 서있다. 구도심 건물들은 모두 중세풍의 건물로 5층으로 키높이를 맞추고 아름다운 조각들로 외벽을 장식하고 있어서 거리를 걷는 자체가 관광이다. 프라하나 부다페스트도 비슷한 거리 풍경이지만 비엔나는 더 규모가 크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모습이다.


2019년 패키지여행으로 스쳐 지나갔던 비엔나 구도심을 구석구석 걸으면서 도시를 음미하고 있다. 오페라 하우스, 슈테판 대성당, 호프부르크 왕궁, 시청사, 국회의사당, 보티프 성당, 성베드로 성당, 슈테판 성당등 모든 건축물이 예술품처럼 아름답다. 모든 건물이 개성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으며 외부를 빙 둘러 여러 조각상을 설치하여 건물의 품위를 높이고 있다. 조각상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인데 이러한 조각상이 건물마다 수십 개씩 설치되어 있어서 건물 역시 커다란 예술품이다.

20250530_170219.jpg 슈테판 대성당

과거 스쳐 지나갔던 건물들을 지금은 외부를 빙 둘러 설치된 조각상들 하나하나를 음미하고 내부에서도 벽에 설치된 장식품과 조각상을 이리저리 살피며 감상한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슈테판 성당을 거쳐 페스트 탑 그리고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이어지는 케른트너, 그라벤, 콜라르크 거리를 보물찾기 하듯이 이리저리 살피며 걷는다. 거리에 설치된 나무의자에 앉아서 오가는 관광객을 쳐다보기도 하고 슈테판 성당 앞 광장에서 버스킹 하는 연주를 감상하기도 한다. 음악의 도시라서 인지 길거리 공연자들의 실력이 프로급이며 바이올린, 피아노, 하프등 클래식을 연주한다. 밤에 은근한 조명하에서 연주하는 프로급 연주자를 보고 있자면 굳이 연주회에 갈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밤마다 케른트너 거리를 걸으며 야외공연을 관람한다.


길거리에는 카페가 많다. 카페에서는 커피, 음료수와 케이크를 파는 곳이 있고 간단한 식사와 맥주, 와인을 파는 곳도 있다. 카페에서 파는 것 들이야 어디 가나 별차이가 없겠지만 비엔나 구도심의 카페들은 역사와 전통과 서사가 있다. 몇몇 카페는 예약을 해야 하고 항상 대기줄이 길게 서있는다. 번화가인 케른트너, 그라벤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들이 길게 대기하는 카페가 보인다.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봤더니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운 것 말고는 별 차이도 없어 보인다. 모두 커피에 케이크를 시켜놓고 앉아있다. 뭐가 좋다고 줄까지 서서 커피를 마시나 했는데 알고 보니 카페의 역사가 수백 년이고 수백 년 전부터의 음악가, 미술가,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이 방문했고 당시의 사인과 사진이 걸려 있다고 한다.

20250607_213615.jpg 페스트 탑 주변의 카페들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해서 먹어봤더니 맛은 별로이다. 유명하다고 맛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한국 스타벅스 커피에 길들여져 있어서 이곳 커피는 너무 쓰고 케이크는 너무 달다. 그러나 비엔나 카페의 커피는 역사와 서사가 있다. 내 입맛에 안 맞더라도 참아줄 만하다. 커피원두 생산을 안 하는 비엔나가 커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본시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되었으며 이 지역을 지배하던 오스만 제국으로 건너갔다. 16세기 오스만터키가 비엔나를 공격하다가 연합군의 반격에 퇴각하였는데 퇴각 시 두고 간 물품 중 커피자루가 있었다고 한다. 비엔나 군인들이 전리품으로 가져가 마시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커피하우스가 생기고 카페로 발전했으며 비엔나에 몰려온 유명한 음악가, 미술가, 작가, 철학자등 지식인들이 카페에서 만나고 교류하면서 카페 문화가 발전했다고 한다.


비엔나에는 공원과 정원이 많다. 빈시청, 국회의사당, 호프부르크 왕궁 앞에는 커다란 공원이 있고 카를성당과 보티프성당 앞에도 큰 공원이 있어서 공원마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산책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순환도로에 접한 시민공원은 금빛으로 빛나는 요한 슈트라우스 동상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도시를 관통하는 도나우 강변 양쪽으로는 한강공원처럼 공원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도나우 강 중간에는 길이 20킬로 폭 100~200미터쯤 되는 기다란 섬이 있으며 이 섬 역시 공원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시민들이 북적인다.

20250601_165154.jpg 시민공원의 요한 슈트라우스 상

여러 공원중 국회의사당 앞 공원은 장미가 심어져 6월에는 장미꽃의 향연이 벌어지며 진한 향기가 공원에 가득하다. 호프부르크 왕궁 정원은 잔디밭에 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젊은 남녀들의 놀이터가 된다. 상의를 벗고 엎드려 썬텐을 하고 그늘에 앉아서 책을 보기도 하며 젊은 남녀가 누워 진한 애정행각을 하기도 한다. 단체로 와서 음식을 먹으며 떠들기도 한다. 나는 나무그늘이 있는 잔디밭에 앉아 공놀이하는 젊은이들을 쳐다보기도 하고 하늘을 보며 누워 있기도 한다. 한 번은 누워서 하늘을 보다 잠깐 낮잠을 자기도 했다.


프라하, 부다페스트, 이스탄불에도 좋은 공원과 좋은 잔디밭이 있었지만 눕거나 잠을 잔적은 없었다. 오직 호프부르크 왕궁 앞 잔디밭에만 누워있다 잠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이곳의 잔디밭은 왕궁과 유서 깊은 중세 건물에 둘러싸여 있어서 분위기가 아늑하다. 잔디밭도 원형극장처럼 아래로 경사가 져 있어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자세로 앉거나 눕게 되어 몸과 마음이 편안해 잔다. 비엔나는 다른 도시에 비해 특별한 마력이 있다. 시내를 걸어 다니다 피곤해지면 왕궁공원으로 와서 한가로이 노닌다.

20250531_193824.jpg 왕궁 공원에서 휴식하는 사람들

빈시청과 의사당 건물은 1883년에 완공되었고 아름다운 보티프 성당은 1853년에 완공되었 다. 세 건물 모두 석조건물이며 150년 내외의 역사를 가진 비교적 최근 건물이다. 보티프 성당은 슈테판 성당만큼 아름답다. 성당건물을 빙 둘러 멋들어진 인물상들이 세워져 있으며 첨탑 역시 수려하다. 시청건물은 성당처럼 건물 중간과 좌우측에 첨탑이 세워져서 아름답고 고풍스럽다. 의사당 건물은 제우스 신전처럼 생긴 멋스러운 건축물이다. 건물 앞 분수대에 커다란 조각상이 건물과 조화를 이루며 건물곳곳에 사람 크기의 인물상을 수십 개 설치하고 지붕에 4마리 말 이끄는 청동상을 설치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비교적 최근에 건축된 세 개의 건물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는 없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할 것이며 몇백 년 후가 되면 지금의 호프부르크 왕궁처럼 관광객이 찾는 비엔나의 명소가 될 것이다.

20250608_201045.jpg 19세기에 건축한 보티프 성당

뿐만 아니다. 비엔나 대학건물도 많은 인물상들이 벽과 지붕에 배치되어 건물의 품격을 높여준다. 아파트, 극장, 일반 관공서 심지어 호텔마저도 5층 석조건물에 조각상들을 대문 주변과 벽 심지어 지붕에 배치하여 건물이 멋스럽다. 건물들 사이 공간에는 동상을 예술작품처럼 설치하여 골목골목이 기품이 넘친다. 슈테판 성당 주변에는 두 마리 말이 끄는 마차가 관광객을 태우고 아름다운 골목골목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말이 끄는 마차를 따라가면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게 되고 빠른 걸음에 운동에도 좋아서 나는 종종 마차뒤를 따라 걷는다.


비엔나에서 활동했던 음악가들이 묻혀있다는 중앙묘지를 찾았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요한쉬트라우스, 브람스의 묘지를 찾아가 그분들의 아름다운 음악에 감사드리고 머리를 조아렸다. 시내 곳곳에 세워진 음악가들 동상에 가서도 당신 때문에 좋은 음악 잘 듣고 있다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KakaoTalk_20250612_163258966.jpg 좌로부터 베토벤, 모짜르트, 슈베르트 묘지. 오른쪽 나무 뒤에는 요한 스트라우스, 브람스의 묘가 있다.

80여 곳이나 된다는 유료관람을 하지 않더라도 비엔나 도시를 걷고 보고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1주일이 후딱 가버렸다. 2주째는 유료관람하는 곳을 방문했다.


유료관람 명소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자유이용권인 비엔나 패스를 끊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자유이용권을 끊게 되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보려 하는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찬찬히 음미하면서 한 곳 한 곳 찾아다니며 여유 있게 관람하기 위해 개별입장권을 구입하기로 했다.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신록을 산책할 때는 대여섯 시간을 걸어도 피곤하지 않지만 실내 관람은 대여섯 시간 서있으면 몹시 피곤하다. 하루 한 곳만 가서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둘러보기로 했다. 오스트리아 관광지 입장료는 19세 이하는 무료이며 대학생과 65세 이상은 20~30% 할인해 준다. 프라하나 헝가리처럼 통 큰 할인은 아니지만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65세 이상에 대해서는 할인혜택이 있다. 유럽을 방문하는 지공거사들은 참조하시길 바란다.


먼저 미술사 박물관을 찾았다. 하루 종일 볼 생각으로 박물관 오픈 시간인 10시에 입장했다. 입장하니 로비가 압권이다. 색색깔의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건축되었고 조각상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품격을 높여주며 천장은 하늘을 나는듯한 천장화로 장식되어 있다.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 로비를 본 기억이 없다. 한참을 서서 로비 이곳저곳을 감상했다. 6시간을 걸친 전시품 감상을 마치고 나오면서도 피곤한 다리를 끌고 입구 계단을 여러 번 오르내리며 벽과 천장을 감상했으며 로비계단에 앉아 고개를 위아래 옆으로 돌리면서 한참을 음미했다. 전시실 내부 역시 압권이다. 그 많은 전시실마다 천정은 조각상과 천정화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고 전시실 주제에 맞는 그림이 벽에 그려져 있다. 건물과 방자체가 예술품이다.

20250606_145316.jpg 미술사 박물관 로비

미술사 박물관은 궁전, 성과 같은 기존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것이 아닌, 애초에 박물관을 위해 건축되었다. 1848년 오스트리아 황제가 된 합스부르크 왕가의 프란츠 요제프 1세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컬렉션 전체를 보관하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했다. 1857년부터 1889년까지 32년에 걸쳐 공들여 건축한 결과 전시품들의 품격을 높여주고 방문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1층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역사박물관 그리고 합스부르크 왕조 역사박물관이다. 오스트리아 박물관에 이집트 미라가 수십 개 있는 것이 좀 생뚱맞다. 박물관 측에서도 좀 민망했던지 이 미라들은 약탈한 것들이 아닌 역대 군주들의 수집품이거나 여러 국가로부터의 선물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에서 봤던 꽤 소중한 유물들도 여럿 보인다. 특히 거대한 석관은 한눈에 봐도 값진 유물로 보인다. 과거 합스부르크 왕조의 위세가 느껴진다.

20250606_144027.jpg 미술사 박물관의 이집트관

그리스 로마 유물관에도 꽤 좋아 보이는 유물들이 가득하다. 16세기 한때 이탈리아가 합스부르크 왕조에 속해 있었으니 당시 수집한 유물들로 보인다. 한때 합스부르크 왕조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겸하고 있었으니 로마의 후계를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그리스 로마 유물을 많이 수집했을 것이다. 그리스와 로마의 도자기들과 인물조각상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 유물관에는 각종 예술품과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합스부르크 제국 내에서 만든 것과 선물 받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역사유물이라기보다는 보물에 가깝다. 각각의 황제 전시실마다 당시에 만들었거나 선물로 받은 금, 다이아 등 값진 세공품이 즐비하다. 500년 합스부르크 왕조가 얼마나 사치스러웠는지를 보여준다. 합스부르크가 의 보물들을 보면서 와! 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동안 꽤 많은 박물관을 가봤는데 이처럼 화려한 예술품은 처음이다. 작년 대만의 국립박물관에서 봤던 청나라의 보물들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세련된 것 들이다. 세공기술이 절정기에 오른 15~19세기 유물들 이어서 수준이 높을 것이며 유럽 최고의 권력을 가진 권력자가 구입하고 선물 받은 것들이어서 당대 최고의 예술품이었을 것이다.

20250606_123042.jpg
20250606_123722.jpg 합스부르크가 소장 예술품들

합스브루크 왕조는 1차 대전 패전 후 소멸하고 공화정이 들어선다. 왕조가 망하기 전 몇 번의 위기가 있었으나 잘 버텨온 덕분에 왕조의 유물과 보물들이 탈취되지 않고 지켜졌을 것이다. 공화정이 들어선 이후 모든 보물들은 국가에 귀속된다. 그리고 2차 대전에 패망 후 1955년까지 미, 소의 신탁통치를 받았으나 합스부르크 왕조의 유물과 보석들은 그대로 보존되어 후세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미술사 박물관 2층은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그림을 잘 알지 못해서 그림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무튼 유명작가의 유명한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박물관 가기 전 유튜브를 봤더니 미술 전문가가 미술사 박물관을 설명하면서 꼭 봐야 하는 그림을 알려주고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전문가가 지정해 준 그림 앞에서 전문가가 해준 얘기를 곱씹으며 한참을 바라봤다. 미술사 박물관 전시실은 큰 교실만 한 크기인데 중앙에는 소파가 비치되어 있다. 소파에 앉아서 여유 있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림 중 내 눈에 참 좋아 보이는 그림들이 몇 개 있어서 사진을 찍어왔다. 나중 여러 유튜브를 보니 내가 사진 찍어온 그림이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보통사람들의 눈에 좋아 보이면 그게 좋은 작품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50606_152719.jpg
20250606_151047.jpg
20250606_164554.jpg 미술사 박물관 소장 작품들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유명한 미술박물관 여러 곳을 갈 기회가 있었다. 프랑스 루브르와 스페인 프라도 박물관에 두 번 갔었고 러시아 에르미타쥬 박물관에도 갔었다. 비엔나 미술사박물관 보다 훨씬 유명하고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들이다. 내 눈에는 예쁘게 보이면 좋아 보이고 칙칙해 보이면 별로로 보인다. 그런데 내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유명한 그림이라고 듣고 나면 허탈했다. 내 안목이 참 촌스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건 ‘벌거숭이 임금님’과 같을 거야 라는 상상도 해본다. 남들도 별로라고 생각하겠지만 전문가라는 사람이 좋다고 하니까 자기도 덩달아 아는 척할 거라고 위안한다. 1층에서 봤던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 유물과 합스부르크가 의 보물들은 진가를 알아보겠는데 그림은 아무리 봐도 진가를 모르겠다. 특히 추상화는.


다음날은 자연사 박물관을 갔다. 자연사 박물관은 미술사박물관과 쌍둥이 건물이다. 같은 건축가에 의해 같은 시기 건축되었다. 그러나 건물내부는 미술사 박물관에 비해 조금 소박하다. 미술사 박물관이 화려한 반면 자연사 박물관은 수수하다. 미술사 박물관에 비해 소박할 뿐이지 입구 계단 좌우측의 조각품이라든지 천정화 그리고 각 전시실 내부는 매우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20250606_155652.jpg 미술사 박물관 카페

지구의 탄생, 우주에서의 운석, 생명의 탄생, 공룡시대, 진화, 인간의 등장,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까지 태초부터 기원전후까지의 역사를 알기 쉽게 전시했다. 석기시대 이전의 것은 유물이 없으므로 화석과 암석, 운석으로 대신하였으며 곤충, 파충류, 어류, 포유류 등 모든 생명체를 박제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총 전시된 물건이 3천만 점이라고 한다. 과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전시물을 전부 보고 나니 3천만 점이 될 것 같다. 쌀알 크기만 한 곤충, 벌레들도 부지기수로 있으니 그런 것을 전부 합하면 엄청난 숫자가 될듯하다.


정말 다양한 화석, 운석, 암석이 전시되어 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그리고 지구과학 다큐에서 봤었던 수억 년 전의 수많은 화석이 전시되어 있다. 꼬막 화석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벌교꼬막이 수천만 년 전에도 있었구나 생각하니 까마득한 세월을 버텨온 꼬막이 위대해 보인다. 수천만 년 전 벌레와 곤충이 들어있는 호박도 여러 개 전시되어 있다. 공룡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보던 장면이다. 운석 전시실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운석 수백 개와 큰 수박만 한 크기의 운석도 수십 개가 전시되어 있다. 투탕카멘 묘실에서 나온 단검이 수천 년간 녹슬지 않아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는데 조사해 보니 운석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철로 된 수박만 한 운석 여러 개를 보고 나니 이해가 된다. 이런 운석이 떨어졌으면 큰 사고가 났을 텐데 어디서 이 귀한 것을 수집했는지 의아하다. 암석은 실로 엄청난 종류가 전시되어 있다. 지구상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암석이 존재하는지 놀랍다.

20250607_151749.jpg 물고기 화석
20250607_130432.jpg 암석들

동물 박제 전시실에는 수많은 동물들의 박제가 전시되어 있다. 살아있는 동물을 보는 것이 좋겠지만 이 많은 동물을 동물원에 키우기는 불가능할 것이니 박제로 라도 볼 수 있는 것이 다행이다. 원숭이 종류가 이리 많았었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수백 종은 될 듯하다. 인간이 왜 원숭이와 유인원에서 진화하게 되었는지도 알듯하다. 이리 많은 종류로 분화되고 진화되었으니 확률상 원숭이에서 유인원으로 그리고 인간으로 진화되었을 것 같다. 뿔 달린 사슴도 이렇게 종류가 많은지 알게 되었다. 자연사 박물관은 학생들이나 보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이곳에 전시된 전시품들을 보면서 지공거사인 내가 처음 알게 된 것들이 상당하다. 미술사 박물관에서의 느낌 보다 더 감동적이다. 보고 또 보다 보니 10시에 입장해서 6시간을 박물관에서 보내고 4시에 박물관을 나왔다. 다리가 얼얼하다.

20250607_144324.jpg 동물 박제품들

휴대폰 보행기록을 보니 4 천보 정도이다. 한걸음에 5초 걸린걸 보니 자세히 본 것 같다. 과거 여러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이번처럼 오랫동안 찬찬히 본 적이 없다. 박물관은 이처럼 천천히 음미하면서 봐야 감동이 느껴지는 듯하다.


다음 주에도 많은 관람지가 기다리고 있다. 비엔나에서의 한달살이가 참 즐겁고 보람 있다.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엔나 한달살이: 어색한 동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