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빌리시에서 한 달 살이를 이어가던 중, 오랜 여행 동반자들이 도착했다. 원래는 다섯 명이 와서 나와 함께 총 여섯 명이 열흘간 트래킹을 하기로 했으나, 한 친구의 노모 위독으로 부부가 빠지는 바람에 세 명만이 조지아 땅을 밟았다.
도착한 세 친구 중 한 명은 오기 전날 몸이 안 좋아져서 여행을 포기할 뻔했다고 한다. 우리 모두 70을 낼모레 바라보는 '지공거사(地空居士)'. 부모님의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본인들마저도 내일이 약속되지 않은 나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며 여행은 시작되었다.
네 번째 여행, 눈빛으로 쌓아 올린 동반자 관계
우리 일행은 벌써 네 번째 여행을 함께하는 깊은 동반자들이다. 2022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보름간 돌로미티 트래킹을 함께 했고, 2023년에는 승합차를 렌트해 한 달 동안 이베리아 반도를 횡단했다. 작년에는 50일간 캠핑카로 유럽 전역을 누볐다. 네 번의 여행 모두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진행했기에,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다음 행동이 무엇일지 아는 사이가 되었다.
트빌리시에 미리 도착해 있던 나는 호텔, 숙소, 차량을 예약하고 여행 경로를 설계했다. 현지에 있으면서 직접 현장을 확인한 덕분에 가성비 좋은 숙소와 차량을 구할 수 있었고, 기사를 직접 만나 영어 능력과 심성을 확인하여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용할 수 있었다.
친구들이 오후 늦게 도착하자, 우리는 트빌리시 시내 명소를 둘러본 후 앞으로 3일간 묵을 숙소에서 필요한 쇼핑을 했다. 이전 세 번의 여행에서처럼, 물, 아침 식사에 필요한 과일, 빵, 계란, 유제품, 그리고 트래킹 중 간식용 초콜릿과 과자, 저녁에 마실 와인과 치즈 등이다. 조지아는 와인을 최초로 생산한 나라답게 다양한 와인이 있었다. 조지아 트래킹 중 다양한 와인을 경험해 보기로 한 우리는 와인 판매자의 추천으로 여러 와인을 구입했다.
역사 유적의 무게를 내려놓고, 자연 속으로
우리는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시니어들이다. 유명한 역사 유적은 이미 볼 만큼 보았기에, **'보는 것'보다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 '걷는 것'**에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이번 여행 역시 대부분의 일정이 트래킹이었다. 조지아 트래킹의 두 축인 카즈베기와 메스티아 지역에서 3일씩 머물며 걷고, 두 지역을 이동하는 중간에 휴양 도시인 보르조미에서 2박을 계획했다.
첫 목적지인 카즈베기로 가는 길은 서울에서 설악산을 향하는 여정과 비견되었다. 가는 길에 천년이 넘은 웅장한 스베티츠호 벨리 대성당과 즈바리 수도원을 들르고, 춘천의 소양호와 유사한 진발리 호수와 그 옆에 우뚝 선 아나우리 요새를 지났다.
이후 본격적인 산악지역에 진입하며 고도가 서서히 높아진다. 코카서스 산맥은 5천 미터급 높이로 솟아 있어, 기온이 뚝 떨어진다. 트빌리시를 출발할 때 입었던 반소매를 벗고 긴소매와 패딩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지금까지의 순박했던 풍경들이 사납고 웅장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경로상 가장 아름다운 지점에 설치된 구다우리 전망대에서 커피를 마시며 경관을 감상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코카서스 산맥의 광활한 파노라마는 장관이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세계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로 묘사되었고, 프로메테우스 신화의 무대가 된 지역이 바로 이 조지아의 카즈베기 산(해발 5,063m) 지역이다.
조지아에서 유명한 트래킹 지역은 크게 두 곳이다. 눈 덮인 설산과 빙하, 고산 지대,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과 야생화, 중세 탑들이 늘어선 스바네티(Svaneti) 지역, 그리고 트빌리시에서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고 '가성비 좋은 스위스'로 불리는 카즈베기(Kazbegi) 지역이다.
오후 느지막이 도착한 숙소는 코카서스 산맥을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곳에 위치했다. 넓은 정원은 꽃과 나무로 아름답게 꾸며져 자연경관과 잘 어울렸다. 매일 아침, 한국에서 가져간 누룽지와 마트에서 구입한 식품들로 조식을 해결했고, 트래킹을 마치고 돌아오면 와인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이가 들면서 관광보다는 트래킹이 더 좋아진 것은 트래킹만의 특별한 맛 때문이다. 공기 좋고 경관 좋은 산을 걷다 보면 건강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또한, 긴 시간 홀로 걸으며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할 수 있고, 힘든 코스를 완주하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한국 산야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익숙한 곳보다는 새로운 곳에서 더한 감동과 자극을 받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걷고 또 걷는 것이다.
카즈베기 지역의 유명 코스는 '주타 트래킹', '트루소 밸리 트래킹', '게르게티 교회 트래킹' 등이다. 경관이 좋은 곳이라 어디를 걸어도 좋지만, 산과 계곡, 물이 조화되고 원시적인 모습이 잘 보존된 지역을 걷는 것이 트래킹의 즐거움을 높여준다. 3박 일정 중 이틀간만 트래킹이 가능해 하루는 대표적인 주타 트래킹을, 하루는 게르게티 교회와 폭포, 러시아 국경지대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찾아다니며 음미하듯 걸었다. 놀랄 만한 아름다움은 아니었지만, 코카서스 산맥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어서 고생해서 찾아온 보람은 충분했다.
스탈린의 고향 ‘고리’와 휴양도시 ‘보르조미’
카즈베기 트래킹을 마치고 메스티아 지역으로 향했다. 쉬엄쉬엄 가면 12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 우리는 중간 지점인 보르조미에서 이틀 쉬면서 휴식과 함께 주변 관광, 트래킹을 하기로 했다.
보르조미 가는 길에 스탈린의 고향인 '고리'라는 소도시가 있고, 그 주변에는 기원전 2세기부터 만들어진 동굴 도시 **'우플리스치케'**가 있다. 터키의 카파도키아나 요르단의 페트라처럼 무른 바위를 파서 만든 집들은 여러모로 효용이 있었을 것이다. 세계를 혼란스럽게 했던 인물이 이 지역 사람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보르조미는 산에 나무가 우거지고 광천수 온천이 있어 구소련 시절 가장 선호되던 휴양 도시였다고 한다. 로마노프 왕가와 귀족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도 사랑받았고 차이코프스키도 이곳을 좋아했다지만, 우리에게는 큰 감흥이 없었다. 유명하다는 보르조미 광천수는 한국의 초정약수나 오색약수와 비슷했고, 온천 수영장도 미지근한 물이라 별 감흥이 없었다.
보르조미 트래킹 중 흥미로운 일은 떠돌이 개들이었다. 조지아 거리에는 주인 없는 개들이 많다. 도시 거리뿐 아니라 산에도 떠돌이 개들이 많은데, 모두 이상하게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른다. 트래킹을 하는 우리를 처음에는 한 마리가, 나중에는 두세 마리가 합류하더니 세 마리가 두세 시간 동안 함께 걸었다. 떠돌이 개와 친구가 되어 걷는 경험도 재미있는 추억이었다.
우리는 온천 수영장 주변 산길 트래킹을 마치고 보르조미 인근의 라바티 성을 관광했다. 조지아는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이자 이슬람 세력에 인접한 기독교 국가라는 지정학적 취약성 때문에 수많은 침략을 받아왔다. 그 결과 전략적 요충지마다 강력한 성채를 건설했는데, 라바티 성은 오스만 제국이 침략하여 이슬람 스타일로 재건한 성이어서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터키의 톱카프 궁전과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이 합해진 듯한 특이한 모습이었다. 다만, 최근 성벽과 내부 시설을 보수하여 영화 세트장처럼 깔끔한 모습이 다소 거슬리긴 했다.
스바네티, 메스티아의 장엄한 파노라마
보르조미를 떠나 메스티아 지역으로 향했다. 거리는 380킬로에 불과했지만, 10시간이 걸렸다. 이곳 역시 대관령을 넘어가듯 도로 폭이 좁고 길이 험한 산악지역이었다. 며칠 전 카즈베기에서 봤던 코카서스 산맥의 웅장한 모습이 다시 나타났는데, 카즈베기와 다른 점은 산에 나무가 울창하다는 것이었다. 고도 3천 미터 부근을 지나는 도로는 깊은 계곡과 험준한 산이 이어져 장관을 이루었다.
메스티아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마을을 둘러봤다. 트래킹을 위해 전 세계에서 찾아온 트래커들로 마을이 분주했다. 마을의 맛집에서 민속 노래 연주를 들으면서 식사를 했다. 메스티아는 트래킹 코스가 다양하다. 길게는 우쉬굴리까지 56킬로를 걷는 4일짜리 코스가 있으며, 하루 또는 몇 시간짜리 다양한 코스가 있다. 우리는 3박4일 체류중 2일간 트래킹을 계획했다. 첫날은 오프로드 차량으로 우쉬굴리에 가서 쉬카라 빙하 트래킹을 하고, 다음날은 코롤디 호수 트래킹과 하츠발리 스키장 주변을 걷기로 했다.
메스티아는 스반족이 중심이 되는 지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굴뚝같은 탑 형태의 요새, **스반 타워(Svan Tower)**가 있다. 이 요새는 9세기경부터 건설되어 수세기 동안 페르시아, 몽골, 터키 등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스반족을 보호해 준 방어용 건축물이었다. 메스티아는 '조지아의 스위스'라 불리는 스바네티(Svaneti) 지역의 중심지이다.
황당한 '택시 납치'와 코롤디 호수
첫날 우쉬굴리를 가기 위해 4륜구동차를 예약했다. 우쉬굴리까지의 도로는 과거 험했지만, 우리가 갔던 2025년 9월에는 거의 모든 구간이 포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지역 4륜구동 운전사들이 담합하여 외부 차량 진입을 막고 있어, 모든 외부인은 4륜구동차를 이용해야만 하는 실정이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과거 공권력이 기능하지 못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치안을 담당했을 정도로 강하고 거친 사람들이라고 했다.
첫날, 우쉬굴리로 가서 5,000미터의 쉬카라 산 아래에 있는 쉬카라 빙하 트래킹을 했다. 야생화가 피어 있는 아름다운 길이었지만, 빙하 앞에 도착하니 이곳 역시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가 후퇴하고 있었다. 절벽처럼 잘린 빙하 위쪽의 바위들이 녹아 떨어지며 굉음을 냈는데, 짧은 순간에도 쉴 새 없이 돌들이 떨어졌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우쉬굴리 마을은 50여 가구가 사는 시골 마을이지만, 소문과는 달리 소똥만 가득 찬 그저 그런 시골 마을이어서 기대에 못 미친 아쉬움이 남았다. 이곳까지 온 시간과 비용을 고려한다면 가성비가 좋지 않은 하루였다.
둘째 날은 코롤디 호수 트래킹이었다. 이곳 역시 4륜구동 차량을 타고 트래킹 진입로까지 이동해야 했다. 우리는 호수까지 갈 수 있는 오프로드 차량을 예약했는데, 약속된 시간에 우리 숙소 앞에 와 있던 차량의 운전사가 영어가 전혀 안 통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제시한 렌트 확인증을 보고 '오케이'를 연발하며 우리를 태웠다. 아니나 다를까, 차가 호수까지 가던 중간에 더 이상 못 간다며 내리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차량은 우리가 예약한 차량이 아닌, 당시 우연히 우리 숙소 앞에 있었던 택시였다. 렌트 확인증을 보여줬음에도 오케이 하면서 우리를 태운 것인데, 결국 렌트 사무소로 함께 가서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고, 사무소에서 운전사에게 돈을 지불함으로써 해프닝을 끝낼 수 있었다.
우리는 주차장과 호수 중간쯤에서 내려 호수까지, 그리고 호수 뒷산을 돌면서 코카서스 산맥의 장엄한 모습을 즐겼다. 이곳에서는 산 정상에 눈을 뒤집어쓰고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산맥의 장엄한 모습이 일품이었다. 과거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가면서 봤던 모습과 비슷한 장엄한 파노라마였다.
코롤디 호수 트래킹은 차로 이동한 양이 많아 걷는 양이 적었다. 오후에는 하츠발리 스키장과 연결된 트래킹 코스를 걸었다. 스키 리프트와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에 도착하면 건너편에 코롤디 호수와 코카서스 산맥의 장엄한 모습이 잘 보인다. 작년 프랑스 몽블랑산 건너편의 스키장 트래킹 로드를 걸었던 것과 유사한 풍경이었다. 이 트래킹 로드는 산 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산 좌우로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3천 미터가 넘는 산을 걸으면서 좌우로 풍광을 볼 수 있는 코스는 흔치 않다. 우연히 발견한 이 코스가 이번 여행 중 가장 전망이 좋고 시야가 확 트인 곳이어서 좋았다.
몽환포영을 깨닫고, 현실의 소중함을 찾다
코롤디 호수와 하츠발리 스키장을 마지막으로 코카서스 산맥 트래킹을 마쳤다. 코카서스의 알프스라는 명칭처럼 알프스와 비슷한 풍광이었다. 만년설에 덮여있는 5천 미터급 고봉과 깊은 계곡, 넓은 평원과 야생화들이 알프스 여러 곳에서 봤던 풍경과 비슷하다. 그러나 코카서스의 알프스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알프스보다는 멋스러움이 덜하며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고 하는 키르기스스탄의 트래킹 코스보다 아기자기함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유럽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에 알프스급 트래킹 코스가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우리로서는 직항도 없이 12시간을 비행하고 육로로도 10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키르기스스탄이나 중국 산악지역의 트래킹이 훨씬 가성비가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래킹을 마치고 트빌리시로 돌아오는 도중 쿠타이시에서 하루 쉬기로 했다. 쿠타이시 가기 전에 있는 마트빌리 계곡을 들렀다. 요란스럽게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그저 그런 계곡이다. 입장료로 20라리(약 만 원)를 받는 것 치고는 볼거리가 없다. 그나마 전날 비가 많이 와서 폭포수가 우렁차고 계곡물이 힘차게 흘러 생명력이 넘쳤다.
계곡 관광을 마치고 쿠타이시로 오는 길은 잔잔한 시골길이다. 소, 말, 당나귀, 돼지, 개, 염소, 오리, 닭 등 온갖 동물들이 길 옆에서 풀을 뜯고 도로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정겹다. 동물들이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인도나 유목국가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조지아도 도로 곳곳이 소와 양들로 인해 점거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다.
쿠타이시는 이후 975년부터 1122년까지 조지아 왕국의 수도였고, 15세기 이후는 이메레티(Imereti) 왕국의 수도이기도 했던 역사가 오랜 도시다. 인구 20만 명에 불과한 신흥 공업 도시지만, 조지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천년 역사의 바그라티 대성당이 도시를 내려보고 있다. 쿠타이시에서 1박 후 다음날 트빌리시에 도착함으로써 10일간의 트래킹 여행을 마쳤다.
노년의 여행이 주는 깨달음
조지아는 코로나 이전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절정이었다. 유럽과 비슷하면서도 차별적인 역사 유적과 코카서스 산맥의 웅장한 산악 경관, 그리고 와인의 발상지라는 점들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저렴한 물가와 1년이라는 긴 무비자 기간 때문에 한국 관광객이 급증했었다.
그러나 몇 년간 많은 한국 관광객이 조지아를 방문한 뒤, 인프라와 교통 등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고, 트래킹 환경 역시 소문만큼 대단하지 않다는 인식이 형성된 듯하다. 우리 일행 역시 역사 유적과 트래킹 환경이 과대평가되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저렴한 물가와 긴 무비자 기간 등은 한 달 살이나 디지털 노매드에게는 아주 훌륭한 환경이라 할 수 있겠다.
60대 후반 친구들이 10일간 함께했던 조지아 트래킹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시간이었다. 이번이 네 번째 여행이었다. 앞으로도 매년 한 번씩 함께 여행하기를 원하지만, 이번 여행에 두 명이 부모님 건강 문제로 빠졌듯이 시간이 갈수록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나이에 친구들끼리 몇 달 후 또는 몇 년 후의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본인도 몇 달 후의 건강과 주변 환경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여러 명이 함께 하는 미래의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코카서스 산맥을 걸으며 느꼈던 **몽환포영(夢幻泡影)**처럼, 삶은 헛되고 덧없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해야 한다. 우리는 다음 여행을 위해 다시금 배낭을 멜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