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은, <멜로 무비>
올해 최고의 드라마는 단연 <멜로 무비>
'멜로 무비'라는 제목에 '멜로 장르'인 건 분명하지만 단지 '멜로 영화'만은 아닌.
상실과 결핍, 사랑과 구원에 관한 어둡지만 숭고한 이야기.(작가 자신의 표현에 의하자면 음울한 숙명론적 세계관의 멜로) 혹독한 현실을 구원하는 단순한 말 한 마디를 위해 켜켜히 쌓아올린 감정선과 장면들, 각자의 고독과 슬픔을 오래 품은 캐릭터들과 가슴을 울리는 음악. (드라마의 분위기, 감성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OST 테마곡들. 특히 소수빈의 '곁'과 서영주의 '우주IN'은 꼭 들어보자)
이나은 작가의 섬세하고도 밀도 높은 이야기와 군더더기 없이 인물의 내면에 충실하게 집중하는 오충환의 연출, 최우식의 경이로운 표정 연기와 이제는 원숙해진 내면을 보여주는 박보영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눈빛과 표정으로 말하는 그 둘의 감정 연기 대결은 실로 폭발적이다) 조연들의 열연까지 더해 그 모든 것이 오로지 멜로 그 이상의 인간 드라마를 향해 합을 이루어가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완성도 높은 호흡.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땐 방구석에서 기립박수를 하게 되는.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하게 될 작품. 다시 한번, 기립 박수를!
두 번째 정주행. 실로 명작이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되었을까. 왜 멜로에 죽음이 따라다니는가. 이토록 끔찍한 상실은 왜 사랑을 따라다니는가. 아니, 사랑이 상실을 따라가는 건가.
삶은 무겁고 힘겹다. 그리고 상실은 우리의 존재를 이토록 뒤흔든다. 그것이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
"사랑이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사랑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다는 건 알아."
너와 내가 혼자라는 사실은 나와 너를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끈.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사랑의 진정한 의미. 삶과 상실이라는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줄, 너라는 구원.
"넌 혼자가 아니야"
이 단순한 한마디를 위해 묵직하게 흘러와 천천히 쌓이는 감정의 내러티브. 드라마는 오직 이 대사에 이르기 위해 그렇게 서로를 엇갈려 긴 이야기를 거쳐온 듯하다.
사랑과 상실을 한 몸으로 이야기로 풀어내는 이나은 작가. 박해영을 잇는, 앞으로 주목해야 할 차세대 각본가.
그리고 최우식의 경이로운 연기. 그는 눈빛 하나로 모든 장면을 압도한다. 주변의 공기를 바꾸며 감정과 분위기를 일순간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고요하지만 깊은 눈빛.
박수에 박수를. 곧, 세 번째 정주행을..
3번째 정주행.
속속 드러나는 상징과 디테일들.
빛과 그림자.
비와 우산
자동차/자전거와 열쇠
공간과 부재
영화에 대한 오마주들
공들인 OST의 멜로디와 가사들
박보영이라는 배우의 매력
이준영이라는 배우의 가능성
자신의 상처와 두려움 안에 갇혀 있는 인물들의 얼굴들.
애초에 16부작 기획이 아니었을까 의심되는 생략된 전개들.
약하고 여린 남성성, 방어적이면서 독립적인 여성성
<8월의 크리스마스>와 <드라이브 마이 카>의 잔영
'죽음 근처의 멜로'라는 기묘한 이나은식 장르, 이토록 음울한 멜로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 때문에 다정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을 가장한 작가의 말.
그리고,
3번째 정주행에서도 역시나 돋보이는 최우식의 깊은 내면 연기. 그의 눈빛은 실로 많은 감정들을 담아낸다. 때로는 두려움과 분노를 함께, 혹은 동정을 유발하는 처연함을, 때론 영혼이 무너지는 듯한 그늘진 얼굴,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며 애써 감추려는 안간힘의 몸짓까지. 상황에 따라 다른 감정의 복잡함과 깊이를 일순간 드러내는 그의 얼굴은, 감정을 애써 드러내려는 연기의 힘을 뺀 담백하게 드러내는 연기가 얼마나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저것은 연기가 아닌 연기의 경지.
이 드라마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
우린 모두 혼자 외로이 울고 있는 어린아이
멜로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
극본: 이나은
연출: 오충환
출연: 최우식, 박보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