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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거스냅 Jul 29. 2019

영업직군 2년 차, 나의 갈 길은?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대학 전공이 역사였던 터라, '별 다른 기술이 없다면 영업이나' 해야 한다는 생각을 언제부터인가 아주 막연히 해왔더랬다. 그러던 차에 취업을 준비하다가 아무런 준비 없이 구직사이트에 올라온 영업직군 채용 게시물을 보고, 지원한 것이 어느덧 2년 차에 이르렀다.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영업실에 속해 지역의 개척 영업 및 관리를 맡고 있다. 소위 '영업'이라고 하면 흔히들 갖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안다. 술, 갑질, 실적, 스트레스...등등. 하지만 그런 몇 가지 단어들로 영업을 일반화하거나 정의 내리기엔 영업의 분야가 너무도 광범위하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업종으로 따지면 음식점, 병원, 은행, 증권, 보험, 제조 등 사업의 모든 분야에 영업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없고, 직무로도 제휴, 개척, 관리, 기획, 지원, 해외영업 등 다양하기 때문.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내가 맡고 있는 영업 직무도 사실, 개척 및 관리라고는 하지만 회사의 성격상 딱 떨어지게 정의 내리기는 쉽지가 않다. 업계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회사이기에, 대체로 인바운드가 많아 개척보단 관리적인 리소스가 월등이 크고, 조직의 규모에 비해 영업 인력이 많은 데다 영업의 중요성을 인정해주는 덕택에 처우가 괜찮은 편이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조직 개편 및 조직 간 이동이 많고, 직무 순환도 제법 잦은 편이다. 영업 직군이지만 쭉 영업만 하는 게 아니라, 때에 따라선 다른 일을 경험할 기회도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다만 최근 들어서는 직무에 맞는 인원 채용이 이루어지다 보니, 그럴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오늘 2019년의 상반기 개인 평가를 마치고 팀장님과의 개별 면담시간을 가졌다. 회사생활과 관련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갔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면담을 마쳐갈 즈음 팀장님이 물었다.


"성과도 좋고,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모습 보기 좋다. 앞으로 회사에서 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게 있니?"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도, 당연히 준비한 적도 없는 질문에 적잖이 당황한 나머지 '이런 일도, 저런 일도 해보고는 싶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얼버무렸다. 사실 당연히 준비되어있어야 마땅한 대답 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신입사원의 딱지를 뗐을 뿐이지만, 그래도 나름 입사 초기엔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고 최선을 다해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마음으로 일 하겠다는 다짐이라도 있었던 반면 (적어도 빨리 진급해서, 직책도 달고 싶다는 정도의 작은 소망이라도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 비전, 소명의식이나 목표는커녕 왜 일하는 지조차 제대로 방향 설정이 되어있지 않아 부끄러운 마음이었달까.


"마냥 열심히 하는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커리어 패스를 만들어나갈지 스스로 모르면 도와줄 수가 없다."


정말 맞는 말이었다. 정곡을 뾰족한 샤프로 콕 하고 찔렸을 때의 느낌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단순히 일을 주기 위해서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역량에 맞게끔 임무를 부여하려고 해도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직원에게는 평범하고 똑같은 일을 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팀장님의 말씀이었다. 내 진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구체화하고, 그것에 맞는 역량을 설정해서 공부해야 하는 것. 앞으로 나의 숙제인 것인가.


정통 세일즈 - 지역 개척 영업, 타깃 영업, B2B 제휴영업, 내부 인력 및 협력사 관리

사업기획(전략) - 사업전략운영, 상품기획, B2B커뮤니케이션

영업관리 - 영업전략 및 기획, KPI 관리, 영업조직관리

영업지원 - 도급사 운영 및 관리(온라인채널), 지원 및 승인


현재 내가 완전히 커리어 전환을 할 것이 아니라면, 회사 내에서 연계할 수 있는 부서는 이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빅데이터는 커녕, 엑셀조차 제대로 못 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다소 좁다는 것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러니 공부를 했어야지.



그나마 구미가 당기는 것이 역시나 사업 기획부서인데, 내가 뚜렷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선 현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더 편하게 일 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혼자 고민할 게 아니라 결국 그 고민의 흔적을 결과물로써 보여주는 것도 회사생활을 잘하는 중요한 요소일 테다. 그것이 기획의 가장 기초이자 시작이니. 게을렀던 나를 반성하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노라 다짐해본다.


"절대 머무르면 안 된다. 머무르는 건 절대 안 돼."


회사를 얼마나 다닐까, 다니지 않는다면 무엇을 준비해서 무엇을 할 것이며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무엇을 준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과 고민하는 습관을 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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