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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이블 Jul 10. 2021

빛나는 공원

 <빛나는 공원>


 공원은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는 곳


 공원은

 사람들을

 쉬게 해 주는 곳


 공원은

 사람들의 마음을

 빛나게 해주는 곳


 세상에

 공원같은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빛나는 공원

 빛나는 세상


                          - H. Y. S




  이 시는 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정말 햇살이 너무도 좋은 날 어린이 대공원을 가서 지은 시이다. 마냥 어린 아이같은 시였고 어쩌면 예상 가능한 어린이의 시였지만 는 이 날, 딸아이에게 '빛나는 상'을 즉흥적으로 수여했다. 햇살이 좋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빛나게 해 주는 공원을 칭찬(?)하는 마음과 그 힘으로 세상까지 빛나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사람의 힘으로 가능하다고 여긴 그 기특한 마음에 엄마는 마치 세상을 구원한 구세주라도 탄생한 듯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꼭 한번은 가게 되는 곳 중에 하나가 어린이 대공원이 아닌가 싶다. 솜사탕 두 손 짠득하도록 뜯어 먹던 기억, 오색찬란한 바람개비 돌리던 기억, 풍선 하나 손목에 실을 묶어두고 놀다가 끊어먹던 기억, 사이다에 찐계란과 김밥을 먹었던 내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내 아이들의 어린이 대공원 기억은 거의 90%가 놀이기구 탑승이었고 식당에서 치킨과 콜라를 먹으며 달디 단 후식거리를 찾다가 기념품 가게에서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은 전자동 비누방울 총이나 실용적이지 못한 문구 용품같은 것을 하나씩 사오는 것. 무엇이 낭만이고 추억인지는 각자 기억의 몫이리라.




<어린이 대공원에서의 추억>


 커다란 분수대 앞

 왼쪽, 오른쪽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어린 나는

 가슴에 오핀으로 손수건 매달고

 엄마랑 약속을 한다


 엄마 잃어버리면

 무조건 이 분수대 앞으로

 오는거야


 솜사탕

 짠득임과

 끝내주는 단맛에


 그 약속의 의미는

 이미

 녹아버린지 오래


 언니 따라 뛰다가

 오빠 따라 뛰다가

 손목의 풍선끈이

 툭


 사방이

 깜깜해졌다


 엄마,

 아빠,

 언니, 오빠


 가슴에 매단 손수건이

 눈물 콧물 다 받아내고

 분수대 생각은

 스쳐가지도 않더라


 친절하신

 어느 분 옷자락을 붙잡고

 대공원 문을 나서는 길


 어멋!

 어데 가는거냐

 손목을 홱 잡아챈 엄마의 손이

 맵다

 

 등으로

 엉덩이로

 뻗쳐오던 엄마의 손


 하늘 무너진

 깜깜한 맛이더라


 이제야 알겠다

 그 시절

 안심의 마음이

 왜 먼저 손으로 가셨는가를


                             - 테이블




  애석하게도 나의 어린이 대공원 기억은 그리 낭만적이진 못하다. 그 옛날 어린이 대공원에선 미아 발생이 참으로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핸드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CCTV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위치 추적은 커녕 한번 잃어버리면 정말 찾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미아찾기 방송을 냈다고 하지만 겁이 잔뜩 들어찬 어린 귀로는 들릴 리가 없었을 터. 세상 모든 어른들이 다 내 부모를 찾아줄 것 같아서 가자는 어른을 졸졸 따라가고 있었던 그 순간에 극적으로 엄마의 손으로 낚아채진 것이다. 지금도 그 분이 왜 미아보호소나 방송실로 향하지 않고 대공원을 빠져 나가려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찔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 때 어떤 강력한 힘이 나를 발견하도록 엄마를 분수대에서 갑자기 대공원 정문으로 걸음을 옮기게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날 손목과 등짝의 아릿함은 짠득이는 솜사탕보다 더 끈끈한 사랑의 기억이 되었음에 감사한다.




<사진출처>  미리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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