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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이블 Jul 11. 2021

시집을 여는 글

- 엄마와 딸의 세상 나누기

우리는 시 연습생


너의 맑은 눈동자가 세상을 향하여 재잘거리기 시작했을 때,

엄마는 그 재잘거림에 귀 기울이다

네가 그려놓은 지도를 따라 여기까지 왔구나.


책읽어 주는 엄마 역할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을 때

책읽어 주는 딸이 되겠다며 엄마의 서운함을 감동으로 바꾸어 놓았던 너의 어린 날


엄마가 읽는 어려운 책들을 제법 읽어 주며

엄마가 바라보는 세상을 먼저 엿보았는지도 모르겠구나.


우리가 나란히 책상을 놓고

무언가를 글로 써서 쌓아갈 때

정말 우리는 동료처럼 무엇이 될지 모르는 작업을 즐거워했지.


멋진 아이돌 언니 오빠들이

연습생 시절을 거쳐 진짜 가수가 된다는 걸 알았을 때


우리도 시인이 되기 위해

시 연습생이라고 키득거리던 그 한 때가

이렇게 지금의 <모녀시집>이라는 열매로 맺어갈 씨앗이었다는 걸

그 때 우리는 알고 있었을까?


가끔 삶은 이런 거라고 읊조리곤 해.

아주 예전 우리가 스쳐간 감촉 하나가

우리 삶 속에 기억되어 있다가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시를 쓸 때 툭툭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하고.


너의 시는 그 감촉들이 뽀록 튀어나와

춤을 추다가

흑백의 장면이 갑자기 컬러 화면으로 바뀌는

딱 그 한순간이

감지될 때가 있단다.


그것이 재미있어서

엄마도 너를 좇아, 시를 좇아

흉내내 본 것들인데

이제는

엄마의 삶의 감촉들을

감지하기 시작한 우리 딸,


이리하여 우리의 <모녀시집>은

드디어

한 송이의 꽃을 피웠네라.





<사진출처>  

https://sunnylife-123.tistory.com/634         

https://class101.net/products/5e2c53cfc1bd1d18e3a4b4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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