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이 자극적인 맛을 경험하게 되는 첫 순간들은 언제나 강렬합니다. 그 강렬함을 혀가, 아니 뇌가 기억을 하는 것 같아요. 처음으로 사탕이란 것을 맛 본 아이들의 표정만 커다란 캔버스에 모두 모아 붙여놓으면 제목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식상한 표현으로는 <온 세상이 다 내꺼> 쯤 될 것이고 조금 의미 부여를 하자면 <이제 시작이군>. 한 번 자극적인 맛을 본 아이들은 당연히 다음에도 그것을 찾습니다. 그리고 여간해선 물리치기 어렵지요. 딸아이에게 팝콘은 그런 강렬한 유혹이 되었어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던 시절, 영화관 특유의 그 냄새가 팝콘 냄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도 굳이 유기농 샵에서 파는 강냉이를 사서 따로 간식통에 담아 가곤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런 유난을 떨었는지 모르겠네요. 딸아이는 영화관 로고가 찍힌 커다란 통에 달짝 짭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그 하얀 팝콘들 속으로 얼마나 자신의 손을 파묻고 싶었을까요. 강냉이의 그 밋밋한 고소함과 팝콘의 그 짭짤한 고소함을 비교할 수 있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필요했어요. 어느 날 드디어 엄마는 콤보세트를 시켜 딸아이를 그 세계로 인도하고 말았지요. 역시나 아이는 팡팡 터지는 그 팝콘에 매료되어 짜고 달고 고소한 (나에겐 느끼한) 맛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손으로 질리도록 먹었습니다. 그 행복을 잠시 허용한 엄마는 "그래도 저 색깔 진한 저 팝콘들은 안 돼."라고 선을 그어줍니다. 캐러멜 맛, 딸기 맛, 초코 맛, 치즈 맛 등 듣기만 해도 그 느끼함에 속이 더부룩해지는 것 같았거든요. 그 뒤로 우리는 줄곧 오리지널만 사먹게 되었으나 가끔 생각합니다. 혹시 딸아이는 저런 맛을 원했던 게 아니었나 하고. 어쨌든 이 아이도 팡하고 언젠가 터지는 날을 기대하나 봅니다. 팡, 팡, 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