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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었노라 팔았노라 터졌노라

by 지크

"죄송합니다!! 저희가 준비한 수량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오픈한 지 3시간 째인 오후 1시.


저희가 준비한 두바이 초콜릿은 모두 동이 났습니다.

줄을 서있던 고객들은 난리가 났고 이런 상황을 처음 맞이한 저희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백화점 식품 담당자가 헐레벌떡 뛰어와서 고객들에게 말했습니다.


"잠시 매장 정리를 위해 4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을 갖겠습니다. 오후에 꼭 준비하겠습니다"


사상초유의 팝업 매장 브레이크 타임 선언 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담당자는 다급히 물었습니다.


"지금 계속 생산하고 있죠? 4시까지 몇 개나 만들 수 있어요?"


"이럴걸 전혀 예상을 못하고 생산은 안 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4시까지 만들 수 있을 만큼 만들어서 가져오세요!"


갑자기 비상이 걸렸습니다.

소식을 들은 사무실에서는 긴급히 초콜릿 제조에 들어갔고 교수님의 제자들까지 와서 손을 도왔습니다.


두 시간 만에 급히 만든 100개 남짓한 초콜릿이 매장에 도착했지만 저희는 더 불안해졌습니다.

3시부터 고객들이 하나둘씩 매장 주변을 서성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두 초콜릿 생산에 투입이 되어서 수백 명의 고객을 저랑 동료 단 둘이 상대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죄지은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던 저는 급히 동료에게 말했습니다.


"아까처럼 판매하면 안 될 것 같아. 내가 어떻게든 혼자 판매해볼 테니까 넌 매장 앞에 줄 서는 것 좀 안내해 줘. 그리고 대략 고객 숫자 세어서 매진이 될 것 같으면 해당 라인 고객들부터는 미리 공지를 해서 불만 갖지 않게 해야 할 것 같아"


4시가 다될 무렵 다시 담당자가 뛰어왔습니다.


"몇 개 확보했어요?"


"100개 조금 넘어요"


"일단 판매에 집중하세요. 고객 통제는 저희가 할게요"


백화점 보안 직원까지 투입되어서 고객들 대기줄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순번에 대한 작은 소란도 있었습니다.

저희 초콜릿을 사겠다고 사람들이 싸우는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저희는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포장과 계산으로 나눠서 저희는 최대한 빠르게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개가 남지 않았을 때 담당자에게 소리쳤습니다.


"지금 20개 안 남았습니다!"


담당자는 급히 고객들에게 안내를 하며 일부 고객들을 돌려보냈습니다.

5시가 채 되지 않아 추가로 준비한 초콜릿도 모두 판매가 끝났습니다.

기진맥진해서 잠시 앉아있는데 백화점 담당자가 말했습니다.


"오늘 여기서 마무리하고 내일까지 최대한 만들어서 다시 오세요. 내일 전담 보안직원도 한 명 붙여드릴게요"


이미 사무실은 비상상황이었습니다. 교수님은 계속 재료를 공급했고 단기 아르바이트 직원들까지 투입되어서 밤새 초콜릿을 500개 가까이 만들었습니다.


"일단 이거 판매하고 있을 테니까 생산하면서 100개 단위로 계속 퀵으로 보내줘"


한숨도 못 잔 채 저와 동료 두 명은 다시 백화점으로 출발했습니다.


"잠을 못 자서 내 눈이 이상한 건가...? 저것 좀 봐봐"


졸던 저를 동료가 깨웠습니다. 기분 탓인지 오픈전 백화점 앞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아 보였습니다.


"에이 설마. 하루 만에 어떻게 알고 사람이 저렇게 모여"


어제부터 그 설마가 계속 맞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오픈하자마자 딱 봐도 수십 명은 되어 보이는 고객들이 저희 매장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매장 앞이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백화점 담당자와 보안 직원이 대기선을 만들고 안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자 준비한 수량은 물론 퀵으로 오던 수량까지 모두 매진이 되었습니다. 카운터 밑에 숨어 졸고 있는 저희에게 백화점 담당자가 급히 뛰어왔습니다.


"서울에서 수원까지 초콜릿 가져오면 너무 시간이 걸리죠? 제가 방법을 마련했어요. 백화점 내에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을 드릴 테니 거기서 계속 생산을 해주세요"


이후 저희에 대한 대우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백화점 내 공간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지금껏 폐점 후 에어컨도 같이 꺼져서 매일 35도가 넘는 환경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설치며 철거며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후 주차 관리 직원용 이동형 에어컨을 제공받아 언제고 시원한 여름을 보냈습니다.


백화점 담당자도 쉴 새 없이 오가며 불편사항을 전달받고 최대한 해결해주려고 했습니다.

저희 매장 전담 보안직원이 3명이나 배정되었고 심지어 저희에게 그분들을 통솔(?)할 수 있는 권한도 생겼습니다.


"여기부터 이 방향으로 고객 줄 세워주시고요! 제가 50개 남았다고 말씀드리면 여기 이후 고객분들은 양해 말씀드리고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일주일 내내 새벽 3시까지 생산하고 9시 전에 출근해서 매장 준비 및 세팅을 해야 했기에 백화점과 인근 모텔을 오가며 저희는 초콜릿 만드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백화점 오픈벨은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매일 백화점이 오픈되자마자 사방에서 고객들이 뛰어와 매장 앞이 전쟁터 같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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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오가는 고성 속에서 저희는 속삭였습니다.


"나는 가끔 좀비 영화 현실판을 보는 것 같아"


"못 사가면 우리 물어뜯고 그러진 않겠지?"


실없는 농담을 하며 저희는 쉴 새 없이 초콜릿을 판매했습니다.


그때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지금보다 더요?"


"지금 각 지점에서 서로 입점하라고 연락이 와서 일단 두 군데 지점 더 들어가기로 했어요"


"헐..."


"사무실 아래층에 큰 생산용 공간 하나 더 임대했어요. 오늘 집기들 다 넣고 사람도 뽑을 겁니다. 조금만 힘 내주세요"


전화를 끊자마자 또 백화점 영업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하.. 이거 난감하네요 허허"


"그만 곤란해지고 싶네요..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요?"


"다른 지점들에서도 최소 수원점만큼 물량 확보하고 싶다고 하네요. 본인들 지점 수량 적게 주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벌써 소문을 들었는지 수원 백화점 담당자 역시 저희에게 수원점 물량에 문제없게 해 달라며 하소연했습니다.


체계도 없고 전략도 없이 시작한 디저트 사업은 그렇게 대혼돈의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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