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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지만, 행복에 대한 5가지 성찰

Written by 클래미

by 클래미

제 브런치를 읽어보셨거나 저를 직접 아는 분이라면, 제가 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한다는 점을 아실 겁니다. 그런데 그게 단순한 지적 허영심이 아니라,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저는 끊임없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 비결을 현재가 아닌 과거(역사)나 다른 환경(나라, 문화권 등)에서 빌려와 지금에 대입해 보며 점점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지금 살아가면서 결코 떠올리지 못했던 좋은 묘수가 다른 시대나 지역에는 있지 않을까 싶어 늘 여러 콘텐츠나 경험을 통해 점검하고 있는 것이죠.


아무튼, 이런 고민을 평소에도 정말 많이 하는데, 오랜만에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생각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한국이 정말 부족한 점은 '조직력'이다

한국처럼 단합심을 강조하는 나라에서 오히려 너무 과하면 과했지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아마 흔한 말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건 관점을 달리 보면 약간 이해가 되실 수도 있는데요.


저는 어릴 때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첫 직장을 가지면서 한국에 오랜만에 왔습니다. 사실 미국 사람들이 미국 빼고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잖아요. 사실 그게 너무 맞습니다. 저야 한국인이니까 늘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졌지만, 사실 미국·한국 말고는 다른 나라는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 오니까 이제 제3의 눈이 생겨서 동남아나 유럽 같은 나라에 대한 관심이 생겼죠. 그러면서 생각보다 미국이나 한국과 다른 가치관과 생활 습관을 가진 나라가 있구나 싶은 무식한 생각이 들기도 했죠.


아무튼 제가 한국에 있다 보니 미국이란 나라가 무엇인지 오히려 더 연구하고 알게 되고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한국에만 계신 분들은 한국의 특징에 대해서 잘 모르고, 오히려 한국인인데 해외에 사시는 분들이야말로 해외와 한국을 비교하시면서 한국에 대해 더 연구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자면, 미국은 정말 시스템과 조직력으로 움직이는 나라이고, 한국은 개인의 역량을 밀어붙이는 나라 같습니다. 근데 이 생각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전혀 뜬금없을 수도 있는데, 약간 각자의 문화권을 생각하신 분께서는 미국이야말로 개인주의의 끝판왕이고, NASA나 실리콘밸리 같은 정말 소수의 천재가 움직이는 나라라고 생각하시고, 한국은 대기업이나 주입식 교육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을 집합시키고 공동체로서 운영한다고 생각하지만, 몇 가지 예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중학교 8학년, 그리고 그 이후 고등학교·대학교를 다녔는데요. 중학교 8학년 때는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매일 6시 반에 일어나서 국기를 게양하고, 아침에 학교 청소를 해야 했고, 저녁에는 국기를 다시 내리고 접어서 보관하는 것을 모든 학생이 실시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미국 법에서는 성조기를 바닥에 떨어뜨리면 불로 태워야 한다는 법이 있어서 정말 진지하게 국기를 조심히 다루고 절대 떨어뜨리지 말라고 했고요. 또한 국기를 정확히 접는 방법마저 룰이 있어서 그걸 배우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충 접으면 선생님이 확인해서 다시 접으라고 함.)


또한, 오전에 국민의례 같은 성조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세션을 전 학생이 운동장에서 하는 행위도 있었고요. 지금 생각해 보니 외국인 친구들도 성조기에 대고 맹세를 하는 장면이 좀 아이러니할 수도 있는데, 우리 모두 알다시피 미국이야말로 정말로 애국심을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에서도 정말 강하게 심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학교를 다녔을 때 은연중에 선생님들이 저희가 열심히 공부해서 크게 성공하고, 학교에도 열심히 기부하며 무엇보다 나라를 위해 봉사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알다시피 미국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너는 특별한 아이야”라며 어떻게든 재능을 찾아서 키워주려고 하는데요. 그런데 그것의 최종 목적이 작게 보면 나의 커뮤니티(학교나 직장·산업 등),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번영을 위해 우리 모두가 열심히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깊게 가졌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더 유명한 명문대로 갈수록 아무래도 미국 애국심에 대한 압박이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은연중 더 있으리라 생각하며, 괜히 미국의 유명한 기업인들이 “미국의 번영·성장을 위해 우리가 더 열심히 일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당연히 열심히 성공해서 이 나라(미국)를 위해 이 한몸을 바쳐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했고, 오히려 모든 미국인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참고로 저는 미국 이중국적자라서 미국에 있을 때는 스스로를 미국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핑계가 필요할 땐 한국인이라고 했지만요.)


근데 제가 한국에 와서 아주 가까운 지인과 소통하던 와중에, 그는 한국에서 가장 명문대를 나왔음에도 특별히 그의 능력을 국가를 위해서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저는 자연스럽게 당신이 좋은 학교를 간 이유는 그만큼 국가가 인재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많은 인프라와 투자를 하는 것이니까 자연스럽게 국가에게 돌려줘야 하는 게 맞지 않냐고 하니까, 한 번도 그런 마음으로 공부를 해본 적이 없고 그렇게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게 너무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어요. 일반적인 학생도 아니고 명문대 학생인데도, 특별한 애국심을 갖지 않았던 점에서요.


나중에 와서는 이게 정말 미국스러운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러다 보니, 미국이란 나라의 시스템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니, 은근히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뽑되,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교육이나 문화를 통해서 모두가 국가를 위해 이바지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의 대학교는 다른 나라 학비의 10배가 넘습니다. 사립학교의 경우 1년에 6~7천만 원이 평균일 테고(더 비싼 곳도 있으며) 사립 중·고등학교도 학비가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부자만 그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닌, 생각보다 꽤 많은 학생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절차가 있으며, 이런 기부 생태계가 꽤 잘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학교뿐만 아니라,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공원의 벤치마저 기부를 받아서 이름을 새겨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이 나라는 은근히 많은 자본이 선순환적으로 여기저기 뿌려지면서 결국에는 미국이란 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서 쓰이고 있습니다. (공원이 정부 기금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면 그 퀄리티에 한계가 있겠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일반인도 기부해서 벤치 하나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공원의 퀄리티가 더 높아지면서, 민간도 더 업적을 만들 수 있겠죠.)


한국은 뭔가 공동체적인 마인드가 강하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미국인보다 훨씬 더 약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국이란 나라는 오히려 개개인의 역량을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열심히 스스로를 깎아가며 여기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다음 도약을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을 더 불사르는 것보다 이런 조직력을 사회와 문화, 그리고 교육 끝까지 전파하는 것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윗동네 국가 때문에 애국심이 너무 변질된 모습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간에 우리 모두를 위해서 힘을 합치고,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 모두가 관심을 갖고 힘을 합치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이걸 전체주의니 뭐니 말한다면, 그건 우리가 너무 중국과 북한의 이미지 때문에 안 좋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저는 그게 조직력이라고 생각하고, 결국 그렇게 해야지 우리 개개인 모두 더 행복하고 잘 살 수 있는 시스템이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 자세한 방법론은 많은 학자와 행정가, 기업인들이 연구해야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을 위해서, 그리고 돈이 많고 더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더욱 한국의 발전을 위해서 힘을 쓰는 사고방식을 갖고 개선안을 만드는, 미국적인 사고방식을 더 가질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2. 내 나라에 태어난 '특혜'를 알게 되다

이것마저도 아마 일반인이라면 전혀 생각할 문제가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억지로 한국과 북한을 비교하면서 “우리가 북한이 아닌 한국에서 태어나서 다행이다”라는 어거지적인 생각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것의 의미는 무엇이며,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생활한다면 어땠을까를 깊게 고민해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저도 사실 미국에서 유학했을 때,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생각하던 나라의 라이프스타일은 한국이나 미국, 혹은 그 외 선진국 정도였을 것 같아요. 아니면 여행을 간다면 그 나라 정도요.


근데 제가 우연히 10개월 세계여행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문화권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 모두 같은 사람으로서 먹고 살고 성공하고 행복하고 싶은 열망은 같지만, 태어난 인프라와 교육, 문화 수준의 차이가 이렇게 클 수 있구나를 배웠던 것 같아요.


단순히 어디가 더 선진화되었고 안 되었는가의 차이가 아니라, 그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다른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전혀 알 수도 없고, 생각해볼 여지도 없었던 거죠.


또한 제가 최근에 미국에서 큰 컨퍼런스에 갔는데, 거기서 알게 된 인도인과 좀 친해지면서 그 친구가 한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친구가 말하길, “여기 있는 미국인들은 본인들이 얼마나 특혜를 받는지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처음엔 그냥 미국인의 불평불만을 비꼬는 말인 줄 알았는데, 곱씹어보니 그 말이 진심이더군요.


우선 인도인의 경우 미국에 오려면 비자가 필요한데요. 이 친구는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겨우 미국에 여행 비자를 얻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가 유튜브에서 종종 보듯, 인도의 서민 환경은 정말 열악하잖아요.


물론 미국에도 서민층의 환경이 좋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제3세계 국가들과 비교하면 인프라가 훨씬 나은 편일 겁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살면서 제3세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그들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나니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여러모로 힘들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때마다 “정말로 다른 차원에서 더 힘든 현실을 사는 사람들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을 동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환경과 삶의 형태가 존재하는 곳이라는 시야를 넓혀준 계기였습니다.


비록 그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만나서 친해지고 대화를 나눴지만, 결국 각자 본국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환경에서 각자의 싸움을 하고 있을 겁니다. 상대적으로 “누구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가야겠다”는 경쟁심이 아니라, 앞서 말했듯 나를 더 알아가기 위해 다양한 시선과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이런 만남을 통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결국 이런 경험이 제가 세상을 살며 더 성장하고 행복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3. 스타트업 라이프와 대기업 라이프

이건 마땅한 부제목이 생각이 안 나서 우선 이렇게 적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스타트업은 좀 더 와일드하고 세상에 떠넘겨진 라이프라면, 대기업은 좀 더 갖춰진 체계와 생태계가 있다는 정도로 구분해서 말하려고 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비유일 뿐입니다.)


저도 사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초기 직장 생활까지만 해도 대기업 같은 라이프를 살았고,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보다 크게 트랙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쭉 살아왔기 때문이죠.


근데 저는 알았습니다. 제가 그런 삶을 동경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이건 뭔가 DNA적인 것은 아닌 것 같고, 제가 고등학교 때 꽤 많은 락/힙합 음악을 듣고 특히 서태지와 타블로를 많이 좋아했는데, 그들의 음악뿐만 아니라 삶의 서사 자체를 많이 동경하고 좋아했습니다. 둘 다 뭔가 모범생 같으면서도 이단아 같은 마인드와 행동을 보였기에, 저도 자연스럽게 그들을 따라 하고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저랑 같이 학창생활을 보냈던 사람들 중 제가 가장 모범생의 탈을 쓰면서도 이단아스러운 행동을 하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빨리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면서도 동시에 스타트업에서 도전하고, 가끔은 제가 취미로 음악이나 블로그를 쓰면서 누가 보기에는 쓸데없는 일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결과적으로는 저는 이 삶에 아주 만족하고, 매우 계획대로 잘 돼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후회하거나 힘들었던 적도 많습니다. 아주 작은 예시이지만, 진짜로 발로 뛰며 몸을 써야 할 때도 있고, 꽤 많은 시간을 일에 전념하면서 제 건강이 좀 안 좋아진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는데요. 그럴 때는 좀 안타깝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영광의 상처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대기업 라이프를 사는 제 지인들을 보면 저보다 더 육체적으로 건강하거나 워라밸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라이프를 원했던 친구들은 문제없이 잘 살겠지만, 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런 라이프를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정말 매일이 죽을 맛이고 지옥에 사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스타트업 라이프든 대기업 라이프든 본인이 고르는 게 아니라, 삶이 그렇게 흘러가는 거죠. 저는 블로그에 그 과정을 모두 적었는데, 지금처럼 삶을 후회 없이, 가장 어린 나이부터 행복하게 잘 살고 싶어서 진지하게 고민도 많이 했고, 그 결과 신중한 선택을 하며 지금까지 삶을 설계해 왔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저에게 맞는 삶을 스스로 디자인해 가며,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그 삶을 실현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결국 그 용기가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을 모두 행복하게 만들어주리라 믿습니다.


4. 함께하기 좋은 사람이 되자

미국 컨설팅 회사에 취업할 때 우스갯소리로 ‘Airport Test’라는 시험을 본다고 합니다. 실제 시험은 아니고, 컨설턴트들은 워낙 출장이 많다 보니, 만약 상사가 팀원과 함께 출장을 가는데 비행기가 연착된다면 이 친구랑 4시간 동안 공항에서 노가리 까면서 어색함 없이 잘 지낼 수 있을지를 테스트해 보는 거죠.


이게 근데 꽤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어릴 때 듣기로는, 높이 올라갈수록 세일즈가 중요하고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능력이 중요한 사람이 더 인정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함께하면 좋은 사람’의 정의가 워낙 추상적이다 보니, 그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마냥 착하다고 해서 그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은 것도 아니고,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뭔가 형용하기 어렵지만, 우리 모두 주변에 한두 명씩 같이 있고 싶고, 오랫동안 지내도 어색함이나 불편함 없이 티키타카가 잘 맞는 동료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테고요.


물론 타고난 좋은 성격도 있겠지만, 제가 요즘 느끼는 하나의 비결이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마음의 여유인 것 같습니다. 고리타분한 말이 아니니, 잘 들어보세요.


우선 우리 모두 마음의 여유를 갖기 쉽지 않습니다. 있더라도, 그걸 더 채우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러면 본인만 힘들 뿐만 아니라 옆 사람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이건 저도 매우 부족한 부분인데, 어느 때 제가 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을 더 살피고 챙길 역량이 올라오더라고요.


결국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예전처럼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히지 않게 되고, 그 여유만큼 주변 사람들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그게 그들 입장에서는 저를 ‘함께하면 편안하고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역량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실 방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각자만의 방법이 있겠지만, 큰 그림은 그 정도인 것 같고, 저도 더 노력하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5. 한국은 행복한 나라가 되고 싶은 게 아닐 수도 있다

위 내용과 약간 상충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자학 개그처럼 ‘헬조선’이라는 말을 만들고, 한국은 행복지수도 낮은데 출산율도 낮다면서 점심 식사 때마다 스스로를 까고, 심지어 이런 콘텐츠도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맨날 허구한 날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많죠. 하지만 저는 이런 현실은 절대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감히 말하자면 우리는 진정 행복해지길 원하는 게 맞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만약 진짜 우리나라가 이런 요소들로 인해 많은 불화와 불행을 느낀다면, 인간의 자연 반응으로 이민을 가든 은둔 생활을 하든, 반란을 일으키든 무슨 짓이든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막말로 프랑스 대혁명 같은 걸 일으켜서 정권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든지 했겠죠. 만약 도저히 못 사는 삶의 방식이라면, 힘들겠지만 그런 행위가 꽤 대대적으로 많이 생겼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우리의 삶의 행태를 드라마나 다큐, 혹은 SNS 콘텐츠로 많이 승화하고, 소재로 활용합니다. 저라면 그게 정말 큰 스트레스라면 그런 콘텐츠를 보는 게 PTSD가 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걸 또 사람들이 공감하고 좋아하면서 소비합니다. 그게 위로의 형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아직 그 끓는점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인사 차례로 “잘 지내냐?”고 하면 절대 좋은 얘기를 안 합니다. 예를 들어 “응, 나쁘지 않아.” 정도로 답변하는 게 예의죠. 만약 제가 미국처럼 “Yes, I’m doing great.”이라고 답변하면, 장담컨대 상대방은 내가 삶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거나 뭔가 빠뜨리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저도 그런 모습으로 비칠까 봐 괜히 앓는 소리를 냈을 겁니다.


동양의 겸손한 마인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우리는 인생을 좀 더 올가미고, 여유가 없고, 꽉 차고 바쁜 삶을 늘 쫓습니다. 그게 우리를 덜 행복하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요. 그러면서 동시에 북유럽이나 동화 같은 행복한 삶을 동경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결론을 내리자면, 한국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로 귀결하고 싶습니다.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저는 행복하면 종착지가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라면, 역으로 약간 불행한 삶을 사는 게 더 편안하고 익숙하게 느껴지면서 살아갈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진 않고, 실제로 행복을 원해서 이민을 가거나 일반적인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행복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저의 행복의 정의와 여러분의 정의가 다를 수도 있겠죠. 저도 어쩌면 지금처럼 행복을 계속 탐구하고 연구하는 그 자체가 행복한 거지, 진짜 행복한 상태에 도달하면 오히려 불안하고 뭔가 놓친 것 같은 생각에 불행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게 정말 역설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 행복이라는 주제로 계속 블로그를 쓰는 만큼, 이게 얼마나 한국인의 유니크한 면인지 느낍니다. 한국 드라마나 웹툰을 보면 정말 일상적이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다루는 콘텐츠가 무진장 많습니다. 이게 잘 풀려서 한류 콘텐츠로 발전해 돈을 벌기도 하죠.


왜 우리나라가 이렇게 콘텐츠 강국이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아무튼 한국인들은 이런 역설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봅니다. 불행하면 아예 불행하거나, 행복하면 아예 행복하거나, 우리는 그 가운데 어딘가에서 이도 저도 아닌 삶을 살면서 반대편을 동경합니다.


그게 때로는 피 말리지만, 좋게 보면 그게 우리를 더 유니크하게 만들고, 비즈니스적으로 보면 우리를 더 ‘팔리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슬프면서도, 또 우리의 운명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게 제가 요즘 많은 고민을 하면서 지금 당장 생각나는 다섯 가지 인사이트네요. 다음에 또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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