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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마지막 면접길에서 미련 없이 돌아섰다

by 아빠는 대해적

정말로 현실 같은 생생한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났지만 그게 현실인지, 깨어난 지금이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생생했다.


꿈에서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친구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나의 친구들.


그런데, 곧바로 면접 장소가 다른 장소로 바뀌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원래는 중소기업의 면접이었는데 갑자기 대기업 면접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다들 내심 좋아하는 눈치들이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면접 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말도 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난 순간, 그 친구가 참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미련 없이 박차고 나갈 수가 있는 거지?'

난 나머지 친구들과 면접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지하철을 탔다.

그 안에서 왠지 모를 긴장감과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다른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친구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긴장한 듯 보였다. 이동 중에도 면접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문득 이 지하철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난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본능이었을까?


정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집이 있는 방향으로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난 이번에 내린다면서 일어났다.

친구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말리지는 않았다. 난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경쟁자가 자연스럽게 한 명 사라지는데 말리지는 않겠지.'


지하철이 정거장에 도착한 후 난 친구들에게 내 몫까지 면접을 잘 보라며, "파이팅!"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지하철에서 내렸다. 친구들은 잘 가라는 말을 한 후에 다시 긴장모드로 변해서 곧바로 생각에 잠기고들 있었다. 난 쓴웃음을 지으며, 그 길로 곧장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우리 동네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내게 큰 아쉬움이나 미련 따위는 없었다.


왠지 홀가분한 마음뿐이었다.

뭔가 내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것들이 사라져 버린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끼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렇게 동네를 향해 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밖을 바라보는데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도 우리 동네로 가면,

그렇게 우리 집으로 가면,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이미 알고 있기에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 같았다.


그렇다.

학교를 갓 졸업했던 나는 이미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굳이 대기업에 입사하지 않아도,

우리 집으로 가면 어떤 행복들이, 어떤 삶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를 말이다.

마지막으로 꿈에서 깨어나면서 살짝 스치듯이 생각났던 것을 기억한다.


그렇게 집을 떠올리며 생각났었던 것은, 나의 아내와 나를 닮은 사랑스러운 4명의 아이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 저절로 지어졌었던 그 미소는,

내가 훗날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저절로 지어졌던 미소였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많은 연봉과 돈을 벌어 부유하진 않아도, 럭셔리한 아파트와 고급 차, 명품들과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고 있진 않아도, 난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꿈에서 깨어났을 때, 꿈속에서 내가 했던 행동들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았다.

다시 생각해 봐도 '과연, 나 다운 선택이었다.'


과거로 다시 한번 돌아가서 다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난 지금까지의 삶을 다시 선택해서 다시 한번 살아낼 것이다.

그래야 지금의 아내를 만나, 지금의 네 아이들과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나 역시도 힘들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있었다.

이제 그만 살고 싶기도 했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또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은 내 자신을 아주 아주 칭찬하고 있다. 아주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옛 현인들이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인생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당신을 정말로 힘들게 하는 지금의 그 현실들이, 절대로 '당신 삶의 전부'가 아님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난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그 힘들고, 슬프고, 고통스럽던 시간들'을 다시 겪는다 해도, 다시 한번 힘을 내서 그 시간들을 견뎌내 볼 것이다(아마, 지금의 마인드와 의지라면 그렇게 고통스럽진 않겠지만)^^.


그걸 견뎌내야, 그 이후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를 난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당신도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서 일어나 계속해서 살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앞으로의 인생은 그 누구도, 신조차도, 그리고 당신조차도 전혀 알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의 현실이 당신 삶의 전부는 아니다. 극히, 정말 극히 일부분이다.
마치 손톱, 발톱의 때처럼 말이다. 그러니 끝까지 가보자.
나 역시도 아직 내 삶이 끝나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계속 끝까지 가 볼 생각이다.
당신도 나와 함께 가자.

[ 사진 : UnsplashMartin Adams ]




[ 곧, 책으로 엮으려 했던 글들이 정리가 된다. 조만간 여러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힘써 보겠다.^^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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