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없는 배움이 가져오는 허무함
성인이 되고 나서도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배운다.
직장에서 필요한 기술, 부수입을 위한 스킬, 혹은 개인적인 호기심.
누군가는 자격증을 따고, 누군가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또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배움은 우리를 성장시킬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 배움이 전혀 쓰이지 않거나,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진 경우가 많다.
심지어 배운 내용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문제는 능력의 부족이 아니다.
애초에 내가 무엇을, 왜 배우는지를 모른 채 시작한다는 데 있다.
목적지도 없는 채로 배움이라는 차를 몰고 출발한 셈이다.
예를 들어, 영상을 만들 생각도 없고 관심도 없던 사람이
‘영상 제작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강의를 듣는 경우를 보자.
기술을 배웠지만, 실제로 해보지도 않고, 흥미도 없으니 배움은 금세 사라진다.
목표가 불분명하면 이런 일은 반복된다.
막연하게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목표와
"다음 달 외국인과 30분 대화하기"라는 구체적 목표는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방향이 없는 항해와 같고, 후자는 목적지가 분명한 여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라는 말로 자신을 숨긴다.
열심히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긴다.
하지만 그 노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그 배움은 결국 공중에 흩어진다.
배움이 무의미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목표의 부재’다.
배움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명확한 목표
그 목표는 두 층위여야 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그리고 실제로 달성 가능한 것인지.
예를 들어, ‘퇴근 후 유튜브 채널 운영’이 목표라면,
먼저 내가 진짜 원하는 활동인지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3개월 안에 5개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시간·자원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둘째, 방향성과의 일치
나의 관심사와 성향에 맞지 않으면 배움은 쉽게 휘발된다.
관심 없는 분야를 억지로 배우면, 시작은 할 수 있어도 유지가 어렵다.
배움의 방향이 내 삶과 엇나가면 결국 멈추게 된다.
셋째, 방법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교과서 · 강의에 의존한 학습을 한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필요한 배움은 훨씬 유연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핵심만 익히는 방법, 바로 실습으로 이어지는 구조,
그리고 나만의 기록·정리·실행 루틴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 목표, 방향성, 방법론 — 이 맞아야만 배움이 결과로 이어진다.
아무리 열정이 커도, 구조가 없으면 성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지금 무언가를 배우려고 한다면, 시작 전에 이 질문부터 던져보자.
이 배움은 나의 장기 목표와 맞는가?
지금의 생활 패턴과 성향에 맞는가?
달성 가능한 구체적 목표가 있는가?
예를 들어, ‘회사 외 부수입 만들기’라는 목표라면,
하루 1시간 투자로 실현 가능한 영역을 찾는 게 현명하다.
영상 제작보다 블로그 글쓰기가 맞을 수도 있고,
온라인 판매보다 강의 콘텐츠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수많은 시도 끝에 글쓰기·온라인 발행에 집중했을 때 비로소 성과를 얻었다.
초반에는 이 주제, 저 주제, 이것저것 다 건드려봤지만,
결국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건 내가 좋아하고,
내 성향에 맞으며, 작은 성취를 주는 활동이었다.
크고 멋진 목표보다, 작은 성공 경험이 지속 가능한 배움의 토대를 만든다.
작게 시작해도 된다.
한 권의 책 내용을 블로그에 정리하는 것,
하루 5분씩 외국어로 문장을 만드는 것,
작은 습관들이 모여 방향 있는 배움이 된다.
결국, 배우는 것도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을 배우느냐보다 어떻게 배우느냐가,
당신의 시간을 허무하게 만들 수도,
반대로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다.
다음 화에서는, 목표가 있어도 변화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와
그 벽을 깨기 위해 내가 만든 ‘기록-정리-실행’ 학습 루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