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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쌓으려면 반복과 쓰기가 필요하다

AI와 함께하는 나만의 학습 루틴

by 당근과 채찍

아는 것 같았지만, 금세 잊어버렸다

한때 나는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으면, 그걸로 충분히 이해했다고 믿었다.

“아, 이제 알겠다”라는 감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며칠만 지나도 머릿속은 공허해졌다.

분명 답을 들었는데도, 설명하려고 하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경제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회비용” 개념을 AI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AI는 정석적인 정의와 예시를 깔끔하게 알려줬다. 그 순간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친구에게 설명하려고 하니, 내 입에서는 단순한 정의밖에 나오지 않았다.

예시는 흐릿했고, 실제 상황에 적용하지 못했다.

그때 깨달았다. AI가 준 답은 나의 지식이 아니라, 그저 빌려온 정보였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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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안다는 느낌’과 다르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를 “이해의 착각(Illusion of Understanding)”이라고 부른다. 머릿속에서 개념이 잠깐 반짝일 수는 있지만, 실제로 설명하거나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리처드 파인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남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그는 물리학의 난해한 개념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스스로도 반복적으로 설명을 다듬으며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켰다. 단순히 읽고 듣는 것이 아니라, 쓰고 설명하는 과정이 이해를 강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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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반복이 중요한가?

인지심리학자들은 기억을 장기화하기 위해 반복(Spaced Repetition)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 연구는 “사람은 학습한 내용을 1일 뒤에는 절반 이상, 일주일 뒤에는 거의 대부분 잊어버린다”라고 보여준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복습하면 망각 곡선은 완만해지고, 기억은 오래간다.

내 경험도 같았다. 처음에는 기록만 해두고 다시 보지 않았다. 그 결과, 정보는 노션 속에서 잠들어버렸다. 그런데 AI를 활용해 반복 학습을 하니 달라졌다.

예를 들어, 철학 개념을 공부할 때 AI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내가 정리한 내용을 3일 뒤에 다시 테스트해 줘.
질문을 던지고 내가 대답하면 피드백을 줘.

AI는 꾸준히 질문을 던졌고, 나는 답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확인했다.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쓰고, 여러 각도에서 설명하다 보니, 개념이 점점 내 것이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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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는 저장이 아니라 구조화다

예전의 나는 기록을 단순히 쌓아두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데이터의 무덤일 뿐이었다. 중요한 건 구조화였다.

AI는 이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내가 여러 자료에서 정리한 “메타인지” 개념을 노션에 붙여 넣고 AI에게 물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구조도를 만들어줘. 핵심만 뽑고, 상위-하위 개념으로 나눠.


그러자 AI는 단순한 메모 뭉치를 체계적인 개념도로 재구성했다. 덕분에 단순 저장에서 끝나지 않고, 나만의 학습 맥락 속에 녹여낼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리는 다시 쓰기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남의 글을 복사해 두는 게 아니라, 내 언어로 다시 설명하고, 내 상황에 맞게 배열해야 한다.


AI와 함께하는 반복·쓰기 루틴

내가 정리한 루틴은 단순하다.

1️⃣ 기록하기
책, 강의, 영상에서 배운 내용을 빠르게 메모한다. (핵심 요약 + 출처 표시)


2️⃣ 되물으며 반복하기
AI에게 이렇게 요청한다.

“내가 쓴 내용을 시험 문제로 바꿔줘.”

“이 설명을 다른 예시로 풀어줘.”

“내가 쓴 요약에서 부족한 점을 찾아줘.”


3️⃣ 다시 쓰기
AI의 질문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내 언어로 다시 정리한다.

블로그 글이나 노트에 글로 쓰기

독서 모임에서 말하기

AI에게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다시 설명해 보겠다”라고 시도하기

이 과정을 반복하면, 같은 주제를 여러 차례 다루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지식은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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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반복의 힘

실제로 나는 “최적화”라는 개념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AI에게 설명하려다 보니, 단순한 정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반복 루틴을 적용했다.

첫날: AI에게 개념을 설명하고, 부족한 점을 지적받음.

3일째: 다시 설명하면서 새로운 예시를 추가.

1주일 뒤: 블로그 글로 써서 발행.

이 과정을 거치면서 처음엔 추상적이던 개념이 내 언어로 자리 잡았다. 나중에는 일상 대화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최적화의 한계”를 예시와 함께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AI는 반복과 쓰기를 도와주는 파트너다

AI는 인간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강점이다. 내가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고, 글로 다시 써야 하며, 부족한 점을 AI가 지적해 주기 때문이다.

지식은 ‘한 번 보기’로는 결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반복과 쓰기를 통해서만 내 언어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AI는 그 과정을 지치지 않고 함께 해주는 파트너다.


지식을 쌓으려면 반복과 쓰기가 필요하다 ― AI와 함께라면 그 과정은 훨씬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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