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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지적 능력은 연결하고 해석하기

AI는 도구일 뿐이다

by 당근과 채찍

생각을 멈추게 만드는 편리함의 함정

“이제는 AI가 다 알려주잖아요.”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궁금한 게 생기면 GPT를 열고, 몇 초 만에 정리된 답을 얻는다. 이제는 공부보다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해진 시대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AI가 이렇게 많은 정보를 주는데, 정작 우리는 이전보다 더 깊이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AI는 인간의 ‘생각하기 싫은 본능’을 완벽히 자극한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아끼려 한다.


문제를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빠른 판단과 익숙한 답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AI는 바로 그 본능을 만족시킨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답”을 즉시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사고를 점점 수동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AI가 주는 건 ‘정답’이 아니라 ‘패턴’이다. 그 패턴을 해석하고 연결하지 않으면, 지식은 쉽게 휘발되고, 배움은 남지 않는다.


AI는 인간을 완벽하게 만들지 않는다

AI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언어 모델의 추론 능력은 인간 상위 5%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해력’이 아니라 ‘예측 정확도’의 이야기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문장의 패턴을 확률적으로 예측할 뿐, 의미를 ‘이해’ 하지는 않는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 은 말했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


AI가 아무리 완벽한 답을 내놓아도, 내가 그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AI는 정보를 제시하지만, 그 정보를 문맥 속에서 해석하고 연결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AI는 지식이 아니라 패턴을 준다

AI의 본질은 ‘패턴 인식’이다. 즉,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AI가 주는 정보는 사실이라기보다 ‘그럴듯한 문장’ 일 때가 많다. AI가 놀라운 추론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정답에 다가서진 못한다.

심지어 AI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럴듯하게 꾸며낸다. 그래서 AI를 잘 쓰려면,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재해석할 능력이 필요하다.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은 인간의 사고를
‘빠른 생각(시스템 1)’과 ‘느린 생각(시스템 2)’으로 구분했다.
AI는 우리의 ‘빠른 생각’을 자극하지만,
진짜 배움은 ‘느린 생각’—즉, 의식적 사고와 해석의 과정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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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쓰기 ― 생각을 다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

AI에게 배운 내용을 그대로 믿으면 오래가지 않는다. 내가 직접 써보고, 설명하고, 재구성해야 진짜 이해가 된다. 이는 인지심리학의 ‘테스트 효과(Testing Effect)’로도 증명된다.
정보를 단순히 읽는 것보다, 그 내용을 스스로 재현해 보는 행위가 장기 기억을 2배 이상 강화한다는 것이다


나는 AI가 정리해 준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대신, 그 문장을 다시 내 언어로 쓴다. AI에게 “내 설명의 논리적 허점은 뭐야?”라고 되묻는다. 그 과정을 거칠수록, 지식은 문장이 아니라 ‘사고의 구조’로 남는다.


해석의 힘 ― 창의성은 연결에서 나온다

창의성은 무(無)에서 나오지 않는다. 기존의 지식을 새롭게 연결하는 힘에서 나온다.
스티브 잡스도 이렇게 말했다.

창의성이란 단순히 점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AI가 제공하는 건 ‘점’이다. 그 점을 ‘선’으로 만드는 건 인간의 해석이다.

따라서 AI를 잘 쓴다는 건, 답을 잘 얻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도구를 넘어, 해석자로 서기

AI는 인간의 학습을 돕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도구는 방향을 제시할 뿐, 목적을 결정하지 않는다.
AI의 결과를 맹신하는 순간, 우리는 사고의 주도권을 잃는다. AI 시대의 진짜 능력은 정보를 소비하는 힘이 아니라, 해석하고 연결하는 힘이다.

AI는 도구이고, 해석자는 인간이다. 그리고 이 둘의 균형을 지킬 때, 우리는 기술이 아닌 사고로 성장하게 된다.


AI는 도구일 뿐이다.
지식은 연결과 해석을 통해 지혜로 변하고, 그 변환의 주체는 언제나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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