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밸리 여행기 둘째날, 지구에서 가장 낮은 골프장?!
바깥이 시끌시끌하다. 호텔에서 문 앞자리를 준 덕에 오고 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여실히 들렸다.
다들 서둘러 이동하는지 시끌벅적한 소리에 잠을 깼다. 아직 아침 7시 정도다.
‘아 방 받을 때 팁이라도 줬어야 하나… 우리는 항상 비싸게 예약하는데 왜 이런 곳을 주지.’ 약간의 후회와 그래도 여기였을지도. 이런 생각이 엎치락 뒤치락한다.
우리는 아직 잠이 덜 깬 탓에 눈이 반쯤 감긴 채로 이만 닦고 바깥으로 나왔다.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아침부터 서로의 입냄새를 참아 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오 아주 맑고 쾌청한 하늘!
기지개를 켜고 숙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늘의 일정인 골프장부터 가기로 했다.
이 골프장의 특징은 ‘지구에서 가장 낮은 골프장’이다.
우리는 이미 예약을 해 놓았기 때문에 클럽하우스에서 카트 키를 받고 나왔다.
여담이지만 클럽하우스 직원이 정말 친절하면서 friendly 하고, 무엇이든 세세하게 알려주고 영화배우를 닮았던 기억이 난다.(하하. 어쩔 수 없는 아줌마 인가보다. 영화배우 닮은 것만 보이고 ㅋㅋ)
우리에게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길래 샌프란시스코 근처에서 왔다고 하니 그렇냐고 몇 대화를 이어가다 미안하지만 혹시 더 깊이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았다.
가끔 어디서 왔는지 물어볼 때 인종차별과 그 어디메- 경계에 있는 무례한 사람도 있지만, 이 분은 순수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물어보는 게 느껴져서 사실 Korea에서 왔다고 알려줬다. 그랬더니 정말 반가운 제스처를 취하며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에서 있었던 것과 즐거운 이야기들을 술술 말해주기 시작했다.
‘이 분은 찐이구나!’
K-pop이 유명해져도 아저씨들이라면 보통 일본이나 중국은 알아도 한국은 모르는 경우가 아직 많은데 이런 관심과 사랑이라니.
우리가 뭐라고… 감사할 뿐이었다.
예약을 안 하고 온 그룹이 우리보다 먼저 1번 홀부터 치길래 우리는 Back 9을 치기로 했다. 아침 일찍이라 앞 팀이 없어서, 시간이 밀릴 걱정 없이 9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9번 홀의 위치까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잘 가는지 뒤에서 지켜봐 주시는 직원분… 넘나 스윗하신.
쭉 뻔은 골프 코스와 그 배경으로 보이는 병풍 같은 높은 산들! 너무 아름다웠다!!
지구에서 가장 낮은 골프장이라고만 들었는데 정말 아름답구나. 사막과 초록, 산의 조화가 말 그대로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풍경에 취하며 휘리릭 치고 났더니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이제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투어를 떠나볼까?
이제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데스밸리 안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맥도날드도 스타벅스도 버거킹 조차!
몇 군데 호텔이나 숙소에 붙어있는 레스토랑이 있을 뿐이다.
오늘 가야 할 곳을 보며 동선을 짜보자 도저히 밥 먹을 시간이 안될 것 같아서 급하게 General store에 가서 샌드위치만 샀다.
선택지도 별로 없고 유통도 제한적이다 보니 샌드위치 하나도 너무 비쌌다. 배가 고픈데도 참을까? 고민되게 만드는 가격이었다.
우리가 골프 치고 온 건 어떻게 알고…
첫 일정은 데빌스 골프코스였다.
울퉁불퉁한 소금덩어리들을 가까이에서 보자 너도나도 이게 정말 소금이냐며 맛을 보기 시작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소금은 보통 마트에서 보는 소금 가루만 보니까 이 결정들이 소금이 맞는지 궁금했다.
이런 곳이 왜 악마의 골프장이라 불리는지 궁금해서 알아보니 이 결정화된 소금들이 따뜻한 날에는 소금 봉우리가 팽창하고 수축할 때 깨지면서 골프공을 치는 소리가 들리는데 악마가 골프공을 치는 것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11월은 날이 덥지 않아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이곳을 걷다 보면 발걸음에 부서지는 결정들 소리로 작게나마 느낄 수 있다.
11월인데 한낮의 데스벨리는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이제 또 다른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