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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양반집에 있는 두 가지

by 공간여행자

요즘 좀 산다 하는 집에는 뭐가 있을까요?

펜트하우스? 한강뷰? 스포츠카?


과거의 좀 사는 양반집에는 두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팔작지붕과 솟을대문인데요.

둘 다 이름이 재밌죠?


| 한옥의 지붕

사극에서 고관대작의 집을 표현할 때 보통 으리으리한 기와집이 등장하는데요.

이 으리으리함을 담당하는 지붕이 ‘팔작지붕’입니다.

팔작지붕은 크기만으로도 압도적입니다.

그럼에도 아래 모서리 부분은 가뿐하게 위로 치켜 올라가 웅장함과 우아함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습니다.


팔작지붕두 가지 지붕을 조합한 결과물입니다.

팔작지붕

지붕을 2단으로 나눠볼게요.

상부는 양쪽 경사가 맞대어 곧게 내려오는 맞배지붕입니다.

맞배지붕은 옆에서 보면 삼각형이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형태의 지붕을 박공지붕이라 합니다.

하지만 한옥에서는 맞배지붕이란 말이 더 어울리죠?

하부는 사면 모두 경사면을 가진 우진각지붕입니다.

맞배지붕과 우진각 지붕

맞배지붕은 단순하지만 곧은 힘이 느껴집니다.

우진각지붕은 네 면이 모두 경사로 이루어져 상당히 입체적입니다.

이 두 개의 지붕이 만났으니 어마어마하죠?


| 한옥의 대문

솟을대문은 말 그대로 높게 솟아있는 대문입니다.

양 옆의 담장들에 비해 혼자 키가 엄청 높아진 모습입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의 키보다 꽤 높아 보이는데요.

한옥의 매력은 사람의 치수에 맞게 지어진 아늑함인데, 이 대문은 인체치수와는 멀어 보입니다.

솟을대문은 말을 타고 드나들기 위해 높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 솟을대문이 있다는 건 말을 들일만한 능력이 있다는 뜻이겠죠?

또한 일반적인 대문보다 크고 높은 문 앞에서 위엄과 권위가 느껴집니다.

거대한 문 앞에서 사람은 상대적으로 작아집니다. 쉽게 문을 두드리거나 열기 힘들죠.

그래서 위세와 격식이 필요한 곳의 문은 높고 크게 만듭니다.


대문뿐 아니라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도 솟을대문을 놓았는데요.

남자 어른이 손님들을 맞이하는 사랑채와 가족들의 생활공간인 안채가 구분되었다는 것만으로 규모가 있는 양반집입니다.

여기에 사생활 보호를 위해 외부인이 쉽게 발을 들이기 힘든 솟을대문을 놓았던 것이죠.

이제 한옥을 마주치게 되면, 지붕의 형태를 구분하는 재미가 쏠쏠할 겁니다.

궁, 고택, 향교나 서원, 사찰 등 우리나라 전통 건축양식으로 만든 건축물에서 이 세 가지(맞배, 팔작, 우진각) 지붕만 알아도 다 구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저건 맞배지붕이군.'

'여긴 팔작지붕이 엄청 화려한데?.'


우진각지붕은 좀처럼 만나기 힘들답니다.

그래도 잘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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