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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판의 비밀

by 공간여행자
왕궁리오층석탑 도금은제 금강경판(국보), 국립전주박물관, 2019

금강경판은 금속판에 불교경전을 새긴 것을 뜻합니다.

(금강경: 우리나라 대표 불경)

한번 새겨진 글자를 자세히 보세요. 글자 부분이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죠?

보통 글자를 새긴다고 하면 평평한 판에 글자를 파내어 새기는 것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글자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죠.

하지만 이 유물은 글자 부분이 튀어나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부러 뒷부분에 글자를 새긴 것일까요?

하지만 그렇다면 글자의 좌우를 바꿔서 새겨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제 이 유물의 비밀을 밝힐 때가 왔네요. 비밀은 '은'에 있습니다.


이 금강경판은 은판에 새겼는데요.

'은'은 금속 중에서도 특별히 연성과 전성이 뛰어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쉽게 늘어나고 얇게 펼쳐질 수 있어 세밀한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죠.

이러한 은의 특성 덕분에 정교한 돋음 작업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제작 방법은 먼저 목판에 글자를 새기고, 얇은 은판을 그 위에 덮어 망치로 글자 부분을 두드려서 찍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은의 뛰어난 가공성 덕분에 목판의 세밀한 글자 형태가 그대로 은판에 전사될 수 있었던 것이죠.

이러한 돋음기법(양출기법)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방식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글자를 다 새긴 은판 위에 금도금을 하여 완성하였습니다.

금도금은 은판 표면에 얇은 금층을 입히는 기법으로, 은의 변색을 방지하고 더욱 화려하고 신성한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금강경판은 찬란하게 빛났을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생각해 보면 정말 놀라운 기술력과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목판 제작부터 시작해서 은판 가공, 정밀한 돋음 작업, 그리고 마지막 금도금까지...

각 단계마다 고도의 기술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아직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독창적인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조상들의 창의성과 기술력, 그리고 불교에 대한 깊은 신앙심이 만들어낸 걸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로 '엄청나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정성과 기술의 결정체입니다.


덧붙여서>

3. 왕궁리오층석탑 도금은제 금강경판.jpg 사진출처: 국립익산박물관

<왕궁리오층석탑 도금은제 금강경판>왕궁리유적 왕궁리 오층석탑의 1층 지붕돌 윗면 사리구멍에서 발견되었다. 현재는 도금까지 복원된 상태로 국립익산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제작시기는 일반적으로 통일신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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