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문화유산에서 불교문화유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큽니다.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고려에 이르기까지 불교는 국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죠.
마치 유럽의 전통 건축에서 궁전과 함께 성당을 떠올리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요즘 들어, 학창 시절에 왜 국사나 세계사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후회하곤 합니다.
그땐 몰랐죠. 20여 년이 지난 지금, 동양 전통건축을 강의하게 될 줄은요.
강의를 준비하다 보니, 불상이 모두 같은 부처가 아니라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덕분에 머리에 쥐가 날 뻔했죠.
하지만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각 부처님의 특징을 알고 보면 불교문화유산이 훨씬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어렵게 느껴진다고요? 괜찮습니다. 저는 K-팝 아이돌 이름처럼 친근하게 외우는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게다가 부처님마다 ‘전담 분야’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럼, 지금부터 부처님들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래에서 온 부처, 미륵불입니다."
미륵불은 ‘미래불’이라고도 불립니다. 현재 도솔천에서 중생을 기다리다가, 석가모니불 다음으로 이 세상에 내려와 중생을 구원할 부처죠.
흥미로운 점은 미륵불이 아직 부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륵보살의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대표적인 불상이 바로 반가사유상입니다.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 위에 올리고 한 손을 뺨에 댄 채 깊이 생각하는 모습은, 미륵보살이 중생을 구원할 때를 사유하는 장면을 형상화한 것이죠.
요즘 인기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바로 미륵불의 대표작입니다.
미륵불을 모신 전각은 미륵전이라 부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자비와 구원의 부처, 아미타불입니다."
아미타불은 고통받는 중생이 극락정토에 태어날 수 있도록 인도하는 부처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처 중 한 분인데, 이름만 염불해도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는 염불이 익숙하시죠?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은 극락전 또는 무량수전이라 합니다.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신가요? 저는 치유와 안녕의 부처, 약사불입니다."
약사여래라고도 불리는 약사불은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소멸하는 부처입니다.
왼손에 든 둥근 약단지가 특징이라, 불상 중에서도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약사불을 모신 전각은 약사전이라 부릅니다.
"저는 인간으로 태어나 부처가 된 석가모니입니다."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부처이자, 불교의 창시자입니다.
29세에 출가해 6년간 수행하고, 35세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었습니다.
불상은 보통 결가부좌 자세로, 왼손은 무릎 위에, 오른손은 땅을 가리키는 손모양(항마촉지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깨달음을 증명하는 순간을 나타냅니다.
석가모니불을 모신 전각은 대웅전이라 합니다.
"저는 진리의 본체인 부처, 비로자나불입니다."
비로자나불은 모든 부처의 근본이 되는 법신불로, 우주의 진리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화엄경의 주불이며, 왼손 집게손가락을 세우고 오른손 주먹으로 감싸 쥔 손모양(지권인)이 특징입니다.
비로자나불을 모신 전각은 대적광전, 대광명전, 또는 비로전이라 합니다.
*석가모니의 항마촉지인, 비로자나불의 지권인 등은 각 불상의 특징을 드러내는 손모양입니다. 이렇게 의미를 담은 손모양을 수인(手印)이라 합니다.
이제 사찰을 방문할 때, 각 전각에 모셔진 부처님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겠죠? 전각의 이름만 봐도 어떤 부처님이 계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지식을 가지고 불교문화유산을 바라보면 단순히 '예쁘다', '오래됐다'를 넘어서서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해집니다.
우리의 조상들이 각각의 부처님께 어떤 소원을 빌었을지, 어떤 마음으로 전각을 지었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병든 가족을 위해 약사전을 찾았을 조상들, 극락왕생을 염원하며 극락전에서 기도했을 신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나요?
이번화의 글은 저와 같이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불교문화유산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간단하게 정리한 내용입니다. 불교의 복잡한 교리나 세부적인 용어들은 과감히 생략하고, 박물관이나 사찰을 방문했을 때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기본 정보들만 담았습니다. 다음에 사찰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이런 관점에서 천천히 둘러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분명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겠죠?
하나 더!> 부처와 보살, 어떻게 다를까?
부처(佛, Buddha, 여래)
이미 완전한 깨달음을 이룬 존재
'부처'는 산스크리트어 '붓다(Buddha)'의 번역으로, '깨달은 자'를 의미
이들은 번뇌를 모두 끊고 지혜와 자비를 완성하여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 존재
예: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비로자나불, 약사불 등
보살(菩薩, Bodhisattva)
부처가 되기 위해 수행하는 존재입니다.
‘보리살타(Bodhisattva)’의 줄임말로, '깨달음을 구하는 존재'
자신만을 위해 성불하지 않고, 모든 중생을 먼저 구제한 후 성불하겠다는 서원을 세운 존재
아직 부처가 되지 않았지만, 부처와 같은 지혜와 자비를 갖춘 수행자
예: 미륵보살,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지장보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