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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무력화된 정당

by 박카스

『2장 무력화된 정당』에서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있어 정당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강조한다. 저자들은 정당이 비민주적인 인물들이 권력을 잡는 것을 막는 ‘문지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당이 약화되거나 내부의 견제 기능을 상실하면, 극단주의자나 포퓰리스트 같은 위험한 인물이 제도 안으로 진입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통해, 정당이 내부 규범과 선별 시스템을 통해 민주주의를 보호해 왔음을 보여주며, 최근에는 여론조사와 미디어 중심의 정치 환경 속에서 정당이 그 기능을 점점 잃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 결과, 기존의 정치 질서를 따르지 않는 아웃사이더들이 부상하고,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 이 장의 핵심 메시지다.




앨라배마 주지사 조지 월리스는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를 앞세워 인기몰이를 했다. 놀랍게도 월리스는 1968년과 1972년 대선에서 경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 월리스는 종종 폭력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고,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 헌법 질서를 경멸했다. “헌법보다 더 강한 것이 하나 있다. (...) 그것은 바로 국민의 뜻이다. 대체 헌법이란 무엇인가? 그건 국민이 만든 것이다. 국민은 권력의 원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그들의 뜻에 따라 헌법을 없애버릴 수 있다.” (P.48~49)


미국인들은 종종 그들의 정치 문화가 전제주의 위협에서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장밋빛 안경을 쓰고 역사를 바라볼 때에만 납득할 수 있는 말이다. 잠재적 독재자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사회를 지켜준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의지가 아니라 민주주의 문지기, 다시 말해 미국의 정당 체제였다. (P.50)


건국자들은 국민이 후보자의 자질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았다. 알렉산더 해밀턴은 대통령 선거제도가 대중의 공포와 무지를 이용해서 선거에 당선되고 난 뒤 본색을 드러내는 독재자에게 쉽게 농락당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 해밀턴과 그의 동료들은 대통령을 투표로 선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위험을 걸러내는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건국자들이 고안한 장치는 바로 선거인단이었다. (P.52~53)


정당이 문지기 역할에만 집중할 때 후보 선출 과정이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질 위험이 있다. 즉, 국민은 물론 일반 당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보스 정치로 전락할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 뜻’에만 집중해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자칫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선동가를 후보로 선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이 이러한 상충 관계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문제는 언제나 균형을 잡는 일이다. (P.54)


전당대회 시스템의 오랜 역사는 문지기 역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균형의 개념을 잘 보여준다. (...) 일반 당원, 가난하고 인맥이 없는 이들, 여성, 그리고 소수민족 집단의 뜻은 조직인들의 밀실 회의에 반영되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대선 후보 지명 과정에서도 반영되지 못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시스템은 위험한 후보를 체계적인 방식으로 걸러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문지기 역할을 했다. 정당 내부자들은 정치학자들이 말하는 ‘동료평가’의 기능을 했다. (...) 이러한 점에서 밀실회의는 평가 시스템으로 기능했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대중 선동가와 극단주의자를 당 밖으로 쫓아낼 수 있었다. (P.56)


민주당과 공화당은 1972년을 시작으로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 대부분을 각 주의 프라이머리와 코커스*를 통해 선출했다. (...) 양당은 구속력 있는 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자 선택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했고, 그 과정을 유권자에게 열어놓았다. (P.64~65)


민주당과는 달리 1980년대 초 공화당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와 함께 순조로운 항해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들은 슈퍼대의원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결국 보다 민주적인 후보 지명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치명적인 선택을 내리고 말았다. 일부 정치학자는 새로운 시스템에 우려를 표했다. 구속력 있는 프라이머리는 분명하게도 더욱 민주적인 방식이었다. 그런데 혹시 ‘지나치게’ 민주적인 방식은 아닐까? 대선 후보 지명을 오로지 투표자의 손에 맡겨 둠으로써 구속력 있는 프라이머리는 정당의 문지기 역할을 약화했고, 동료에 대한 평가 절차를 생략함으로써 아웃사이더의 문을 열어놓았다. 맥거번-프레이저 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두 유명 정치학자는 프라이머리가 정당에 충성하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거나 공허한 공약을 해도 잃을 게 없는 극단주의자와 대중선동가의 등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P.65~66)




* 미국 정치에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은 주로 프라이머리와 코커스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제도들은 각 정당이 전국대회 전에 후보를 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예비 선거 과정이다.


프라이머리는 일반 선거와 유사한 방식으로, 등록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비밀 투표를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행사한다. 프라이머리는 다시 개방형(open)과 폐쇄형(closed)으로 나뉘는데, 개방형은 정당에 등록하지 않은 무소속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고, 폐쇄형은 해당 정당에 등록된 유권자만 투표할 수 있다.


코커스는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 모인 당원들이 집단으로 토론을 벌인 후, 공개적으로 지지 후보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직접적인 토론과 설득 과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참여자들의 정치적 열의가 강하게 반영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프라이머리와 코커스는 각 주(state)가 독자적으로 방식을 선택해 운영하며, 이를 통해 확보된 대의원 수가 당의 전국대회에서 최종 후보를 결정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미국의 선거제도는 연방제 구조 속에서 다양성과 자율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후보 선출 과정의 경쟁성과 정당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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