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에서 만난 인생 첫 상고대

겨울에만 들을 수 있는 산의 소리가 있다

by 어른이 된 피터팬

난생처음으로 상고대를 보았다.

상고대란 것도 이날 처음 알았다.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이 나무 등의 물체와 만나 생기는 것을 상고대라고 한다. 즉, 호숫가나 고산지대의 나뭇가지 등의 물체에 밤새 서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어 있는 것을 상고대라 한다. 이는 '수상(樹霜 air hoar)' 또는 '나무서리'라고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소백산은 철쭉과 상고대가 유명한 충청북도의 산이다. 작은 백산이라는 의미로, ‘백산’은 ‘희다’, ‘높다’, ‘거룩하다’ 등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눈과 얼음으로 흰 세상이 펼쳐지니 실로 白山이었다.


이 날 등산할 때의 기온은 영하 4도였다. 세 겹을 레이어드하고 갔기에 무겁지도 춥지도 않았다. 다만 소백산의 바람은 강력했다. 산을 오르면서도 바다인지 헷갈릴 정도로 바람은 헐벗은 나뭇가지 사이를 매섭게 드나들며 성난 파도소리를 연출했다.


죽령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제2연화봉-천문대-연화봉 정상의 루트로 왕복 5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등산 시간은 길었지만 난이도는 下 수준으로, 트레킹에 가까웠다. 아이젠을 장착하고 걸었던 시간은 약 1시간 반 정도. 초반에는 아스팔트 길이 길어 소백산의 매력이 무엇인가 의아했다. 그리고 상고대를 본 순간, 이것이 소백산이구나!라고 감탄했다.


인생 첫 상고대. 대개 눈이 내리면 나뭇가지 위에 쌓인다는 느낌보다는 가로수 아래에 소복이 쌓인 이미지가 생각난다. 그런데 상고대는 나무 아래가 아닌 위에 서리가 눈꽃처럼 피어있다. 마치 슈가파우더를 뿌린 듯, 나뭇가지 윗부분만 차가움이 스쳐간 듯 말이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상고대를 보러 가는 거구나.


산은 어느 계절이든 다 좋다. 늦가을~겨울 산은 헐벗은 나무들로 이루어져 작은 움직임, 작은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 청설모가 움직이는 소리,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 돌멩이가 낙엽 위로 굴러가는 소리 등. 비어 있기에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있다. 조금 더 깊은 겨울로 가면 또 다른 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 소리를 들으러 다시 산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