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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 활동과 시도들

키키 편: 불평 대신 질문을, 회피 대신 제안을

by 천둥

천둥: 서로 다른 시각을 느끼면서도 우리는 그동안 다양한 시도를 했잖아. 어떤 시도를 했어?


키키: 내가 학부모회를 처음 시작하면서 했던 문제의식은 왜 학교는 학부모를 ‘민원인’으로 바라볼까. 그리고 학부모인 우리는 ‘민원인’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로서 공적 마인드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부분이었어. 그걸 실현하려면 어떤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고민했지.

내가 처음 시도한 건 ‘마을 학부모 아카데미’였어. 우리 학교뿐 아니라, 지역의 학부모들에게 문을 열어서 서로 교류하고 학부모는 어떤 존재인지, 학부모회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어. 학교는 단지 ‘아이를 맡기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관점과 역할이 함께 성장해야 하는 공동의 공간이라는 걸 함께 나누고 싶었지. 나는 그게 우리의 태도와 구조를 바꾸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했어.

학부모들이 교육적으로 시야를 넓히지 않으면, 학교 안에서 결국 ‘소모적인 민원’만 반복되니까. 학교와 함께 어떤 구조를 그려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그 출발점이 학부모 교육이라고 생각한 거야. 그때부터 학부모들과 함께 배우고, 연결되고, 행동하는 걸 하나씩 시작하게 됐지.


천둥: 키키에게 있어 교육은 굉장히 중요한 삶의 뼈대지.


키키: 맞아, 그래서 학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마을학부모아카데미를 기획해서 우리 중학교 근처에 있는 초등 두 곳의 학부모들이 함께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었어. 기존에 없던 걸 처음 시작하는 부담은 컸지만, 지역의 특성상 꼭 필요하다는 점을 학교 측이 동의를 해주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 그렇게 지역의 모든 학부모들에게 우리 학교의 문턱을 낮추고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어. 개인적으로는 작은 마을에서 함께 아이들을 키워갔으면 좋겠다는 교육적 소망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던 것 같아. 무엇보다 서로의 학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소문으로 듣기만 했던 것들을 직접 보고 느끼며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


천둥: 그런 노력이 또 새로운 것으로 연결되기도 했어?


키키: 응. 대표적인 게 신입학부모 오리엔테이션과 학부모 공부모임이야. 학교에서 ‘질문이 있는 교실’이라는 프로젝트를 새로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당시 학부모아카데미를 통해 모셨던 강사님께서 앞으로는 “질문이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강력히 주어서 문득 생각해보니, 부모들도 아이들도 좋은 질문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이 생겼어. 그래서 김종원 작가의 <하루 한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이란 책으로 격주에 한 번씩 모이기 시작했어.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그 모임 안에서 다들 눈물 나게 공감했어.

“나만 힘든 게 아니었네요”, “아이를 전혀 다르게 보게 되었어요”,“이제는 아이와 대화가 편해졌어요.”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더라고. 특히 아이와의 갈등을 질문 하나 바꾸는 것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이 큰 위로가 되었던 거야. 불안과 화 대신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라는 새로운 질문과 다른 시선을 선택하게 된 거지.


천둥: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관점을 변화시키는 시간이었네?


키키: 맞아. 그 작은 시도가 ‘부모도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줬어. 예를 들어 그 이후 진행된 학부모 대상 강의 ‘하브루타 질문 교육’도 학교의 ‘질문이 있는 교실’ 프로젝트에 우리 학부모도 교육의 주체가 되어 가정에서도 함께 할 수 있기 바라는 마음으로 연 것이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학부모들이 자격증을 따고, 자긍심을 갖고, “학교와 연결된 존재로 나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정말 놀랐어. 특히, 거기서 자발적으로 임원이 된 학부모도 있었는데,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반 아이들 전체를 위해 대표가 되었다.”는 인식으로 확장되었지.

어느 순간 “우리 반 아이들이에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 아, 이게 학부모회의 진짜 방향이구나, 생각했어.

학부모회가 행사나 자원봉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가 되는 출발점이자, 부모 교육과 시민교육이 만나는 접점이 되기를 바랐어. 이렇게 학부모 교육을 기획할 때마다 학교의 교육 방향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우리가 함께 공적인 교육의 주체가 되기 위한 기초가 될 배움이 무엇일지 고심하면서 시간을 마련했어. 아이들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우리도 함께 자라야 하니까.


천둥: 한 발 한 발 내디뎠네.


키키: 사실 그런 학부모회를 만든다는 건 이전의 방식을 탈피하고 새로운 개혁에 가까운 것이라 쉽지 않은 일이라 여겨져. 어디에도 메뉴얼이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이제는 시민의식이 높아져서 그런지 조금씩 변화가 하나씩 포착이 되더라고. 학교도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며 같은 문제를 놓고 대화를 하면서 함께 관심을 기울이자는 말씀도 하시고, 또 학부모도 학교에 좀더 도움이 될 방향을 생각하며 각자의 가정에서나 주변에 있을 때 함께 관찰하며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자고 말이야.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된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 나는 이런 과정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건강한 소통문화와 민주시민 의식을 기르게 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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