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학부모가 서로를 안전한 존재로 인식하기
천둥: 지금까지 학교와의 어려움과 우리가 해온 활동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더 나은 관계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천둥: 단순한 매뉴얼같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말이네?
키키: 그렇지. 매뉴얼은 행동지침일 뿐이고, 진짜 중요한 건 ‘관점’이니까.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이건 가정의 책임입니다” “이 아이가 문제입니다”로 환원하지 않고, “우리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함께 이해할 수 있을까?”를 질문해야 해.
예를 들어 학부모회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겠지.
* “부모로서 나는 뭘 놓쳤을까요?”
* “아이를 내가 아닌 존재로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 “이 사건은 우리 공동체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런 관점을 나누는 공간이 될 때, 학부모회는 더 이상 민원 창구가 아니라 ‘성찰의 장’이 되지 않을까?
천둥: 말 그대로 ‘새로운 학부모회’네?
이제는 위탁이나 방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 실상 그동안 우리 학부모는 학교에 맡긴 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허겁지겁 달려오거나, 이제 아이들이 클 만큼 컸다고 생각하면서 나 몰라라 했잖아. 그런 태도를 벗어나지 못한 채 불신이나 오해를 가질 게 아니라, 먼저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교육적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겠지.
천둥: 새로운 학부모회를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키키: 세 가지야. 정책, 시간, 제도!
우선, 정책이 변해야 해. 지금의 학부모 정책은 행사 중심이거나 형식적이야. 학부모가 안전하게 질문하고,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해. 학교 안에서 교육의 주체로서 환대받는 학부모 정책이 필요해.
두 번째,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 아이들은 성적에 쫓기고, 부모는 불안에 매여 있잖아. 멈추어 생각할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사회에서 학부모회에서만큼은 ‘잠시 멈추어 돌아보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거야. 부모는 아이들의 첫 번째 멘토니까, 부모의 성찰이야말로 진짜 변화의 시작이니까.
세 번째, 부모교육이 제도화되어야 해. 선택이 아니라 필수여야 해. 부모가 배우고 성장하면, 그건 아이의 삶 전체에 반영되니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야.
천둥: 결국 학부모회는 더 이상 봉사나 모니터링하는 곳이 아니라는 거지?
키키: 맞아. 학부모는 우리 아이 성적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고, 학부모회는 학교 운영을 감시하는 기구가 아니야. 부모가 자기 삶을 돌아보고, 교사와 협력하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만들어가는 ‘공유의 장’이어야 해.
내가 늘 마음에 새기는 말이 있어.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시간은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다.” 그 시간을 위탁이나 회피로 흘려보내지 말고, 학교와 부모가 함께 의미 있게 채워갈 수 있다면, 우린 진짜 건강한 교육공동체 그리고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천둥: 정말 그래.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금세 지나가버려. 그 뒤부터는 아쉬워할 일만 남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