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마지막으로 ’새로운 학부모회‘를 위해 애쓰는 후배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면 이야기해볼까?
키키: 사실 학부모회장라는 자리는 정말 피곤하고 오해받기 쉬운 자리잖아. 때론 교사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괜히 나섰나?’ 싶은 순간도 너무 많지.
하지만 그 안에서 배우는 게 커. 학부모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내 아이만 챙기는 이기심을 넘어서서, 마을 전체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책임지는 시야를 갖게 되길 원해. 후배 학부모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야.
사실, 여전히 아픈 부분도 있어. 하지만, 이게 결국 내가 걸어온 길의 핵심인 것 같아.
천둥: 아픔 속에서도 계속해갈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뭘까?
키키: 그 힘의 원천은 나는 크리스천이니까 기도와 하나님 말씀이야. 그래서 내가 하는 이 일이 나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일인지 아닌지 늘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하거든. 그런 때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내가 내 이익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닌 하나님이 바라시는 일이라면, 나 개인이 ‘좋은 사람’ 되는 일에 골몰하지 말고 모두를 위한 ‘바른 사람’이 되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고 결심했어. 물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누군가는 먼저 길을 보여줘야 사람들이 따라올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구나.” “이런 자리에서도 우리 말이 통하는구나.”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 하나둘 생기면, 학교는 분명 바뀔 수 있다고 믿어.
사실,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낼 때 이제는 더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는데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걸 보면서 분명 내가 할 일이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 거야.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갔지. 처음부터 거창한 건 아니었고, 그저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지. 어느 순간 이건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다’는 당위이자 사명의식이 강하게 자리잡았어.
천둥은 어때?
어쨌든, 잘 모르거나 의문이 생기면 물어보고 함께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는 우리들의 든든한 조직이 되어주면 좋겠어.
키키: 창의적인 집단지성이라... 쉽지 않네.
천둥: 쉽지는 않지. 그러니 어렵게 찾아낸 문제의식이나 그로 인해 만들어진 매뉴얼 등을 다음 학부모회에 잘 전수해주면 좋겠어. 아주 소소하게는 활동을 위해 필요한 물품 같은 것도 잘 적어두었다가 전달하는 거야. 쉽게 말해, 1년 동안 했던 활동의 의미와 성과, 과제 등을 잘 기록해서 남기자는 거지.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키키: 잘 전수해주는 거 너무 중요하지. 사실, 전수되는 게 없다 보니 결국 어떤 사람이 리더냐에 따라 너무 다른 내용으로 흘러가니까. 늘 그걸 염두에 두고 꾸준히 회의록을 남기고, 우리가 지향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네. 괜찮은 방법이 있나?
천둥:예를 들면, 총회 때 전수식을 거창하게 해주면 좋지. 그동안의 활동내용이 담긴 파일일지라도. 사실 총회에서 하는 올해 활동 성과와 내년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이 그런 거지.
키키: 또 더 어떤 게 필요할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마저 해.
천둥: 마지막으로 하나 더 보태면, 학부모들이 서로를 칭찬하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좋겠어. 우리는 교육청에서 하는 우수 학부모 사례에 뽑혀서 상 받은 적도 있거든. 근데 우리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상을 받았네, 하는 반응이 있더라. 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조금씩 이룬 변화의 발판과 성장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 명분도 없지 않을까? 그러니까 다 같이 모여서 서로가 어떤 점에서 달라졌는지, 하나하나 꼽아보고 전수할 거리들을 나열하다 보면 우리 진짜 멋있었구나, 자부심을 갖게 되고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갖게 될 거 같아.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한 번이라도 학부모 활동에 참여한 사람은 작은 역할이라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전수식(?)에 초대하는 거야. 학부모 강의를 들었다면 바자회에서 전을 한 장이라도 부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지. 왜냐면 강의 듣는 것도 하나의 수혜거든. 받은 걸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스스로 참여자이고 주체라고 인식할 수 있거든.
키키: 우리의 조언이 새로운 학부모회를 열어갈 후배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천둥: 분명 될 거야. 그동안 학부모활동에 대한 글은 주로 대체로 우수사례들 뿐이고, 이런 고민과 문제의식에 대한 조언은 없었잖아. 이제는 정말 19세기 학교를 넘어 21세기에 걸맞은, 22세기를 향한 미래지향적 교육주체로 나아갔으면 좋겠어.
키키/천둥: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