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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Feb 16. 2020

이틀 동안 두 명의 엄마를 만났다



 저번 주에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그녀와 둘이서 만났다. 그녀는 글을 쓴다고 했고 나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화제가 글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좋은 점을 서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녀는 글 쓰기 좋은 카페가 있다며 추천해주기도 했다. 1시간쯤 이야기를 나누다가 화제가 자연스럽게 육아로 옮겨갔다.

그녀의 아이는 24개월 정도 되었다고 한다. 우리 둘째와 비슷하다며 신나 하는 나의 호들갑에 아이는 시어머니께서 전담해서 키운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주말에만 온다고 했다. 주말 동안 아이를 보지만 남편도 같이 쉬어서 커피숍에 가거나 하면 번갈아가면서 아이를 본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그녀의 저녁 7시부터 자정을 상상했다.

노트북 옆에 커피를 놔두고 열심히 작업하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니 그 시간이 부러워졌다.

상상만으로도 내 가슴이 벅찼다. 시간을 그렇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은, 그것도 주 5일이나.

그녀도 “나는 복 받은 사람인 것 같아요. 아이도 중요하지만 저는 제 인생도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서요.”라고 말했다. 달랑거리는 그녀의 귀걸이를 보며 생각했다.

 '내 귓구멍은 아직 뚫려있을까. 언제 내가 귀걸이를 마지막으로 했더라.'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시계를 보니 1시였던 시간이 벌써 3시가 되어 있었다. 남편에게 둘째를 맡겨놓고 나오기도 했고 곧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하원 할 시간이라 나는 그녀와 헤어졌다. 그녀는 귀걸이를 달랑거리며 다음에 또 보자고 어른처럼 인사해주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주택에 사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3명에서 모이는 자리였고 내가 마지막에 도착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고 나니 2층에 살고 있는 그녀의 집 문이 보였다. 열고 들어가니 가지런히 정리된 자동차 장난감이 보였고 주방에 밥솥 두 개, 라면박스, 그리고 기저귀, 물티슈, 손수건 같은 것들이 눈에 보였다. 제일 신기한 것은 집에 먼지가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음식을 먹고 나온 일회용품 중 재활용이 되는 것은 바로바로 씻어서 말려놓았고 아이들이 가지고 논 장난감을 동선을 따라다니며 치우고 다른 장난감을 아이들 손에 쥐어주었다.

나는 그것에 감탄하면서도 그 와중에 짜장면을 먹고 나니 너무 졸렸다.

양해를 구하고 잠시 거실에 누웠다. 애들이 다 같이 따라 누워서 애들 셋과 함께 누웠다. 그 집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예뻤다.

그녀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예전부터 꼼꼼하고 부지런하고 그런 것은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지만 새삼 그녀가 존경스러웠다.

그러면서 아 이게 내가 꿈꾸던 엄마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검색을 몇 번씩 해보고 사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미리 알려고 노력한다. 뽈뽈하게 움직인다. 나도 좀 저렇게 살 수 없을까.

               





두 명의 엄마를 만나고 다음날 대청소를 했다.

이리저리 배치도 바꿔보고 청소를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째가 어린이집에 오자 금방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래서 더 치우는 걸 포기하고 그럼 밤에 애들을 재우고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생각했지만 애들을 재우면서 잠들어서 아침 7시에 같이 일어났다.

닝기적 거리며 애들 손을 잡고 거실로 나왔다. 일어나자마자  건조기에 들어가 있는 바나나를 치웠다. 그사이 둘째는 먹으라고 준 빵으로 바닥을 닦고 있었다. 아침의 시작은 자주 이런 식이다.

건조기를 물티슈로 닦고 나서 보니 첫째가  스스로 핀을 머리에 꼽는 것에 성공했다. 신나 하면서 10번도 넘게 꼽았다가 뺐다가를 반복했다.


두 엄마를 만났다. 그리고 부러워했지만 나는 바뀌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게으르고 눕기 좋아하는 엄마인 나는 나대로 가끔씩 글을 쓰고 있고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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